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오덕쿠스 BL필리아가 사는 곳

그 매듭은 누가 풀까.

 
...난 이래서 남자가 싫다. -_-;

이경자의 '그 매듭은 누가 풀까'의 알라딘 리뷰 중 웬 놈팽이가 쓴 리뷰 하나를 읽고 열받아서.


1. '집이 없어 돈이 없어 내가 오입질을 해 애들이 속을 썩여 대체 뭐가 불만이야!'

중산층 이상 주부(특히 전업)에게 쏟아지는 대표적인 힐난 중 하나다. 한마디로 복에 겨워서 별 트집 다 잡는다는 반응이다.
그럼 묻겠다. 이봐 남편씨, 댁 역시 같은 상황이잖아. 하지만 그렇게 행복해? '집있고 돈있고 아내가 잘 해주고 애들이 착한데' 당신은 정말 정말 그렇게 행복해? 그러는 당신은 뭐가 모자라서 친구들과 술집 가서 돈 탕진하고 여자 끼고 노래부르고 그러는데?
당신도 현실이 불만족스러운데 왜 아내는 불만을 가지면 안돼?

2. .[결혼 초에 정인호 남편 는 아내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타협안을 내놓았다. 살림은 가정부가 하고, 아이들도 가정부가 돌본다. 다만 집안 행사에는 참석해라 45쪽 ]이 정도면 이해심 많은 남편 아닌가? 하지만 손하영은 이 최소한마저 지키지 않았다. '시아버지 제삿날을 잊은 며느리. 제사에 참석한 날보다 잊은 날이 훨씬 더 많았다. 대부분 공연이거나 회의거나 연습이었다'이래놓고서는 다른 남자한두명이 아니다와 자고, 걸핏하면 이혼 생각만 한다. '혼자 살지 못할 것이 없었다....' 하영은 남편이 자신에게 무관심하다고 투덜대지만, 내가 보기에는 남편이 더 불쌍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남편 역시 다른 여자가 있었지만, 그게 하영의 무분별한 성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고 본다. 또하나. 아이들을 가정부가 키운다고 해도 최소한 할 도리는 해야 하지만, 하영은 이런 식이었다.[아이들은 어머니를 자신에게 돌려놓으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어머니는 언제나 냉정했다. 비켜 귀찮아 저리가...아이들은 어머니를 조금씩 미워하고 버리기 시작했다 317쪽 ]그래놓고서는 아이들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속상해 하고, 히스테리를 부린다.

...대체 이따위 글을 인용하는 것이 끔찍하지만 아무튼 한마디 하려니 인용할 수밖에;

a) 시댁 제사 안 챙기는 것이 그렇게 흠이야? 그 남편은 친정 제사는 잘 챙겨?
b) 하영의 성은 무분별하고 남편의 바람은 괜찮아?
c) 왜 애는 아내만 길러야 해? 남편은 뭐하는데?

왜 이 모든 것은 <아내가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 것>이 되는 거지? 남편은? 남편은 언제 그 최소한의 1/10이라도 했나? 남편은 안 해도 당연하고 아내는 그 모든 것을 하나라도 하지 않으면 비난받아야 하지?

맞바람을 찬성하는 건 아니다. 둘다 바람 안 피우는 게 제일 좋다. 하지만 하영을 비난하려면 남편도 같이 비난해라. 이 리뷰자에게 화가 나는 건 마치 공평한 척 태도를 취하면서 하영만 비난하는 것이었다.

모든 어머니들은 위대해. 그 뼈빠지는 시지프스의 무간지옥 노동을 해내지.
하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해서 당연한 게 아니야. 입발린 소리로 칭송한 뒤 뒤로 돌아서서는 '남편에게 아침에 밥을 안 차려줬으니 아내에게 가정 파탄의 귀책사유가 있다' 이런 소리 하지 마. 왜 그 남편은 손이 없어 발이 없어?
같은 논리를 적용하자면 남자들이 돈 벌어오는 건 매우 당연해. 그런데 왜 그건 그렇게 목에 힘주는데? 다른 남자 다 하는데 왜 목에 힘주면서 아내를 휘둘러?


근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 그러는 리뷰자 당신 역시 전신마비 환자 앞에서는 "열라 배부른 인간"인 건 알기나 하시는지.

