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8월 02일
http://haime.egloos.com/653745
자막어 성립 사정 : "Where is she?"와 "울버린"의 향방.
<스파이더맨2>를 보노라면 중1 교과서(요새는 초1인가?)를 5과 정도 나간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영어 한마디가 들린다.
"Where is she?"
그리고 그 자막은 "메리는 어디 있지?" 라고 되어 있다.
혹자는 분개할지 모른다. "아니, 누가 메리인줄 모를까봐 저렇게 번역했어?"라고. 왜냐하면 우리는 영어 교과서에서 저런 문장은 "그녀는 어디 있지?"라고 해석하도록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우리는 실생활에서 '그녀'라는 3인칭 대명사를 얼마나 입에 올리는가?
거의 없을 것이다. <엽기적인 그녀>나 <최종병기그녀>처럼 아예 고유명사속에 들어있는 경우라면 모를까, 우리는 '그녀'뿐만 아니라 '그'라는 단어조차 3인칭 대명사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 "그가 어쨌다"라는 말을 한 기억이 있는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는 철저하게 3인칭 수식어로서만 기능한다. '그 애(걔), 그 남자, 그 양반, 그 여자, 그 기집애, 그 새끼, 그놈, 그 자식, ....' 등.
요새는 일본만화 덕에 '그녀'라는 단어에 여자친구라는 의미가 섞여버려서 '그녀'라는 말은 좀 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의 '그녀'는 순수 3인칭 대명사가 아니라 '여자친구'라는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여전히 3인칭 대명사 '그녀'는 한국의 구어체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따라서 대화를 번역하는 영화의 자막은 구어체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우리 귀에 뻔히 들리는 외국어 'he, she, 彼, 彼女'는 절대로 '그, 그녀'라고 번역되지 않고 '해리, 샐리, 하치, 포치....'등의 이름이나 '걔, 그놈, 그자식' 등의 유사 3인칭 대명사로 번역되는 것이다.
사실 평소 일본만화 번역서를 봐도 '그'와 '그녀'가 너무 많이 보인다. 나레이션이라면 괜찮다. 그건 문어체가 등장해도 괜찮으니까. 하지만 구어체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일상대화에서도 신나게 彼(he), 彼女(she) 같은 대명사를 사용할지 몰라도 우리나라는 아니니까.
그 지칭 대상이 대단히 특이한 사람이거나, 고풍스러운 시대극 등이라면 혹 예외를 둘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자기네 학교의 범생이 학생회장을 지칭하면서 '그는' 이라는 말을 쓰는 남자 고삐리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일본만화 번역한 걸 보면 '그는' 이라는 낯간지러운 문어체를 참 잘도 쓰고 있다. 정말 묻고 싶다. 당신은 학창 시절에 그런 말 썼느냐고. 사회에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사장을 씹을 때건 사장을 존경할 때건 남과 대화할 땐 전자는 '그 새끼'고 후자는 '그 분'이지 '그'라고 지칭하는 건 본적이 없다. 그런데도 일본원서에 그렇게 써있다는 이유로 기계적으로 '그'라고 번역한다. 난감한 일이다;
얘기가 좀 딴데로 샜는데, 아무튼 그래서 "Where is she?"는 "그녀는 어디 있지?"로 번역하면 안된다. 실제로 그런말 안 쓰니까. "영희 어디 갔냐?" 혹은 "걔 어디 있어?" 라고 묻지 "그녀 어디 갔지?"라고 안 묻지 않는가.
...사실, 진짜 문제는 대명사 처리가 아니다. 일본만화가 아니라 영어권 영화 번역에서는 저 문제는 거의 다 제대로 처리되고 있으니까. 문제는 이름의 통일성이다. 가령 <스파이더맨1>에서, 분명히 영화에서는 '메리제인'이나 '미스 왓슨'이라고 부르는 곳에서까지 죽어라고 자막은 '엠제이'로 떠서 꽤 난감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짜증났다. 관객이 저런 것도 모르는 줄 아는가 라고. <엑스맨>에서도 영화속에서는 계속 '로건'이라고 부르는데 자막은 죽어라고 '울버린'이다. 거참. 자기네 스스로 닉네임을 비웃는 영화에서 자막은 계속 닉네임으로 처리되는 것도 좀 우습지 않은지.
