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음을 증명하는 길.

옛날에 TV에서 고양이를 많이 기르는 어떤 가정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중 한 고양이(A)가 터키시 앙고라 단모종이었던 것 같은데 눈이 오드아이로 굉장히 예뻤다. 온식구가 걔를 제일 예뻐하니까 대장인 아줌마 고양이(B)가 걔를 구박하기 시작, 왕따로 몰아갔다. 막 괴롭히고. 애들 주인인 그집 딸은 그럴 때마다 A를 데리고 작은 방에 숨었다. 헌데 딸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B가 어떻게든 창문을 열고 나타나서 A를 위협하곤 하는 것이었다. A는 항상 위축되어 살았고 주인딸은 그런 A가 항상 안타까웠다.

그러다 어떤 사람이 - 수의사였던가 - 해결책을 제시했다. 왕따당하는 애를 격리하지 말고 왕따하는 애를 격리하라는 것이었다. 지금 당신이 하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오히려 애를 더 위축시키는 일이라고.

정말 그렇게 왕따 주범을 가뒀더니 B는 엄청 당황하면서 방을 탈출하려고 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 상황은 역전되어 위축되는 건 B였다. 그래봐야 대장이라서 크게 위축되지도 않았지만 최소한 예전처럼 방약무인하진 않게 되었다. A는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해갔다. 결과가 끝까지 나오지는 않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A가 구박당하지도 B가 구박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프로그램은 끝났다.


나는 그때 그 프로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발상의 전환도 얻었다.

세상엔 목소리 큰 사람들이 이긴다는 거, 정말 맞는 말이다. 착하고 옳은 일을 했지만 소심한 사람들은 그 소심한 것때문에 허용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상대는 기세등등해지고, 그럼 다시 졸아들고, 악순환이다. 세상은 참 이상해서, 특히 인터넷에서 보면 어떤 문제가 일어난 사이트나 블로그의 주인은, 자신이 피해자인데도 홈을 닫아버리기 일쑤다. 가해자는 태연하게 웹을 활보하고, 안 그래도 가슴에 피멍이 든 피해자는 활동 폭이 오히려 좁아져버린다. 설령 그 가해자가 당시 몰매를 맞건 단죄를 당했건, 결과적으로는 그가 승리해버린 셈이 되는 것이다. 촘스키가 그랬던가, 베트남전에서 끝내 승리한 것은 미국이라고. 전후 30년간 지속적으로 베트남을 고립시키고 피말리면서 자신은 더욱 더 잘 먹고 잘 산 미국이라고.

그래서 가끔, 상처를 받고 블로그를 폐쇄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워진다. 이미 똥통이 되어버린, 짓밟혀 땜빵이 생긴 정원을 보면 혐오감이 드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아니고 세상과의 창을 아예 닫아버리면, 사람들은 그의 마지막 모습으로밖에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뿐만아니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채 그렇게 틀어박혀버리면 남는 건 우울함뿐이다. 감정은 밖으로 발설해야 치료될 수 있다. 이해받지 못하는 자가 얻을 수 있는 게 우울증밖에 더 있겠는가. 말해야 이해받을 수 있다. 위로받을 수 있다. 말하고 일하고 다시 웃고 떠들고 새로운 일로 땜빵을 메꿔나가다 보면, 어느 새 예전보다 더 아름다운 공간이 되어서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소심한 자보다는 당당한 자를 사랑한다.

어차피 모든 이에게서 사랑받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승리하는 것은 열심히 노력해서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더 많이 만드는 것. 그것이 아닐까.

물론 단 한 사람의 진정한 친구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친구와 더불어 넓게 펼쳐진 푸른 풀밭을 같이 감상할수 있다면, 더욱 더 행복하리라.



