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이 징한 논란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니, 한번 정리해볼 때가 되었다.
7월 말 8월 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된장녀 논란은, 사실 모두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듯이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어떻게 보면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우습다. 하지만 논란이 되었다. 왜 그랬을까?
된장녀의 개념 속에 일부 포함된 "남자를 뜯어먹는 년"이라는 개념은 굳이 된장녀 아니라 '빈대녀'나 '꽃뱀' 등 보다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굳이 '된장녀'라는 말이 등장해서 스타벅스와 엘라스틴을 공격하는 것은, 단지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된장녀란 빈대녀이기 때문이다"는 아니다. 이미 빈대녀라는 말은 있었고, 그 말은 아무에게도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을테니까. (물론 빈대남도 있다!는 반발은 불러오겠지만 적어도 지금처럼이야...;;)
기존에 있는 말이 아닌 된장녀라는 말이 탄생한 것은 그 안에 "서구식 소비지향의 삶을 추구하는 여성들(그들이 남자를 뜯어먹던 말던 상관없이)에 대한 적대감"이라는, 기존에 없던 개념이 포함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감정을 나타내는데 필요해서 생긴 신조어인 것이다.
사실 된장녀 타령에 동조한, 혹은 관망한 모든 남자들이 다 그녀를 따먹고 싶은데 그녀가 안 줘서, 혹은 따먹으려니 돈들어서, 욕한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욕망으로 자기 주제를 모르는 놈들도 부지기수이긴 하다.) 분명 말이 안되는 논란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 된장녀라고 지칭된 모호한 개념에 대한 '적대감', 그리고 그걸 씹는 세태에 대한 '통쾌감'을 일말이라도 느끼는 것은, 이를테면 김옥빈처럼 "할인카드 썼더니 ('할인품목'이라는 표시가 그대로 붙어있는 선물을 받은 것 같아서) 분위기 깬다" 라는 생각이 옳지 않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많은 여성들이 <감정적>으로는 그녀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안다고 마음이 다 따라주지는 않는 것이다.
왜 그런 걸까?
기본적으로는 나와 다른 것은 틀리다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본능에 있을 것이다.
가격이 문제여서 '된장녀'들이 공격당했던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 커피값이라고 해봐야 가장 비싼 게 6천원 정도밖에 안 한다. 그런데도 스타벅스 가는 것을 비난했다. 왜 그럴까? 자기가 그걸 안 좋아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좋아하는 남자들이 스타벅스 다니는 여자들을 욕할 거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자기가 가치를 안 두는 걸 남이 하니까 그걸 우습게 여긴 것이다.
내 경험을 고백하자면, 나는 네일아트라는 게 떴을 때, 내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하는 다른 여성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그래선 안된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여전히 "저 돈 아까운 짓을 왜 할까?" 라는 생각이, 가슴 밑바닥에 깔려있지 않다고는 말 못하겠다. 왜냐고? 내가 네일아트를 안 하니까. 잠깐 예뻐보이자고 며칠 지나지 않아 사라지는 그 짧은 효용성에 1만원 - 고작 1만원! - 이라도 투자하는 것은 나는 낭비로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자 여기서 생각해보자. <내가 하면 낭비>라고 생각하면서 <남이 하면 투자> 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물론 머리로야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진심의 '완전한 동의'는 불가능하다. 동의하면 나도 네일아트 했겠지 -_;; 그러므로 여기서 다시 이성이 필요한 거다.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자>라는 공자님 말씀이 말이다.
헌데, 이 단계까지 오려면 생각은 몇단계를 거쳐야 한다. 네일아트라는 게 맨 처음에 TV에 나왔을 때 느꼈던 맨 첫 감정인 "저런 거 왜 해?" 가 "할 수도 있지" 까지 바뀌려면 말이다. 일부러 의식하고 하지 않는한은 전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쟤네들 웃긴다"라는, 더 나쁜 반응으로 가버리기 쉽다.