(...하긴 정말 웃긴 건 '허마이어니'를 '헤르미온느'라고 번역해야 하는 사태다; 정말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뭐, 혹평하는 사람들 말처럼 해리포터 영화를 보러 가는 대상이 정말로 다 원작 소설의 팬뿐이라면 그래도 좋겠지만 나처럼 소설과 무관하게 가는 사람은 그냥 원래 발음대로 이름 적어주지...라는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스파이더맨2에서 이름을 들리는대로 적어준 것은 그것이 <2>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미 1을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판단해서, 이름을 다양하게 적어주더라도 혼란해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거다. <1>에서라면, 아직 등장인물의 얼굴과 이름이 잘 매치도 되지 않았는데 웬 여자 이름이 계속 언제는 '엠제이'였다가 언제는 '메리제인'이 됐다가 하면 평소에 별로 영화를 안 보던 사람은 헷갈릴 수도 있다. 캐릭터 수가 많아지면 더욱 그렇다. 엑스맨을 생각해보라. 그 많은 캐릭터가 모두 이름이 2가지 아닌가! 퍼스트 네임과 성을 따로 생각하면 3가지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봤는데 언제는 '에릭'이고 언제는 '랜셔'고 언제는 또 '매그니토'면 "대체 저 영감탱이는 이름이 뭐야?!"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영화를 팔아먹으려면 그런 사람들까지도 다 관객 대상에 포섭해야 할테니, 대체 어디까지 들리는 그대로 이름을 표기해야 하는가는 굉장히 난해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의문. "하지만 그건 미국 관객도 마찬가지일텐데 왜 그 사람들은 그 이름 다 써도 알아듣고 우리나라에서는 한가지로 통일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그건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당신'이라는 2인칭 대명사조차 욕하면서 싸울 때 말고는 구어체에서는 잘 안 쓰인다. (정말 생각할수록 신기한 나라다; 이러니 한국말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말 중 하나지;) 미국 애들이야 원래 언제는 '에릭'이라고 불렀다가 언제는 '랜셔'라고 부르는 게 익숙한 문화에서 살고 있고 우리는 그렇게 안 살고 있으니까 낯선 것이다.
이 문제는 사실 일본서적을 번역할 때 가장 문제가 된다. 일본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은 '우에스기 타츠야'를 언제 '우에스기'라고 부르고 언제 '타츠야'라고 부르고 언제 '탓짱'이라고 부르는지 잘 알테지만 그런 사람은 적다. 게다가 '우에스기 타츠야'와 '우에스기 카즈야' 모두 동시에 '우에스기'로도 불리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앗, 얘도 우에스기인데 쟤도 우에스기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일본만화 전문 번역 출판사에서 쓰는 방법이 "모두 이름으로 통일해!" 다;; 그러니까 원작에서 어떻게 부르던 간에 무조건 '타츠야' '카즈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고육지책이긴 한데 그렇다고 문제가 없느냐 하면, 이게 형제를 둘다 '우에스기'라고 부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를 이용한 에피소드라도 나오면 대략 낭패가 되어버리니 문제다.
그 문제 때문에 빚어진 가장 우악스러운 에피소드는 바로 하이타니 겐지의 <모래밭 아이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대안교육 소설이었는데, 내용은 둘째치고 번역이 딱딱했고, 무엇보다도 사람들 이름이 모조리 '우에스기 타츠야'라는 식으로 풀네임으로 표기되어 참 보기 껄끄러웠다. '김영희'가 아니다. 일본 이름은 대개 7~8글자다. 그게 모든 캐릭터에서 그렇게 되니까 정말이지 뒤로 가면 더이상 읽을 의욕이 나지 않았다. ("제발 좀 어떻게 해줘!" 라고 외치고 싶어진다니까;)
...또 일본 만화 얘기로 새버렸는데; 아무튼 모양의 말에 따르면 바로 그 호칭의 통일성 문제로 반지의 제왕 팬들 사이에서 말들이 있었던가 보다. "관객이 바보인줄 아는가!"
