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데이(시난)


공교육에서 분리되어 존재하는 사교육은 없다 잡다한 풍문

[정희준의 '어퍼컷'] "신해철, 지금 '쇼' 하나" - '진보 장사' 하는 '아티스트'들 (프레시안)

2월 26일에 나온 칼럼인데, 신해철의 새 해명이 나온 지금 읽어도 유효한 글인 것 같군요.

(전략) 박준형은 조선일보사가 만든다는 대중문화 웹진에 기고한 칼럼에서 "개그는 개그일 뿐인 것처럼 광고는 광고일 뿐"이라며 "투사도, 정치인도, 논객도 아닌 뮤지션 신해철에게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투정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했다.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한번 생각해 보자. 그 입시 학원은 왜 신해철을 광고 모델로 낙점해 단발광고도 아니고 아마도 수억 원의 거액이 들어갈 1년 계약을 맺었을까. 신해철이 히트곡 제조기라서? 인기 최고의 가수라서? 한류열풍의 주인공이라서?

아니다. 그 학원은 흘러간 대학생밴드 '무한궤도'에서 활동하던 신해철이나, 요즘 활동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도 없고, 대중적인 히트곡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중·고생들은 전혀 열광하지 않는 '넥스트'에서 음악 하던 신해철을 원한 게 아니다. 지금 신해철을 비판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신해철의 노래 중 히트곡이 뭔지도 모른다.

신해철이 거액의 광고 모델이 된 이유는 그가 가수라서가 아니라 이제까지 그가 내뱉었던 사회적 발언들, 특히 우리 사회 왜곡된 입시 교육을 맹공 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즉 그 입시 학원은 가수 신해철이 아니라 사회적 발언을 했던 신해철의 정체성을 돈 주고 샀다는 것이다. 이걸 뒤집어서 이야기해 보겠다. 신해철은 자신의 이제까지의 사회적 발언을 통해 돈을 번 것이다. '교육 팔아' 돈을 번 것이다. 결국은 '교육 장사' 한 것이다.

박준형은 "신해철에게 왜 투정하나"라며 신해철 비판자들을 비판했는데 그게 '투정'으로 비쳤다면 박준형은 자신의 눈을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게 아닌가 싶다. 신해철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예민한 쟁점인 교육 문제 가지고 자신의 이미지를 쌓으며 몸값을 올리다가 이를 일거에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켜 그의 말마따나 '광고 대박'의 행운을 챙겼다. 이는 교육을 자신을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는 당연히 비판 뿐 아니라 비난도 마땅하다. (후략)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은 정말 그렇죠. 박준형은 사람들이 "논객도 아닌 뮤지션 신해철에게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투정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했는데, 사람들은 지금 "뮤지션" 신해철에게 화내는 게 아닙니다. 그의 "뮤지션" 부분에는 관심없어요. 저 역시 신해철이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모릅니다. 그가 이제까지 '논객' '사회문제 발언자'로 활동해온 부분이 없었다면 신해철은 제게 문희준과 동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거예요. '연예인' 신해철의 팬이 아니면서 신해철을 좋게 인식해온 사람들은 대부분 저와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광고를 찍은 입시학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신해철이 새 해명에서 말한 대마초와 전라디언, 그 이미지를 과연 입시학원에서 사들였겠느냐 이겁니다. (전 그의 출신 어쩌고는 이번 해명에서 처음 들었네요. 그런 거 들먹이는 글은 한번도 못 봤는데) 입시학원에서 돈을 주고 사들인 것도 '교육문제비판자 신해철'이지 '연예인 신해철'이 아니라는 거죠. 사람들의 비난이 집중되는 것도 그 부분이고요. 저 칼럼을 쓴 정희준 씨 말처럼, "사회적 발언을 통해 돈을 번 것"을 가지고 "사회적 발언"에 대해 비판했더니 "뮤지션"이라고, 심지어 이번 문제와 상관도 없는 과거 경력과 지역감정까지 들먹이며 빠져나가려 하는 것은, 글쎄요, 논점일탈 아닌가요. 필요할 때만 뮤지션이려면 애초부터 노래만 부르지 뭐하러 논객 흉내는 냈나요?