--------- 사랑을 주고받으면 고양이도 얼굴이 예뻐진답니다 *^^*

by 샐리 | 2004/09/21 00:44 | 생각 | 트랙백(1)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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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HANNE at 2004/09/21 15:35

제목 : 영원한 아웃사이더..
친한 동기넘이 항상 자신을 가리켜 지칭하는 말이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고독(?)을 즐긴다는 삐끄므리한 뜻으로 말을 한 것이데.. 실제 그넘은 아웃사이더라기 보다는 인사이더(?)라고 말을 하는 것이 더 어울릴 정도였다..(하지만 실제로 찬찬히 뜯어보면 아웃사이더 맞다..--*) 일본에서 나왔던가.. 이지메라는 말..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보편화되어 있고.. 초등학교를 보내야하는 아이가 있는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아기를 일찍 학교를 보내지 않는 이유가 나이가 한 살 적어 "왕따"당할까봐 두려워 ......more

Commented by 니케 at 2004/09/21 01:00
오,멋있는 글이네요~
^^
Commented by nobliz at 2004/09/21 01:08
그렇습니다... ^^ 샐리님은 고양이를 통해서 인생을 배워가시는 것 같은.. ^^;
Commented by YoshuA at 2004/09/21 01:11
공감했습니다. 종종 홈테러를 당하고 상처받고 비틀거리는 홈주인이나 블로그주인들을 볼 때면 "지면 안돼!! 끝까지 버텨내는거야!"라고 외쳐주고 싶어지곤 합니다...
Commented by Mizar at 2004/09/21 01:37
'승리와 패배'라고 굳이 규정을 하고 싶다면 그럴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블로깅이던 세상 사는일이던 하는 사람이 마음편하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저같은 소시민쯤 되면 세상에서 정의가 승리하는 것을 믿는다기 보다는 그저 오늘 아침에 무슨일이 있었고 내일은 좀더 귀찮은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정도의 생각이상은 귀찮아서 안하게 된답니다...

이게 옳고 저게 그르고를 따지는 것은 사실 의욕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지요..(흐흐)
Commented by Lucifer at 2004/09/21 02:24
공감합니다. 샐리님의 포스팅도, nobliz님의 덧글도 말예요 ^^
Commented by 깨몽 at 2004/09/21 02:52
그닥 비슷한 이유는 아니지만, 제가 속상해 하고 있다니까 친구가 '쫄지마' 그러더군요. 핫핫핫 고양이들 간의 싸움-식구들이 워낙 전쟁 중이라 --;; 에 대해서 전에 문의했을 때 공격하는 고양이를 케이지에 가둬서 벌을 주라고 어떤 분이 조언하시더군요.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보다 강력하게(?) 대처하기는 합니다.
Commented by 모나카 at 2004/09/21 03:45
다시 읽어도 역시 좋은 글이네요.
특히 끝쪽의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더 많이 만드는 것, 그것이 인생에서 승리하는 법이라는 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전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드는 노력을 별로 안 한 것 같아서, 반성하게 되네요. ^^
Commented by 위스테리아 at 2004/09/21 05:04
흐음, 가해자를 가두는 거군요... ..., 이쪽도 발상의 전환이 됐습니다. (끄덕끄덕)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D
Commented by xmaskid at 2004/09/21 05:26
그렇게 자꾸 마음 먹으려고 해도 점점 가기 싫어지는 곳이 생기겨서.... 전부터 동문보드에서 페미니즘 관련 논쟁들이 여러번 있었는데, 내가 자꾸 말하고 떠들어야 최소한 시선이라도 끌수 있다는걸 알기에 계속 해보지만, 결국은 굉장히 상처받아버리고, 한동안 그 보드를 떠나게 되고 그러더군요.
Commented by 샐리 at 2004/09/21 08:44
니케 / 감사합니다 ^^

nobliz / 고양이에게 많이 배우고 있죠 :)

YoshuA / 예, 저도 같은 심정이랍니다. :)