헌데... 그게 정말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다. 모르는 사람, 헷갈리는 사람은 분명 있다. 모두가 원작을 알고 가는 게 아니다. 영화사 입장에서는 그 사람들도 고려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또 그게, 자주 안 나오는 이름이면 괜찮은데 <엑스맨>의 '로건'처럼 자주 나오는 이름을 무시하고 '울버린'으로 밀어붙이면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라도 나중에 가면 거슬리게 된다. 대체 그 경계선을 어디로 잡느냐가 그 영화사의 역량이 될 것이다. (번역자에게 지침을 줄테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쉬운 이름의 경우에는 들리는 대로 표기해주는 게 좋겠다. "로건" 같은 건 고작 두글자잖아? 게다가 주인공 이름이라 매우 자주 나오는데, 그런 건 좀 그냥 "로건"으로 표기해주지; 짜증난다구. 그래서 이번 스파이더맨2에서 1편처럼 모조리 "엠제이"로 밀어붙이는 만행을 중지하고 들리는대로 표기해줬을 때는 기뻤다. "메리제인"도 꽤 많이 나오는 이름이거든.
...사실 내가 진정으로 관객 무시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름마다 " "를 쳐주는 것이다. <스파이더맨2>에서는 사라졌던데, <해리포터3>에서는 다시 등장해서 "......" 을 찍었다. 자막 글자수 제한도 있는데 " " 로 한글자 칸을 잡아먹는 짓은 좀 관두지 그래; 아무리 무식해도 설마 이름을 못알아보겠나;
전에 한번 날렸던 글. 그래도 근성으로 다시 썼다.;; (당시와는 좀 달라졌지만)
"Where is she?"
그리고 그 자막은 "메리는 어디 있지?" 라고 되어 있다.
혹자는 분개할지 모른다. "아니, 누가 메리인줄 모를까봐 저렇게 번역했어?"라고. 왜냐하면 우리는 영어 교과서에서 저런 문장은 "그녀는 어디 있지?"라고 해석하도록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우리는 실생활에서 '그녀'라는 3인칭 대명사를 얼마나 입에 올리는가?
거의 없을 것이다. <엽기적인 그녀>나 <최종병기그녀>처럼 아예 고유명사속에 들어있는 경우라면 모를까, 우리는 '그녀'뿐만 아니라 '그'라는 단어조차 3인칭 대명사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 "그가 어쨌다"라는 말을 한 기억이 있는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는 철저하게 3인칭 수식어로서만 기능한다. '그 애(걔), 그 남자, 그 양반, 그 여자, 그 기집애, 그 새끼, 그놈, 그 자식, ....' 등.
요새는 일본만화 덕에 '그녀'라는 단어에 여자친구라는 의미가 섞여버려서 '그녀'라는 말은 좀 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의 '그녀'는 순수 3인칭 대명사가 아니라 '여자친구'라는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여전히 3인칭 대명사 '그녀'는 한국의 구어체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따라서 대화를 번역하는 영화의 자막은 구어체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우리 귀에 뻔히 들리는 외국어 'he, she, 彼, 彼女'는 절대로 '그, 그녀'라고 번역되지 않고 '해리, 샐리, 하치, 포치....'등의 이름이나 '걔, 그놈, 그자식' 등의 유사 3인칭 대명사로 번역되는 것이다.
사실 평소 일본만화 번역서를 봐도 '그'와 '그녀'가 너무 많이 보인다. 나레이션이라면 괜찮다. 그건 문어체가 등장해도 괜찮으니까. 하지만 구어체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일상대화에서도 신나게 彼(he), 彼女(she) 같은 대명사를 사용할지 몰라도 우리나라는 아니니까.
