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미와 오늘의 응가.

식사 후 클릭 권장. (아니 뭐 별 내용이 있는 건 아닌데 그래도 소재가 소재다 보니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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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수요일. 꼬미가 이불 위를 박박 긁는 것이 적발되어 살펴보니 과연 덩빛 덩어리가 점점히 흩어져 계신 것이 보이는지라.....
폐기물 무단 방출도 모자라 증거 은닉까지 기도한 죄 실로 괘씸타 할지니, 혼연히 두드리어 방 밖으로 쫓아냈더니라.

허나 한밤에 이불 홑청을 벗겨 세탁기를 돌리자니 스스로의 처지가 참으로 처량코 처량하야 (←자청했잖아.) 하늘을 우러러 슬피 울었..은 아니고.. 그냥 좀 기분이 그랬은즉 그저 한숨만이 폭폭 구들을 꺼뜨리더니라.

11월 13일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니 변기 안에 작고 큰 응가 한덩이씩이 동동 떠있더니라.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인지라.
오옷? 이게 누구 작품인고? 생김새는 노마의 응가와 닮았는데 양이 적구나. 노마는 보통 길게 세덩이를 누었나니. 게다가 노마는 내가 안 볼 때 응가를 하는 일이 없는데... 혹시 이것이 꼬미의 작품인고?

희망이 뭉게뭉게 부풀어 올랐으나, 확증이 없으므로 내심 숨죽이고 그 다음을 기다렸느니. 현장 목격의 그날을 하루하루 손꼽아 애타했노라.

11월 17일 수요일. 대체 오늘까지 꼬미는 소식이 없누나. 대체 이게 어인 일인가. 만약 지난 토요일의 그것이 노마의 작품이면 꼬미는 1주일째 응가를 아니하고 있음이 아니던가. 이거, 병원에 가봐야 할 것인가...아니야 그래도 혹시 지난 토요일의 그것이 꼬미의 위업인지도 몰라... 하며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주사기로 올리브유를 찍 짜 넣었니라. 꼬미는 앙탈했느니. 기름이 흘러 가슴을 적셔 털에 떡이 지더라.

11월 18일 목요일. 어젯밤 어머니 오셨는데 가라사대 "꼬미가 왜 저리 꺼칠하냐."

허걱. (입 쩍.)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메어 몸무게를 저울로 잰다 난리법썩을 떨었다가 문득 생각하니 이게 혹시 올리브기름떡의 영향이 아니런가.

그리하여 오늘 아침 어머니가 목욕하실새 꼬미를 달랑들어 집어넣었더니라. "빨아주." (빨래냐;)

아를 넣고 문을 닫고 히죽 웃으며 돌아선 그 다음 순간 목욕탕 안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나니. "뭐야 뭐야?" 하고 화급히 달려가니 물 쏴 소리와 함께 내려가는 변기 안의 작은 소용돌이가 있었도다.
어머니 가라사대, 꼬미가 변기 옆에 응가를 하였도다 하시니라. 그 말을 듣고 머리가 아득하여 가로되 대체 몇덩이를 누었나이까 하니 어머니 다시 가라사대 왕창 누었다, 왕창 누었다 하시며 '왕창'을 강조하시었니라. 다시 물어 가로되 대체 몇 덩이더이까 하니 어머니 가라사대 대여섯 덩이는 됨직하더니라, 처음에는 변비인지 작고 동글동글한 것이 두어덩이 나오더니 그 다음엔 가래떡 같은 것이 쑥쑥 나오더라 하시니라.

듣고 있자니 점점 아득하고 얼굴이 창백하여 되뇌었나니, 고양이는 장이 짧다지 아니하였던가. 대체 저 작은 덩치에 심지어 장도 짧다는데 그 많은 덩뭉치가 무슨 수로 들어가 있었단 말이런가.

그리하여 한숨은 돌렸으되 11월 13일의 야밤의 거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 된 채 하루가 저물었느니라.
아아 멀고도 험하도다 험하도다 험하도다...

그래도 기름떡을 벗겨내니 꼬미는 다시 뽀사시함을 되찾았더라.