적어도 내가 믿는 진리는 이거다. 고통과 고민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우리 모두 눈앞에서 심장에 대못이 박혀 죽어가는 사람이 있어도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프다. 그게 당연해. 실제로 우리는 나만 불행해서 타인의 불행에 무감각하지. 그리고 외면하지. 그건 본능이거든. 좋은 일을 반기고 나쁜 일을 꺼리는 건 인간의 본성이라구. 나무랄 수 있어? 딱지 치기 동네 리그에서 패배한 다섯살박이 아이가 '죽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그걸 비웃을 수 있어? 그 사람의 세계에서는 그게 얼마나 진실한데.
적어도 공평은 해야 할 것 아닌가. 내가 내 손톱 밑의 가시를 최우선으로 여기는만큼 남들도 그럴 것이라는 건 인정해야지.

혹시 당신은 자신이 너무 불행한 것 같아서 남들의 불행은 꼬숩냐? 당신보다 배부르고 잘 사는 사람들은 더 고통 받아야 마땅한 건가? 그럼 당신부터 재산 털어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한 뒤에나 그딴 소리 해.


.......저 평 쓴 인간이 한국의 보편적인 남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여자가 바로 저런 리뷰어같은 이기적인 남자의 마누라다. (그 사람이 남자 사이에서는 괜찮은 놈일 수도 있다. 꼭 여자 앞에서는 자기만 챙기려 들지)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 그 당연한 진리를 뱃살로 퉁겨내는 놈과 살면 시들시들 마를 수밖에나.
게다가 더 끔찍한 건 바로 주위 사람들이 '그만하면 괜찮은 남자잖아요' 하면서 여자가 욕심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알아주지 않는 고통은 원래의 고통보다 그 수위가 배가된다. 어찌 보면 차라리 폭력 남편의 아내가 그 고통을 주위에서 이해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좀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수많은 여자들이 그래서 우울증을 안고 화병 속에서 살아가지. 천불이 나는 내 속을 누가 알랴 하면서.

아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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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여자들이라고 다 이해해주는 거 아니야.
모든 시어머니는 아들과 며느리가 싸우면 아들 편이지.
마거릿 대처는 여권운동에서 도움받은 게 하나도 없다고 했지.

계급과 성별과 인종이라는 건 '나'의 이해관계 앞에서는 참 보잘것 없는 것이거든.

정규직 월급 10% 인상할 때마다 하청업체 직원과 비정규직은 죽어나지. 물론 그 상황은 정규직이 아니라 사측의 책임이지. 하지만 분열하는 건 결국 약자가 되지.

대부분의 집안 갈등에서 시아버지가 고고히 있을 수 있는 건 그 밑에서 알아서 치고박고 해주기 때문이야. 완충장치가 사라진 시아버지는...글쎄?

계모와 아이들이 다툴 때 아버지는 가만 있지. 갈등은 그 밑에서 이루어져. 왜냐고? 아이들은 영악하거든. 계모가 자기들 아버지 때문에 자기들보다 약자가 됐다는 걸 너무 잘 알아. 그래서 그 상황을 담보로 계모의 인내력을 한계까지 시험하지.
시어머니들은 아들과 결혼한 며느리의 상황을 잘 알아. 그래서 며느리의 인내력을 쥐어짜내지.
그 매개체는 '남자'야. 사실은 아이들도 시어머니도 '아버지' '아들'보다는 아래의 계급이지. 그래서 누가 더 권력자와 가까운지 헤게모니 싸움이 벌어져. 그러니 그 이전투구를 위에서 지켜보며 "저래서 여자들은"하면서 비웃지 마. 가증스러우니까. 너희의 권력은 이 망할 놈의 가부장 사회가 쥐어준 것이지 너희 스스로 쟁취한 게 아니야.


...이따위 글 끄적이니까 더 짜증난다. 육시럴;

by 샐리 | 2004/05/19 02:21 | 책, 영화, 드라마 등 | 트랙백(1)

Tracked from zoops 이야기 at 2004/05/19 09:45

제목 : 이봐 남편씨, 댁 역시 같은 상황이잖아. 하지만 그..
그 매듭은 누가 풀까. 음...샐리님의 포스트에 100% 동의하는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남편이 잘못된 행동을 한다고 해서 아내의 잘못된 행동이 용납되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어도 둘다 잘못인것이 분명한것 같다. 하지만 "이봐 남편씨, 댁 역시 같은 상황이잖아. 하지만 그렇게 행복해?" 이 말은 정말 마음에 너무너무 와 닿았다. 전혀 인식을 못하고 있었다가 더 맞을까?? 뭐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사귀는 그녀에게 나도 조금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것 같다. (우리는 집도 없고 돈도 없지만.......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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