그 지칭 대상이 대단히 특이한 사람이거나, 고풍스러운 시대극 등이라면 혹 예외를 둘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자기네 학교의 범생이 학생회장을 지칭하면서 '그는' 이라는 말을 쓰는 남자 고삐리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일본만화 번역한 걸 보면 '그는' 이라는 낯간지러운 문어체를 참 잘도 쓰고 있다. 정말 묻고 싶다. 당신은 학창 시절에 그런 말 썼느냐고. 사회에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사장을 씹을 때건 사장을 존경할 때건 남과 대화할 땐 전자는 '그 새끼'고 후자는 '그 분'이지 '그'라고 지칭하는 건 본적이 없다. 그런데도 일본원서에 그렇게 써있다는 이유로 기계적으로 '그'라고 번역한다. 난감한 일이다;
얘기가 좀 딴데로 샜는데, 아무튼 그래서 "Where is she?"는 "그녀는 어디 있지?"로 번역하면 안된다. 실제로 그런말 안 쓰니까. "영희 어디 갔냐?" 혹은 "걔 어디 있어?" 라고 묻지 "그녀 어디 갔지?"라고 안 묻지 않는가.
...사실, 진짜 문제는 대명사 처리가 아니다. 일본만화가 아니라 영어권 영화 번역에서는 저 문제는 거의 다 제대로 처리되고 있으니까. 문제는 이름의 통일성이다. 가령 <스파이더맨1>에서, 분명히 영화에서는 '메리제인'이나 '미스 왓슨'이라고 부르는 곳에서까지 죽어라고 자막은 '엠제이'로 떠서 꽤 난감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짜증났다. 관객이 저런 것도 모르는 줄 아는가 라고. <엑스맨>에서도 영화속에서는 계속 '로건'이라고 부르는데 자막은 죽어라고 '울버린'이다. 거참. 자기네 스스로 닉네임을 비웃는 영화에서 자막은 계속 닉네임으로 처리되는 것도 좀 우습지 않은지.
(...하긴 정말 웃긴 건 '허마이어니'를 '헤르미온느'라고 번역해야 하는 사태다; 정말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뭐, 혹평하는 사람들 말처럼 해리포터 영화를 보러 가는 대상이 정말로 다 원작 소설의 팬뿐이라면 그래도 좋겠지만 나처럼 소설과 무관하게 가는 사람은 그냥 원래 발음대로 이름 적어주지...라는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스파이더맨2에서 이름을 들리는대로 적어준 것은 그것이 <2>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미 1을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판단해서, 이름을 다양하게 적어주더라도 혼란해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거다. <1>에서라면, 아직 등장인물의 얼굴과 이름이 잘 매치도 되지 않았는데 웬 여자 이름이 계속 언제는 '엠제이'였다가 언제는 '메리제인'이 됐다가 하면 평소에 별로 영화를 안 보던 사람은 헷갈릴 수도 있다. 캐릭터 수가 많아지면 더욱 그렇다. 엑스맨을 생각해보라. 그 많은 캐릭터가 모두 이름이 2가지 아닌가! 퍼스트 네임과 성을 따로 생각하면 3가지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봤는데 언제는 '에릭'이고 언제는 '랜셔'고 언제는 또 '매그니토'면 "대체 저 영감탱이는 이름이 뭐야?!"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영화를 팔아먹으려면 그런 사람들까지도 다 관객 대상에 포섭해야 할테니, 대체 어디까지 들리는 그대로 이름을 표기해야 하는가는 굉장히 난해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의문. "하지만 그건 미국 관객도 마찬가지일텐데 왜 그 사람들은 그 이름 다 써도 알아듣고 우리나라에서는 한가지로 통일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그건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당신'이라는 2인칭 대명사조차 욕하면서 싸울 때 말고는 구어체에서는 잘 안 쓰인다. (정말 생각할수록 신기한 나라다; 이러니 한국말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말 중 하나지;) 미국 애들이야 원래 언제는 '에릭'이라고 불렀다가 언제는 '랜셔'라고 부르는 게 익숙한 문화에서 살고 있고 우리는 그렇게 안 살고 있으니까 낯선 것이다.