자기는 사교육을 비판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그 부분도 한번 뜯어볼까요. 그 숱하게 많은 교육 비판 기사들을 한번 생각해보죠. 과연 '사교육'을 비판한 부분이 얼마나 됩니까? '사교육'을 비판하려면 어떻게 비판해야 하나요?

애들을 학원에 뺑뺑이 돌리는 학부모들의 행태? 그건 부모 탓이지 학원 탓은 아니죠.
애들을 학원에 뺑뺑이 돌리도록 만드는 공교육의 부실? 그건 무너진 공교육 탓이지 학원 탓은 아니죠.

<사교육만 단독으로> 비판할 수 있는 건더기는 사실 얼마 없어요. 기껏해야 학원비 비싸다(+비싼 주제에 강의가 부실하다), 정보에 어두운 학부모들을 겁줘서 애들을 학원 보내게 만든다 정도밖에는 없습니다. 사교육을 비판한다고요? 해보세요. 대체 "학원비 내려라" "강의 잘해라" "학부모 겁 좀 작작 줘라" 외에 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런데 그게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근간인가요?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근간은 <애들이 사교육에 내몰리는 현실>이지 <사교육> 그 자체가 아닙니다. <사교육> 그 자체로 독립되어 문제가 될 수 없어요. 그림으로 설명해보자면 이런 건데요.



한국 공교육의 문제는 사실 간단해요. 애들은 많고 일류대 정원은 적다는 거죠. 왜 학벌에 그렇게 목을 맬까요? 사회가 불안정하기 때문이죠. 미래를 예측할 수가 없으니 그나마 안전해보이고 방법을 아는 길로 몰리는 겁니다. 옙. 스펙 경쟁을 통한 철밥통 직장 획득이죠. 하지만 앞서도 얘기했다시피 좋은 직장 가질 수 있는 좋은 대학 정원은 적습니다. 그러니 길은 점점 좁아지고 험해지고 핏빛 가시밭길로 되어갑니다. 총체적 난국이죠.

애들이 24시간 경쟁에 내몰리는 것, 사교육이 팽창하는 것도 그런 좁은 문이 있기에 성립하는 것입니다. 사교육은 간단히 말해서 "우리 비행기 타면 좀 편하게 좁은 문을 통과하게 해줄게. (근데 돈은 좀 들어)" 라는 말을 하는 거죠. 좁은 문에 기생하는 수천수만가지의 비행기는, 피아노나 태권도 학원을 제외하면 다 그런 목적으로 떠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비행기만 욕을 하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비행기의 서비스를 욕한다고 애들이 24시간 경쟁에 내몰리는 사태가 나아지진 않거든요. 문이 좁은 게 문제니까요. 문이 좁으니 길도 좁아지고 지름길을 자처하는 비행기가 창궐하는 것이거든요.

거기서 신해철은, 자기가 여태 비판한 건 그 좁은 길이지 비행기가 아니니까 비행기 선전은 괜찮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요? 비행기가 애초에 어떻게 존립하는 건데요? 우리가 문제삼는 사교육은 피아노나 태권도처럼 학교에서 아예 안 가르치는 교양과목이 아니에요. 좁은 문 통과를 위한 도구로서의 사교육입니다. 문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종속물입니다. 애들을 24시간 경쟁으로 몰아넣는 그 좁은 문 경쟁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욕망에 가장 강력하게 부응하는 도구인 겁니다. 한마디로, 신해철이 비판해온 공교육 문제를 강화하면 했지 대안도 개선책도 될 수 없는 기생물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가 여태까지 비판해온 공교육은 사교육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나요?