Mizar / 아, 미자 언니를 보고 한 말씀이 절대 아닙니다 ^^;;; 폐쇄하신 것도 아니고, 지금의 원칙 잘 이해하고 있고요. 자신의 원칙이 지켜질 수 없다면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은 그냥 껍질에 틀어박히는 것과는 다르지요.
실은 저건 저에게의 격려가 포함되는 얘깁니다. 보기 싫은 사람들을 찍소리 못하게 하는 길은 제가 잘 사는 수밖에 없다고요.
저 역시도 항상 웃으며 사는 게 제일 좋아요. 의욕이 있을 때나 따질 수 있다는 거, 옳은 말씀이에요. 하지만 역시 자신이 당하면 얘기가 달라지니까. 그땐 어떻게든 대처를 할 수밖에 없더군요.
아니 뭐, 지금 당했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겹쳐서 끄적여봤습니다.
Commented by 샐리 at 2004/09/21 08:44
깨몽 / 끄덕끄덕. 저도 제 공간이 아닌 곳에서 그런 일을 겪으면 눈치 슥 봐서 분위기가 아니다 싶으면 그냥 입 다물거나 샥 나와버립니다. 어차피 평행선일 땐 영원히 평행선이거든요. 저건 어디까지나 자기 공간일 때의 얘기입니다. 회사랑 집은 다르니까요.

모나카 / 음, 저라고 해서 딱히 노력했다는 건 아니고... 예전에 이상한 스토커들이 나타나서 왈왈거렸을 때의 경험인데, 전 제가 인기인이라고는 눈꼽 반만큼도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헌데 그 작자들이 하는 소리가, "조회수 많은 인기 블로그가 약소 블로그 탄압한다" 랑 "여기선 사람들이 참 말조심하네요" 라는 비아냥이었거든요. 그래서 "...그게 니네같은 인간말종을 응징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라는 벙찐 심정으로 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 블로그에 많은 사람들이 와주시는 것이 일종의 갑옷이며 힘이 되어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소(;) 블로그였으면 더 험한 꼴 당했겠구나 하고요. 그리고 생각했어요. 그런 몇몇 사람들보다 나를 좋아해주시는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그러니 신경쓰지 말자. 나는 나대로 길을 가면 되는 거야 하고요.
Commented by 샐리 at 2004/09/21 08:44
모나카 / 사실 당시에 그냥 확 닫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 위의 고양이 예가 제게 준 교훈이 굉장히 컸거든요. "나는 잘못한 거 없는데 왜 내가 피해야 돼? 억울해!!!" 그래서 "니들이 오지마!" 라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아이피 차단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그냥 말밖에 할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어쨌건 말이라는 것은 힘이 있잖아요. 언령이랄까. 그 왜 무단 쓰레기 투기도 '하지 마시오'라고 써붙인 곳은 한번쯤 더 생각해보게 되는 이치 말예요. 지들도 자존심이 있으면 재수없어서라도 안 오겠거니 라는 생각으로 선고했었죠. 여전히 찾아와주시는 많은 다른 좋은 분들을 보노라면 지금도 그때 제가 잘 판단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위스테리아 / 예. 저도 가해자를 가둔다는 얘기를 보고, 아 그래서 감옥이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 및 예비피해자를 격리(="밤에 돌아다니지 마라")하려는 여성대상범죄에 대한 사회의 시각은, 보호가 아니라 폭력이다 라는 걸 새삼 깨달았었죠.
Commented by 샐리 at 2004/09/21 08:44
xmaskid / 아예 말이 통하지 않는 곳은 그냥 떠나는 게 속이 시원합니다. 저 얘기는 자신의 공간(=집)에 대한 얘기였고요. 저 역시도 안 맞는 곳은 그냥 떠나버립니다. 세상에 좋은 곳 많잖아요 ^^ 또한 블로그라는 것이 참 좋다고 생각한 것이, 이제는 커뮤니티의 게시판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주절거림을 누군가가 봐줄 수 있다는 것 같습니다. 웹링 기능만 첨가되면 커뮤니티는 정말 필요없어질지도요 ^^
Commented by at 2004/09/21 09:46
대체적으로 보면, 수다스러워 입이 근지러운 사람들이 자기한테 신통치 않게 대한 사람 욕을 나불대다 서로 싫어하는 사람이 겹친다는 것을 깨닫다 -> 어머 나두 A가 싫은데 나도야 하하호호 어쩜 혼자도 아니고 우리가 같이 싫어하니까 A는 정말 나쁜 사람이죠, 마자마자 그러니깐 내맘대로 씹고 깎아내려도 돼 재*바가지가 틀림없다니깐 아이 참 남 얘기란 재미나지 오늘도 씹읍시다 하면서 놀다가, 자기네 우물 밖에서 평소 하던 짓이 통하지 않으면 그게 분해 트집 잡으며 열내는 모양입니다. 목소리만 키워서 깽판치면 이길 줄 알고. 너무 천박하고 저열하고 비겁한 일이죠. 그렇다고 무시하면, 상대가 점잖아서 똑같이 나오지 않는 건 모르고 뭔가 찔리니까 가만히 있겠지 하하호호 또 떠들자 하겠죠, 어처구니없게도. 이래저래 독이라고밖에...
Commented by at 2004/09/21 10:02
왜 저럴까 어떻게 하면 저런 행동이 설치는 걸 안 볼 수 있을까 조용히 자기를 갈고 닦는 걸로는 안되나 생각했었는데, 기본적으로 남을 깔아내려다 보려 하고 함부로 말하는 걸 즐기는 마음의 태도가 진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좋아하는 취미가 어디선가 겹치니까 온라인 어디선가 마주치는 걸 텐데, 취미가 비슷하다고 동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원수 보듯 하진 말아야 하련만. 아무튼 "진정한 친구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친구와 더불어 넓게 펼쳐진 푸른 풀밭을 같이 감상할수 있다면, 더욱 더 행복하리라." 좋은 말 가슴에 안고 갑니다. 독이 되는 말이 아니라, 어루만지는 말을 많이 하며 살도록 노력해야겠어요.
Commented by Mizar at 2004/09/21 10:04
그나저나 귀차니즘의 압박을 극복해야 사회가 밝아질 것같은데..;;
그런면에서 전 사회를 어둡게 만드는데 일조를 하는거 같아요..크크..;