이 문제는 사실 일본서적을 번역할 때 가장 문제가 된다. 일본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은 '우에스기 타츠야'를 언제 '우에스기'라고 부르고 언제 '타츠야'라고 부르고 언제 '탓짱'이라고 부르는지 잘 알테지만 그런 사람은 적다. 게다가 '우에스기 타츠야'와 '우에스기 카즈야' 모두 동시에 '우에스기'로도 불리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앗, 얘도 우에스기인데 쟤도 우에스기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일본만화 전문 번역 출판사에서 쓰는 방법이 "모두 이름으로 통일해!" 다;; 그러니까 원작에서 어떻게 부르던 간에 무조건 '타츠야' '카즈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고육지책이긴 한데 그렇다고 문제가 없느냐 하면, 이게 형제를 둘다 '우에스기'라고 부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를 이용한 에피소드라도 나오면 대략 낭패가 되어버리니 문제다.
그 문제 때문에 빚어진 가장 우악스러운 에피소드는 바로 하이타니 겐지의 <모래밭 아이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대안교육 소설이었는데, 내용은 둘째치고 번역이 딱딱했고, 무엇보다도 사람들 이름이 모조리 '우에스기 타츠야'라는 식으로 풀네임으로 표기되어 참 보기 껄끄러웠다. '김영희'가 아니다. 일본 이름은 대개 7~8글자다. 그게 모든 캐릭터에서 그렇게 되니까 정말이지 뒤로 가면 더이상 읽을 의욕이 나지 않았다. ("제발 좀 어떻게 해줘!" 라고 외치고 싶어진다니까;)
...또 일본 만화 얘기로 새버렸는데; 아무튼 모양의 말에 따르면 바로 그 호칭의 통일성 문제로 반지의 제왕 팬들 사이에서 말들이 있었던가 보다. "관객이 바보인줄 아는가!"
헌데... 그게 정말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다. 모르는 사람, 헷갈리는 사람은 분명 있다. 모두가 원작을 알고 가는 게 아니다. 영화사 입장에서는 그 사람들도 고려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또 그게, 자주 안 나오는 이름이면 괜찮은데 <엑스맨>의 '로건'처럼 자주 나오는 이름을 무시하고 '울버린'으로 밀어붙이면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라도 나중에 가면 거슬리게 된다. 대체 그 경계선을 어디로 잡느냐가 그 영화사의 역량이 될 것이다. (번역자에게 지침을 줄테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쉬운 이름의 경우에는 들리는 대로 표기해주는 게 좋겠다. "로건" 같은 건 고작 두글자잖아? 게다가 주인공 이름이라 매우 자주 나오는데, 그런 건 좀 그냥 "로건"으로 표기해주지; 짜증난다구. 그래서 이번 스파이더맨2에서 1편처럼 모조리 "엠제이"로 밀어붙이는 만행을 중지하고 들리는대로 표기해줬을 때는 기뻤다. "메리제인"도 꽤 많이 나오는 이름이거든.
...사실 내가 진정으로 관객 무시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름마다 " "를 쳐주는 것이다. <스파이더맨2>에서는 사라졌던데, <해리포터3>에서는 다시 등장해서 "......" 을 찍었다. 자막 글자수 제한도 있는데 " " 로 한글자 칸을 잡아먹는 짓은 좀 관두지 그래; 아무리 무식해도 설마 이름을 못알아보겠나;
전에 한번 날렸던 글. 그래도 근성으로 다시 썼다.;; (당시와는 좀 달라졌지만)