<좁은 문>이라는 목적이 같은 공교육과 사교육에서, 공교육만 비판하고 사교육은 상관이 없다는 말을 하려면 한가지밖에 없습니다. <좁은 문>이라는 목적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좁은 문으로 가는 방법으로서의 교육>에서 공교육이 부실하다 → 즉 <좁은 문을 통과하려면 사교육이 좋다>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고서는 목적이 같은 두 교육에서 하나만 비판하고 하나는 괜찮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 신해철의 주장에서 의아한 것은 그것입니다. 그가 여태까지 해왔던 공교육 비판은 대체 뭡니까 그럼? 애들이 스펙경쟁에 목매는 건 OK고, 단지 공교육이 애들을 비효율적으로 가르쳐서 24시간 공부하게 만드는 게 문제고, 훌륭한 사교육학원은 공교육이 24시간 가르칠 걸 3시간이면 가르칠 수 있으니 좋다 이겁니까? 정말 주장하는 게 그런 겁니까?

...정말로, 여태까지 신해철이 주장해온 게 그런 얘기였던 겁니까?


글쎄요, 제가 보기엔 우리나라 주택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해온 인사가, 바로 그 주택 정책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떴다방 업체의 광고에 출연하는 거나 다를 게 없어보이는군요. 아 예, 물론, 출연할 수 있습니다. 목구멍은 포도청이니까요. 하지만, 표리부동하다는 비판은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예? 공공정책을 비판한 거지 사기업체인 떴다방을 비판한 건 아니니 괜찮다고요? 아 예. 그러세요. 당신은 그러세요. 전 아니니까요.

진중권에게도 살짝 실망입니다. 아 예, 목구멍은 포도청입니다. 2메가의 삽질정책을 비판한다고 해서 분양권 사고팔지 말라는 법 없습니다. 하지만 그걸 대대적으로 권하는 건 좀 다른 문제죠. 진중권씨를 예로 들자면 진중권씨가 정육점을 운영하면서 미국소도 같이 파는 것과, 미국소 CF에 나와서 전국 단위로 광고하는 건 다르단 겁니다.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니 불편해져서 끼어든 것 같은데, 목구멍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냥 가만히 계시는 게 더 좋았을 뻔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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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좀 이거 웃긴 얘기예요. 이렇게 떠들어놓고 보니 엄청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되는데, 사실 저는 교육 문제에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저 자신이 특목고를 나왔고, 제가 자식 낳았는데 공부를 잘하면, 그 녀석이 특목고 가겠다고 하면 보낼 것 같아요. (물론 그 당시의 입시 정책을 살펴봐야겠지만)

그래서, 신해철의 광고가 떴을 때는 놀라긴 했지만 뭔가 이유가 있겠지(아마 경제적 이유?) 하고 해명 인터뷰 같은 걸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그 해명은 1차 2차 모두 좀 실망스러운 것이었네요. 그의 견해 자체보다도, 그의 문제인식의 '깊이'가요. 사교육은 공교육에 기생해서만 성립한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학습목표를 확인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문제의 그 학원의 <학습목표>란 게 바로 애들을 24시간 쥐어짜는 '좁은 문'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고작 그 정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토록 큰 소리로 비판했던 건가 싶어서요.

하기야, 누구 말에 따르면 '뮤지션' 신해철이지 '논객' 신해철은 아니라고 하니, 이 기회에 '뮤지션' 신해철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논객' 신해철은... 글쎄요. '논객' 아니라고 했으니 앞으로는 논객으로 활동하지 않겠죠 뭐. 어차피 그 이미지는 이번 CF와 모두 맞바꿔 팔아버렸으니 더이상 남아있지도 않겠고요.

그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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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오거 2009/03/01 16:03 # 답글

    나의 라젠카는 헐값에 팔려버렸네요.

    ㅠㅠ
  • 샐리 2009/03/02 09:10 #

    아마도 본인은 이게 이렇게까지 사태가 커질줄 예상을 못했던 것 같아요. 다른 연예인의 반응을 봐도, "연예인"이지 "논객"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지금 사람들이 화내는 건 그의 연예인 부분이 아니죠. 그게 바로 비극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럴 때 가능한 수습책은 다른 분들도 많이 말씀하셨듯이

    1. 최민수처럼 "미처 생각 못했다. 생각이 짧았다. ㅈㅅ" 하고 숙인다.
    2. "ㅆㅂ 니들이 음반을 안 사니까 내가 돈이 없잖아" 하고 화낸다.

