호모 오덕쿠스 BL필리아가 사는 곳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
심산 지음 / 해냄(네오북)
ISBN : 8973376322

2002년 경 프리미어에 연재되는 걸 보고 출간되기만 손꼽아 기다렸던 책.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득달같이 샀다.
연재 때 글에 더 추가된 건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내용이 워낙 좋으니까.

같은 입문서이지만 자기 얘기를 많이 늘어놨던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와는 좀 달라서(아 물론 그 책도 훌륭하고 좋아하지만),
이쪽은 그야말로 '실전 테크닉'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기까지 하다.
시나리오 입문서지만 굳이 시나리오 지망생이 아니라도 이야기창작에 꿈을 품은 사람, 혹은 지금은 접었어도 한때 그런 꿈을 품었던 사람이라면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시나리오에만 관련있는 얘기도 나오지만 그것마저도 재미있게 읽힐 정도로 글발이 좋다. 가령 100분 제한에 대한 얘기가 상당히 많이 나오지만 뭐 어떤가? 중간의 저자 말마따나 <압축해서 쓸 능력이 있으면 늘려쓰기는 쉬운 법>이다. 알아둬서 나쁠 건 하나도 없다. 게다가 재미있는걸.

일단, 예로 든 거의 대부분의 영화가 내가 아는 영화로 되어 있다. 다이하드 식스센스 매트릭스 대부 터미네이터, 살인의 추억 초록물고기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이 간다 등등. (가령 다이하드가 그렇게 위대한 시나리오인줄 처음 알았다. 아니 물론 몹시 재미있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 '타의 모범'이 되는 상업시나리오의 걸작이라니, 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기쁘다. 우훗.)
모르는 영화도 알기 쉽게 설명했다. <현기증> 같은 건 본적 없지만 이 책을 통해 나는 서스펜스가 뭔 뜻인지를 제대로 알게되었다. (왜 sub+spend, 아래로 늘어뜨리다 - 라는 뜻인지.)

그리고 글이 현대적이다. 쉽다. 특히 드라마의 정의는 탁월하다. <누가 뭘 하려고 졸라리 애쓴다>라니, 이보다 명쾌한 설명이 또 어디 있을까. 플롯 캐릭터 갈등의 모든 요소가 저 한 줄에 다 집약되어 있다.

그러나 역시, 가장 가슴을 후벼판 대목은 초입의 이 구절이다.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볼 때 그들의 대부분은 허수(虛數)다. 실제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전력투구하여 한편의 시나리오라도 완성시킬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쿠억) 대부분은 그저 영화를 좋아하는데 어떻게 하면 그 판에 끼어들 수 있을까를 궁리하다가 '가장 만만해 보이는' 시나리오를 선택한 사람들일 뿐이다. 한껏 예쁘게 봐줘도 그저 어떤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 싶은 정도의 티미한 욕망에 깜빡 속고 있는 사람들이다. (쿨럭쿨럭커억)"

......뭐, 그런 것이겠지. (먼눈...)

그래도 읽다보니 옛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더라. 위에서도 언급한 "누가 뭘 하려고 졸라리 애쓴다"라는 과정에 옛날 끄적거렸던 스토리들을 대입해보니 나름 재미있더라는.


....뭔가 소개를 좀더 재미있게 잘 하고 싶은데 능력이 딸려서 잘 안 되누나.

그냥 간단히 정리하고 끝내자면,

소싯적에 스토리 끄적거려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임.

지금 시나리오 쓰는 사람이라면 필독서.

지금 만화나 소설 쓰는 사람에게도 매우 도움이 될것임.



..............사실 언제 예전부터 소개하려고 벼르던 책이 하나 있는데, 읽은지가 꽤 되어서 그런지 글이 안 나온다.
역시 독후감은 읽은 직후에 써야 하나부다. 쩝.