# by | 2004/08/02 01:08 | 번역어 성립 사정 | 트랙백(1) | 덧글(2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포로리. 이거 읽어보거라.
자막어 성립 사정 : "Where is she?"와 "울버린"의 향방. 우리의 과업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글이더라. 그럼. ...more
헤르미온느는 확실히 원작을 먼저 보고 인이 박혀버린 이름이라선지 아무리 지들끼리 "허마이어니"라고 백번을 불러도 활자로 그렇게 박히면 위화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에요 ^^; (비록 그 번역이 처음부터 잘못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하지만 원작을 안본 사람들은 음성으로 그렇게 들리는데 자막에 "헤르미온느"라고 박히는 것이 더 위화감이 들겠군요; 음음; 이것도 참 애매한 문제;
참고로 디비디판이나 케이블 번역엔 허마이어니라고 나온답니다 :)
개인적으로 샐리님의 말씀에는 공감합니다만 허마이어니로 읽고 소설에 헤르미온느라고 쓴다고 해서 크게 번역상의 문제다라던가, 비극이라고까지는 느껴지지는 않는데요..^^; 그런 케이스라면 가끔 영화에 등장하는 제 닉, Mizar도 영어권에서는 '마이자르'라고 읽어버리곤 하거든요.. -_-;; (개인적으로 영어권의 발음들은 지멋대로인데가 많아서 그려려니합니다만.)
결국 번역이란 앞서 라하님이 말하신 대로 정답이 없는 문제라 생각됩니다. 이 경우엔 그럴듯한 해석이 저 경우엔 엉뚱한 해석이 될 수도 있으니...이런 글을 볼 때마다 번역이란 작업이 가지는 무게에 대해 절감하게 되네요.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전 오만과 편견 BBC 드라마에서 다아시가 '리즈 양'이라고 부르는 게 매우 거슬렸습니다. 그나마 '양'을 붙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다시가 애칭으로 막 부르다니 너무 이상하다구요.
거기에 덧붙여 자신이 새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 호칭은 아니지만 자막 욕설의 신경지를 열었다는 "뽁큐!"의 전설도 있잖아. (근데 그게 조상구냐, 이미도냐?)
오리의 각인 문제는 나역시도 "양 웬리가 아니라 얀 웬리야!"라고 외치는 부류라서 이해는 하는데, 사실 그게 또 절대적인 건 아니더군. <반지의 제왕>의 세뇌가 어찌나 강력하던지 지금은 <반지전쟁> 쪽을 일부러 떠올려야 할 정도가 되어버렸으니까;; 소설 때문에 이름을 그렇게 썼겠지만 영화에서 소설과 별개로 허마이어니라고 갔으면 또 그게 3편쯤 됐을 땐 모두가 그러련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결국 워너 코리아가 첫단추를 어떻게 끼웠느냐가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지.
DVD를 볼일은 없을테고, 그래도 케이블 번역은 허마이어니라니 다행이구랴. :)
우유차 / 그렇죠. 아무래도 소설의 인기를 기반으로 마케팅을 하다보니 이름을 그렇게 했을테죠. 저도 1편 볼 땐 소설을 읽은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때라 그러련 하고 봤었거든요. 헌데 소설의 기억이 희미해지는 3편쯤이 되다보니 거슬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일본만화의 경우는 사실 꼭 그렇게 이름으로 통일해야 할까 라는 의문이 저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서울문화사는 원작의 호칭대로 가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거든요. (언제는 도우야로 부르고 언제는 아키라로 부르지만 모두 잘 알아듣지 않습니까;) 왜 학산만 꼭 그러는 건지; (대원도 그러던가요?)
개인적인 취향이겠습니다만 저는 귀에 '허마이어니'라고 들리는데 자막은 '헤르미온느'라고 나오는 건 좀 싫더라고요. 이건 예수처럼 세계 공통의 일반명사도 아니니 고유의 발음을 존중해주는 편이 좋지 않은가 싶거든요. 한글의 우수한 점은 로마자 언어권과 달리 거의 모든 발음이 표기가능하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에네르기와 에너지 둘다 표기가 가능한 훌륭한 글자를 갖고 있다면 활용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라는 주의라서요.