    ... 이 둘 중의 하나를 택했다면 지금보다는 수긍하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말이죠. 최소한 저는 2번이라면 전폭적으로 고개를 끄덕여줄 준비가 되어 있었거든요 -_;; 헌데 본인이 두 방법 다 그렇게 자기 자존심을 파는 능멸이라고 생각한다니, 별 수 없죠. 그의 스탠스에 맞춰서 까주는 수밖에 =_=;; 왜 밥벌이의 존엄함을 능멸이라고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나이 연배 아저씨들의 정서를 제가 아는 건 아니니까... 존중해(서 까)줄 수밖에요. 쩝.

    팬 분들이 안타깝습니다. 모름지기 <우상>이라면 팬으로 하여금 "나 xx 좋아해"라고 했을 때 최소한 그 팬을 쪽팔리지는 않게 해줘야 하는 것일진데... 당분간은 팬들도 민망할 것 같아요;;
  • 쓴귤 2009/03/01 17:28 # 답글

    신해철이 아주 열심히 그럴 듯한 반박 및 해명 논리를 개발하다가 자기가 생각해도 좀 허접하니까 버럭버럭 성질낸건 아닐런지. '난 원래 이래. 날 멋대로 규정하지마. 난 이런 사람이야' 라는 식으로 좀 비꼬는 분위기로 가자,

    ...이런 느낌? 이 정도의 느낌으로 글을 쓰려고 많이 노력했더군요. 뭔가 자기도 논리를 찾으려고 노력한 흔적도 보이고. 하지만 저도 아침에 읽고 좀 벙 쪘는데요. 대체 교육 문제에서 황폐화된 공교육 문제만 까고, 사교육은 관심이 없다, 사교육은 나의 비판을 받은 적이 없다는 말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건지 모르겠어요. 저도 샐리님하고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대체 공교육의 황폐화와 극심한 사교육이 동전의 앞뒷면이 아니라면, 뭔지;;

    어떻게든 애써본 것 같은데…

    '나는 근 미래에 뉴미디어를 이용한 홈스쿨링과 사교육이 지식의 전수를 담당하며, 가정과 공교육이 개인의 품성함양과 사회화를 맡는 형태로 교육의 시스템이 획기적인 변화를 맞을 것이라 본다. (학원에서 박터지게 공부한 후 '짜증나, 학교나 가야겠다' 이렇게 될 거라는...)

    이 부분이나 '어린이'와 '입시생' 은 다르다고 말한 부분 등에서 정말 빵빵 터졌습니다. 이 아저씨 그냥 교육 문제에도 별로 관심없고, 아는 것도 없고... 걍 폼나게 말하는 꼰대였을 뿐이었어요.
  • 샐리 2009/03/02 09:25 #

    그래도 그렇게 열심히 찾아낸(...) 돌파구가 먹히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맞아, 신해철은 사교육을 비판한 적은 없어- 하면서 말이죠. 헌데 그 반박논리를 보면서 그 얄팍함에 초라함을 느끼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게 비극이랄까요. 쓴귤님 말씀처럼 이건 동전의 양면이고 샴쌍둥이인데 말입니다. 그걸 어떻게 분리해서 논하자는 건지...;

    그 홈스쿨링과 사교육이 지식의 전수를 담당한다는 부분은 정말 여러모로 뿜게 만들더군요. 돈없는 가정은 대체 어쩌라고 -_;; 아무리 사람이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넘어서 생각하는 게 쉽지 않다지만, 저 정도로 문제의식이 얕을 줄은 몰랐어요. 말씀하신 대로 걍 폼나게 말하는 꼰대였구나 싶어 허탈하더군요.
  • 초록불 2009/03/01 18:13 # 답글

    잘 보았습니다.
  • 샐리 2009/03/02 09:23 #

    감사합니다 ^^
  • 야미 2009/03/01 18:52 # 답글

    잘 읽고 크게 공감하고 갑니다
  • 샐리 2009/03/02 09:23 #

    감사합니다 ^^
  • dejalo 2009/03/01 19:33 # 답글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 사태에 관심이 쏠려서 반응이 어떤가 이글루스를 둘러보다
    샐리님의 블로그에 방문하게 되었네요.