그래도 미련이 남아 말나온 김에 잠깐 소개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서윤영 지음 / 궁리
ISBN : 8988804465

한국의 주거 문화에 대한 안내서이자 에세이인데, 재미도 있고 한국 주거문화에 대한 놀라운 고찰이며 새겨들을 구절도 참 많다. 특히 부엌의 위치가 그 시대의 여성 위치의 반영이라던가, 모델하우스의 비밀이라던가, 한옥은 사라지지 않고 아파트 속에 살아있다던가, 아파트의 역사를 짚으면서 앞으로는 타워팰리스도 서민 아파트가 될 것이라던가, 이상의 시 <건축무한육각면체>가 미츠코시 백화점을 본 컬처 쇼크를 읊은 시라던가... 등.

집 - 부동산으로서 말고 생활 공간으로서 - 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읽어내려갈만한 책이다. 꼭 읽어보기를!

by 샐리 | 2004/11/21 01:44 | 책, 영화, 드라마 등 | 트랙백 | 덧글(11)

Commented by 레드카뮤 at 2004/11/21 02:27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볼 만할것같네요
Commented by 헤르시즈 at 2004/11/21 09:43
재밌겠는걸요.. 그나저나 "앞으로 소설이나 만화를 올리겠다!" 하고 선언한 뒤 얼마 안지나 샐리님이 이런 포스팅을... (...) 으힝으힝
Commented by ▒夢中人▒ at 2004/11/21 10:14
초입의 그 구절이 다소 압박이기는 하지만..
언젠가 제 삶을 정리하는 식으로 글을 한번 써보고 싶은걸요~ 헤헤
Commented by 샐리 at 2004/11/21 12:19
레드카뮤 / 예, 두 책 다 재미있어요.

헤르시즈 / '유혹하는 글쓰기'와 저 책 둘다 추천입니다.

몽중인 / 그것도 좋지요.
Commented by roha at 2004/11/21 23:26
시나리오는 정말 질렸어요.. 지난번에 다큐멘터리 하나 쓰는데도 죽는 줄 알았는데 이번엔 드라마를 쓰라네요..ㅠ_ㅠ 문창과에 왜 방송구성론 수업이 끼어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한 번 주문해서 읽어봐야겠네요.
Commented by 샐리 at 2004/11/21 23:43
roha / 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심산 at 2004/11/28 01:19
노마님이 연재 당시부터 재밌게 봐오셨다고 하길래 출간되면 한권 보내드려야지..하고 있었는데...벌써 사셨군요...너무 쿠억대거나 쿨럭대지는 마셨으면...(미안하잖아요)...^^
Commented by 샐리 at 2004/11/28 21:39
심산 / 앗, 여긴 어찌 아시고? 게다가 제가 그 프리미어 편집부에 메일 보낸 사람인줄은 어찌 아시고? 우와 신기하네요. 인터넷이 정말 넓고도 좁군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너무 슬프네요 크흐흐흑, 한달만 소식을 늦게 알았어도 심산 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책을 받는 건데~~~ (쿠워어어~~~~)

연재 당시부터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그거랑 당시 연재하던 듀나 씨의 캐릭터 열전이랑 두가지 때문에 프리미어 정기구독을 신청한 사람이 접니다. (요새는 시사회 어땠어? 란을 제일 재밌게 보고 있죠)

...저, 저기, 기왕 보내주신다 생각하신 김에 친필 사인북 하나만...안될까요? (부비부비) 제 메일 주소는 아시는 거죠?

아무튼 너무 반갑고 놀라웠습니다. 좋은 책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 : 아, 근데 제가 여기서 쓰는 닉은 노마가 아니라 샐리랍니다. 노마는 제가 기르는 고양이 이름이에요.)
Commented by 심산 at 2004/11/29 19:04
하하하 알겠습니다, 노마, 님이 아니라 샐리님!^^ 제 메일로 주소랑 성함(샐리라고 쓰면 안되겠죠?)을 알려주세요...simsan81@hanmail.net
Commented by rino at 2005/07/27 20:48
샐리님 홈에 추천되어 있는 걸 보고 구입해서 봤는데요~
너무 유용하고;;재밌고;;좋았습니다. (왠지 감사드리고 싶은ㅠ.ㅠ)
(저 위에 작가님께도 절이라도 하고싶은..;;)
Commented by rino at 2005/07/27 20:49
앗. 그리고 링크해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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