- 終 -



.....지금은 잘 자는군요. 에휴.


by 샐리 | 2004/11/18 18:18 | 고양이 - 변기 훈련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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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enkaiChiya at 2004/11/18 18:22
오, 올리브 기름... [적어둔다]
건강해지니 다행이네요~
Commented by 노른자 at 2004/11/18 18:40
고생많으시군요. 꼬미가 어여 화장실을 잘 가려야할텐데... ^^;;
Commented by AMAGIN at 2004/11/18 18:56
아이고.꼬미가 고생했네요. 괜찮아졌으니 다행입니다. (문체가 너무 재밌어요~)
Commented by Youri at 2004/11/18 19:01
사진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OTL
많이 놀라셨겠네요. 으휴, 그래도 나올 게 잘 나왔다니 천만 다행....
Commented by NEMO at 2004/11/18 19:25
묘체(?)의 신비군요. (그안에 그게 어찌 다 들어가있었을꼬..)
Commented by 헤르시즈 at 2004/11/18 20:41
항상 느끼는 거지만 샐리님 글재주 있어요.. 같은 내용인데도 풀어내는 건 사람마다 틀리죠. ^^ 질리지가 않아요. 아예 이 길도 개척해 보시는 것이.. (음!)
Commented by 샐리 at 2004/11/18 23:57
TenkaiChiya / 변비에 먹이는 건데 참기름을 짜먹여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노른자 / 그러게 말입니다. (훌쩍훌쩍)

AMAGIN / 변비 해소라도 됐으니 다행인 거겠죠..? (감사합니다~ 히죽)

Youri / 음, 실은 13일날 변기에 둥둥 뜬 덩을 사진찍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소근) 그건 내가 생각해도 심한 것 같아서 기각했지만요.

NEMO / 어머니도 얼마나 놀라셨으면 '왕창'이라는 말밖에 못하셨겠어요...저도 구경 못한 게 아쉽습니다. (제가 갔을 땐 이미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든 뒤...)

헤르시즈 / 앗, 감사합니다. (몸둘바를 몰라 비비 꼬고 있음) 재미있게 읽어주신다니 저야말로 다행이네요. // 뭐랄까... 저의 창작능력에 관한 비극적인 포스트가 있었지요. '사라진 연표 트랙백 놀이' 라고... http://haime.egloos.com/500849 입니다.
Commented by 아룬 at 2004/11/25 23:55
얼마전부터 아기냥이를 키우고 있는데 여길 발견하게 됐네요. 울 냥이는 모래쓰던 거 데려와서(두달짜리니까 얼마나 썼겠어요) 납작한 바구니를 수채구멍 위에 올려놓고 볼일보게 하는데(지금은 신문지 크기를 줄여나가는 중이에요 현재는 손바닥만한 신문지는 있어야 하는 듯) 애가 좀 높은 곳도 잘 올라갈 정도가 되면 저도 변기훈련 시키고 싶네요.^^
지금은 변기 열어놓으면 올라가다가 퐁당 빠지곤 해요 으음
Commented by 샐리 at 2004/11/26 14:36
아룬 / 블로그 맨 위의 공지를 읽어주세요. 처음 온 분은 url을 남기셔야 합니다. (...처음 오자마자 썰렁한 반응에 섭섭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멀쩡히 써놓은 자기 말이 씹히는 사람의 심정도 생각해 주세요.)
Commented by 아룬 at 2004/11/26 18:54
네^^;; url이 뭘까 생각하고는 넘어갔는데 다른 글들을 읽어보니 자기 홈피를 말하는건가요? 없으면 없다고 말하라는 뜻이.. 저 홈피 없어요 그리고 냥이네에서 보구 왔어요 거기 라슈카로 글 가끔 올리는...
Commented by 샐리 at 2004/11/26 21:47
아룬 / url이라는 말을 모르시는 분도 계시는군요. 지적 감사합니다. 좀더 이해하기 쉽게 용어를 고쳤습니다.
환영합니다, 앞으로 자주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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