    제가 볼때 신해철의 교육문제에 대한 관점은 아래와 같은 두가지 문장으로 압축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사교육 예찬론자는 아니다. 내 생각에 사교육이란 자동차나 핸드폰 같은 것이다. 필요하면 쓰고 싫으면 안쓰면 되는 선택의 여지가 있으나, 공교육은 음식 같은 것이다. 없으면 죽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짜증과 불만은 늘 공교육을 향했다. 이 얘긴 길어지니 뒤편에서 한번 다시 하겠다."

    "*나는 투표권을 행사하는 나이가 16세로 낮춰줘야하고, 12세 이상은 ‘준 성인’ 이며 중학생 시기에 이 아이가 공부를 계속 할 것인지 기술을 배울 것이지가 거의 결정이 나야 한다고 믿는다. 공부는 미술, 음악처럼 타고난 재능이고 박터지게 공부하도록 선택된, 혹은 선택한 소수 외에는 인문학적 교양과 생계를 위한 직업 훈련이 주를 이뤄야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엘리트 교육을 목표로 하는 사교육에 부정적이지 않으나, 자신의 자녀가 ‘영재’일거라고 믿는 부모의 욕심들은 견제해야 된다고 본다.)"

    - 신해철씨의 글에서 인용-


    신해철씨는 자신의 글에서 공교육의 목적은 입시교육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문학적 교양과 생계를 위한 직업훈련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죠.
    따라서 그간 그의 교육에 대한 비판은 공교육 또는 학교가 이러한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포인트를 두었다고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그의 입장에서 사교육은 핸드폰이나 자동차와 같이 필요에 따라 지불능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호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죠.
    나에게 공부에 대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에게 맞는 학습방법을
    자신의 비용으로 구입하라는 것이죠.


    문제는 한국의 현실이 과연 그러하냐는 것인데, 유럽이라면 신해철씨의 발언이
    이렇게 문제가 될 리가 없겠지만 여긴 교육의 문제가 경제, 사회 문제와
    뒤죽박죽으로 엉켜있는 복잡한 한국이기에 이렇게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겠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신해철씨의 발언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고, 그의 교육에 대한
    관점을 생각해보면 그의 이번 행동과 글들이 이해못할 일도 아닌 것 같고, 이렇게
    욕먹을 만한 일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덧붙여서 정작 공교육의 목표에 대한 논쟁이나, 입시문제를 야기시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한 논쟁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신해철씨 개인의 언행불일치 문제에 대한
    비판만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아 그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 샐리 2009/03/02 09:52 #

    선택의 자유를 말하는 것은 쉽지만, 그 이전에 과연 그 선택이 얼마나 자유로운 선택권이 보장된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느냐를 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모든 사람이 온전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직업선택의 자유란 시키는대로 일할 자유와 굶어죽을 자유, 단 두가지인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사회적으로 실업이 그토록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비자발적 자유라는 거지요.

    신해철은 사교육이 기호품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한국 상황에서 현실을 무시한 이상론이거나 지극히 나이브한 현실인식에 불과합니다. 고작 12살에 자기 인생을 결정해야 한다는 신해철의 말도 놀랍지만, 지금도 그가 말한 나이와 그리 멀지 않은 나이에 기술을 배울지 박터지게 공부할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16세면 특목고/일반고/실업고를 결정할 수 있어요. 그런데 왜들 특목고를 가려고 하고 실업고를 안 가려고 할까요? 그건 사회가 기술자본보다는 성적자본을 축적한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공부 잘한 애들이 진로선택의 자유도 더 넓고 좋은 직업을 가질 기회도 많다는 현실 말입니다. 이번 신해철 논란에서, 말씀하신 '공교육의 목표에 대한 논쟁이나 입시구조를 야기시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한 논쟁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은, 사람들이 신해철을 이지메(;)하려는 게 아니라 애초에 신해철이 내놓은 주장이 얄팍해서 그런 문제를 다룰 여지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 자신부터가 이미 그런 현실을 무시한 채 구름 위의 얘기만 하고 있잖아요. 심지어, 지식 전수를 <돈없는 가정>에서는 불가능한 방식(홈스쿨링과 사교육)으로 하라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요. 그의 주장부터가 이미 모든 국민에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공교육의 상식적인 목표에서 백만광년쯤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 사태의 처음에는 말씀하신대로 신해철씨 개인의 언행불일치가 더 화제가 되었습니다만, 2차 해명이 나온 지금은 그보다는 신해철 주장이 가진 문제점을 비판하는 글을 저는 더 많이 봤습니다. 제 글에서도 전반부에 프레시안의 기사를 인용한 부분 말고 아래의 제 생각을 적은 부분은 그의 행동이 아니라 그의 주장에 대해 비판하고 있고요.