(그나저나 날이 싸늘하군요.벌써 겨울인가;;)
Commented by 샐리 at 2004/09/21 12:40
쮸 / 나도 항상 강하고 싶다 의연하고 싶다 생각은 하는데 참 쉽지 않아요. 하지만 나와 친한 사람들일수록 내가 행복한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지 항상 어두운 얼굴로 땅파고 있는 꼴을 보이면 마음이 불편할 거예요. 그건 오히려 친한 사람들에게 예의가 아닐 수도 있겠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한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물론 그렇다고 힘든데 억지 웃음 지으라는 얘기가 아니라, 힘든 일 빨리 극복할수록 너도 좋고 나도 좋다는 얘기 ^^) 그래서 일부러라도 밝은 이야기를 한다는 호* 양이나 늘 부드럽고 온화하면서도 진취적인 이야기를 담아가는 그대의 공간을 보면 참 기분이 좋아요.
항상 감사하고 그대도 편안하기를~ ^^

Mizar / 글쎄요 ^^ 사람들이 게으르기 때문이 이마만큼 문명이 진보했다고도 할 수 있으니까, 꼭 자책하지 않으셔도 ^^a (모두가 부지런했다면 여태도 천리길을 걸어다녔을지 모르죠...)

그나저나 왜 아직도 음성 인식 전구 온오프 기능이 개발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불 끌 때마다 일어나는 거 너무 싫어요 ㅠ ㅠ
Commented by 꿈꾸는눈동자 at 2004/09/21 13:20
넘 멋져요!!! 맞는 말들이구요.
저 또한 샐리님의 글을 보고 발상 전환의 힌트를 얻었습니다.
Commented by 샐리 at 2004/09/21 13:52
꿈꾸는눈동자 / ^^
Commented by 테라네 at 2004/09/21 23:51
음..라라에 괴롭히는 꾸냥이랑 테라...니들 이제 괴롭히는 장면 발각되면 감금이다~~~
근데 그렇게 하면 꾸냥이랑 테라한테 미움받을까봐 심히 두렵긴하네요 -_-;;;
Commented by 샐리 at 2004/09/22 00:46
테라네 / 밥주는 사람을 미워하면 얼마나 하겠습니까. 아무튼 야단맞을 짓을 한 애를 벌줘야 합니다!!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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