말씀하신 예시의 경우는 '어디로 데려갔어?' '누구 말야? 메리? 그웬?' 하고 반문하는 번역이 가능할 겁니다.
그나저나 이글루에 번역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분이 많은가봐요? 의외로 관심 표명하신 분도 많고 또한 다들 길고 진지한 덧글들이라 놀랐습니다. ^^;;
깃쇼 / 맞아요. 중매를 잘 서야 합니다;; 그러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하고 평소에 많이 고민도 해봐야겠죠.
그래도 잘 모르겠는 경우엔, 저는 창작자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스티븐 킹의 <편집자가 왕이다!>를 믿는 편입니다. 번역의 감수는 원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이름의 한국화 -> 일어 원어 표기의 과도기의 희생양은 많았죠; 유독 학산만 그랬고; 제가 정말 좋아했던 축구만화 <슛!>도 그 비극의 일원입니다;; 독시 전중 건이...오마이가뜨;
그런데 만화에서는 여자는 무조건 유키노, 남자는 무조건 아리마라고 부릅니다.
유키노 라는 것이 어감이 좋아서라고 생각되지만 확실히 오역이죠. 누구는 성, 누구는 이름이라니...
크리스 / 빙화가 3부는 책이 아니라 카페에서 연재만 하는 건가요? 그럼 자원봉사일텐데 대단하네요. 이름이 바뀐다면 사실 애매하긴 하겠어요. 안팔려서 3부도 안 내는 책의 1-2부를 재판내진 않을텐데;;
사실 그런 입장에서보면 '헤르미온느'라는 이름은 영국식 이름은 아니죠.
(그러므로 원어대로 읽어야 한다..라는 것도 우스울 수 있는겁니다.)
영국이름이라서 영국식으로 읽어버린게 아니라 써놓고 자기들편한데로 읽은게 그런 발음인 것입니다. 모르긴 해도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한 영화에서도 그나라 글로 써놓고 자기식으로 읽을 사람들이 바로 영국, 미국 사람들입니다.
톰과 탐의 경우도 세련됨의 기준이 변하신거라고 말씀하셨는데 탐이 더 세련되었다고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보다는 톰보다는 탐이 더 미국식발음에 입각했다는거죠. 은연중에 미국식 발음이 더 세련되거나 맞는 발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유의 발음에 입각하지 않는 행위는 사실,영 미의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원래의 어원이 있음에도 학명이나 사람의 이름등을 자기식으로 읽어버리는게 그네들이고 그거에 대해 뭐라고 하면, 자기들이 현실적으로 학계를 지배하고 있으므로 그점에 대해 더 말할 것이 없다는 식으로 나옵니다. 어쩌면 또다른 제국주의의 일면이라고 할 수 있겠죠.
말씀하신 부분도 제가 모르는 게 아닙니다. 아놀드 슈'왈'츠네거라고 읽는 게 그쪽 사람들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도 맘대로 표기하자! 가 대안이 될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Mizar 님의 이번 덧글을 읽고 느낀 점을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내 생각은 이렇다'라는 느낌보다는 '내가 가르쳐주겠다'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네요. 저는 '내 생각은 이렇다'라고 말하고 싶어서 글을 쓴 것뿐입니다. 논쟁을 하기 위해서도, 뭐가 옳고 그르다고 결론내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저는 영화관에서 '헤르미온느'라고 자막에 나오는 게 거슬리기에 그 구절을 쓴 것이고, 그건 사실 이 글의 주제도 아니에요. 제가 다른 의견을 제시해서 다시 쳇바퀴돌듯 덧글 논쟁이 이어지는 것은 바라는 바가 아니기에, 말씀하신 뜻은 잘 알겠으니 이쯤에서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라하 / '모기'라니 그거 정말 엄청나다;;;;
이름도 이름이고... 성이 '방울'입니까 그거?;;; (정말 엄청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