    dejalo 님도 부디 신해철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다 그의 언행불일치만 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주장에 대한 비판들도 봐주셨으면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 dejalo 2009/03/02 20:04 #

    아...물론 신해철씨의 해명글에 한국의 공교육현실에 대한 깊은 고뇌나 성찰이
    있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샐리님 말씀대로 문제인식의 깊이가 얕았다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그가 독일의 교육시스템(독일시스템을 언급하는 이유는 그가 말하는 공교육의 목표가
    독일의 시스템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아서 입니다. 물론 저도 자세하게는 모릅니다. 교양시간에
    잠깐 이야기를 들은 정도뿐이지요.)을 자세히 언급하면서 독일식으로 가야하지 않겠는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해도 그것이 해법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국의 입시문제의 근본 원인은 님의 말씀처럼 입시경쟁의 승자 5%에게 좋은 직업의 기회가
    더 많이 심하게 말하면 거의 독점되기 때문이죠. 그 말인 즉슨 입시경쟁의 결과가 미래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일생일대의 승부처가 된다는 말일 겁니다.

    바꿔말하면 입시문제는 한국사회가 입시경쟁의 95%의 패자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는
    경제적 파이의 분배의 문제이기도 하고, 그 패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문제이기도 하고,
    정부의 차원에서는 인적자원의 관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 패자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독일교육시스템이 아니라 그 할애비를 그대로 본떠 한국사회에 이식수술 한다고 해도 입시경쟁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 뻔하죠.

    샐리님 말씀대로 신해철씨의 이야기는 이상론일 뿐이고 교육문제에 대한 인식이 얕았을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그의 글에서 한국현실에 대한 통찰이나 해법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차라리 조용히 있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가 진보를 팔아서 돈벌이를 했다거나, 언행불일치하는 이중인격자라는 식의 비판은
    너무 나갔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물론 샐리님이 그러시진 않았습니다.^^) 그 말대로
    그는 사교육을 비판적이 없으며 그가 교육의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자세하게 들어본 일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의 문제인식이 얕고 이상론적이긴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했을 뿐이니까요.
    그리고 그의 생각을 자세히 들어본 적도 없으면서 먼저 이중인격자라고 시비걸며 그 얕은
    해명을 요구했던 것은 신해철 자신도 아니고 대중들입니다.

  • 샐리 2009/03/02 23:11 #

    에고... ^^;; 아무래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실 답변이 될 것 같은데요,

    저는 신해철이 언행불일치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 봤을 때, 그는 24시간 입시 풍토를 비판하면서 24시간 입시 풍토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는 학원의 광고를 했으니까요.

    물론 그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그는 이것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걸 모르고 했다 - 그러니 그의 잣대로는 언행불일치가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당사자의 주관적 잣대에만 판단의 기준을 넘겨준다면, 우리는, 예컨대 정치인의 표리부동도 비판할 수 없게 됩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가 언행불일치하는 줄 알고 그랬다고 말하겠어요? 이명박의 BBK가 세간의 조롱을 사는 것은 상식적으로 그가 몰랐다는 게 말이 안되기 때문이죠. 그러니 그가 거짓말을 하거나, 정말 몰랐다면 바보라고 하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신해철이 사회의 보통 상식과 같은 상식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의 교육 비판을 지지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받은 사회적 지지를 광고료로 교환했구요. 그래서 사람들이 화를 내자 이제와서 나의 상식과 너의 상식은 다르다? 정말 다르다면, 오히려 신해철은 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은데요. 자신의 것이 아닌 자산을 가지고 화폐를 획득했으니까요. 공돈이잖아요. 그리고 '자신만의 상식'에 대해 "당신 혼자 외계에서 살고 있냐?" 라는 비아냥을 당하는 것도 감수해야할 것입니다.

    그가 알면서 궤변을 늘어놓는 것이던, 정말로 그게 궤변인줄 몰라서 주장하는 것이든, 이제 와서는 그냥 어느 쪽이든 이명박의 BBK나 마찬가지로 느껴집니다. 거짓말이든, 바보이든. 어이없긴 둘다 마찬가지니까요.

    좋은 밤 되세요 ^^
  • dejalo 2009/03/02 23:25 #



    네....음..알겠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발언이라고..생각하는게

    샐리님과의 차이인 듯 합니다..;;

    혹시나 번거롭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
  • 샐리 2009/03/03 10:30 #

    각자 의견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저야말로 번거롭게 해드린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
  • 2009/03/01 20:2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샐리 2009/03/02 09:57 #

    감사합니다 ^^

    '고리대금업 퇴출이 꿈이라는 사람이
    <X쉬 앤 캐X>의 '무이자 무이자 무이자~'에 홀려서
    광고 찍었다고 말하는 거랑
    비슷한 정도' 입니까. 푸하하, 예시가 멋지십니다 >_<

    예, 저도 그 "학원의 <학습목표>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반했다"라는 대목에서
    비공개님이 말씀하신 예시 정도의 어이없는 인상을 받았습니다만,
    그래도 저 사람이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저런 말을 한다기보다는
    그냥 앞뒤 주장 끼워맞추려니 그렇게 주장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안 그러면 단순히 그냥 바ㅂ잖아요;;; ㅠㅠㅠ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진 않은데... 뭐, 진실은 저 너머죠.
  • Jules 2009/03/02 11:46 # 답글

    솔직히 변명을 하지 말지라는 생각이 제 감상입니다.
    뭣보다 신해철도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할 논리를 제대로 찾지못해
    변명을 어거지로 짜낸 것 같아요.
    이제 신해철이 어떤 말을 해도 "쾌변 독설"이 아니라
    "궤변 설사"로 느껴질 것 같습니다.
    (약간 지저분한 비유를 해서 죄송.. -_-;;)
  • 샐리 2009/03/02 14:37 #

    그렇죠. 차라리 말을 말던가, 갸리님(http://eggchild.egloos.com/2168190) 말씀처럼 딱 짧고 굵게 '왜 당신들 맘대로 나를 재단하냐. 나는 나다!'고만 했으면 나았을 것 같습니다. 그랬으면 사람들이 좀 떠들다 그냥 조용히 잊고 다른 이슈를 찾아 하희라처럼 떠났을텐데 말이죠;;;;

    그나저나 '쾌변 독설'과 '궤변 설사'의 댓구는 훌륭하군요! 'ㅁ' jules님 나이스 표현 >_<
  • 요요 2009/03/02 18:38 # 삭제

    궤변설사-_ㅠ)bbb
  • ExtraD 2009/03/02 22:42 # 답글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서도..^^;

    그 학원에서 산 것이 신해철의 사회적 활동의 가치(?)도 있겠지만, 그가 연댄지 고댄지 나왔다는 학벌쪽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그의 출신을 기억하는 학부모님들께 어필할 부분일테니까요.

    신해철 다음 타자는 김태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비싸서 현실화 되긴 힘들 것 같지만.
  • 샐리 2009/03/02 23:15 #

    신해철의 학벌...이 유명한가요? 시, 실은 저는 몰랐어요;;;;; 김태희가 서울대라는 건 아는데... 신해철의 학벌... 으음;;

    김태희 카드는 생각을 못 해봤는데 말씀듣고 생각해보니 꽤 흥미롭네요.
    만약 그 학원에서 처음부터 김태희를 광고로 썼다면 이 난리는 안 났겠죠. 하지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난리가 난 다음이니, 다른 연예인들이 선뜻 학원 광고에 나서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설령 학원에서 모델료를 지불할 수 있다고 해도 김태희 쪽에서 거절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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