하물며, 남자들은 '여자가 자기를 위해 돈 쓰는 것'을 '사치'라고 생각하도록 교육받고 자랐다. (실은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가정상(실제로 가정들이 그러하냐는 상관없다)은 "남자가 돈을 벌고 여자가 그 돈으로 살림을 꾸리는" 것이었으니까. 자기가 번 돈도 아닌데 자기를 위해 비싼 백을 사면, 여자가 쇼핑 중독에 빠졌다 소리가 나온다 --; 그러다보니 어느새 "여자가 자신을 위해 생활필수품 이상의 것에 돈들이면 사치다" 라는 인식이 박혀버렸다. (비슷한 예로, 자손양육의 효율성을 기리기 위해 남녀분담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자손양육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도 남녀분담을 따지게 된 세태를 생각해보면 된다. 최초의 목적은 사라지고 습관만 남는 현상이다.)
일찍이 SLR 동호회에서 남편이 디카 렌즈 기변에 수백만원을 쓰는 동안 여자는 낡은 냉장고 대신 양문형 냉장고를 사고 싶었지만 말도 못하고 있다가, 어느날 남편이 PDP TV 산다고 같이 쇼핑 나갔을 때 저도 모르게 냉장고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못박혀 있는 걸 남편이 보고는 깨달은 바 있어 렌즈 판 돈으로 냉장고를 사주는 실화가 올라온 적이 있었다. (관련기사) 사실, 그녀라고 "어휴, 자기 위해 쓰는 돈 조금만 쪼개서 냉장고 하나 사주지" 라는 생각 안 들었을까? 그런데 왜 말을 못했을까? 자기가 돈을 안 버니까. 그리고 낡긴 했어도 냉장고는 아직 돌아가니까. 말을 하면 "그 냉장고 아직 쓸만한데 왜 바꿔?" 라고 말을 들을테니까. 남편은 굳이 새 냉장고를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까.
─ 치사한가? 치사하지. 치사하고 말고. 한번 당해보라. 드럽다 -_- (남자들도 부모님에게 당해본 경험 많을 것이다. "아빠, 만화책 사게 돈 좀" "그런데 쓸 돈 없어!") 그래서 여성들도 돈을 벌기 시작한 요 몇십년 새, 여성들은 드디어 자기가 돈벌어 자신을 위해 돈을 쓰기 시작했다. 네일아트를 하고, 예쁜 옷을 사고,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고, 그러다 정도가 지나쳐서 카드빚 파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더 많은 여자들은 자기가 버는 한도 안에서 밥을 굶고 옷을 사거나 DVD를 사거나 뮤지컬을 보러 간다.
헌데 이게 낯설다. 위에서 나는 "여자들이 자기를 위해서 돈 쓰는 것 자체가 칭찬받지 못할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관습에 대해 짚은 바 있다. "저 여자들은 자기가 돈을 벌어서 쓰니 사치가 아니다" 라는 고차원(!)적인 생각보다는, "저년들은 쓸데도 없는 데 돈 쓴다"가 더 우선적으로 드는 게 여태 뿌리내린 고정관념이다. 그녀들이 돈을 벌거나 말거나는 그 다음 문제다. 된장녀라는 말이 맨 처음 물위로 떠올랐을 때 모두 "스타벅스 가는 된장녀!" 라고 외쳤던 걸 떠올려보라. "그 스타벅스 가는 돈을 우리가 내니까 된장녀"라고 한 것도, "자기 돈으로 스타벅스 가는 여자는 된장녀 아니다"라고 구분해서 욕한 거 아니다. 무조건 "스타벅스 가서 커피 처마시는 된장년!"이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최종 행위"를 욕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내 눈에는 가치없어 보이는 것에 돈쓰는 행위에 대한 경멸" + "여자들이 자기 자신에게 돈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합쳐져서, 짜증으로 발전한 것이다. 여자들이야 억눌려있던 욕망의 발현이니 "아 넌 여행? 난 구두"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남자들은 "저 여자들이 갑자기 왜 저래?" 하고 어안이벙벙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 관심사라는 것이 외제 수입문물이니, 욕할 명분도 딱 좋다.
─ 그래서 폭발했다. 한국 스타벅스의 가격이 유독 비싸다는 보도는, 그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에 가는 여자들에 대한 비난으로 돌변했고, 순식간에 된장녀 탄핵 구호가 전국에 들끓었다. 마치 그 옛날 산업혁명기 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울분을 기계를 때려부수며 풀었던 러다이트 운동처럼.
그게 작금의 된장녀 사태다. 된장녀의 개념이 그토록 아무 거나 다 끌어모은 온갖 오사리잡탕의 총집합이었던 것은, 그 분노의 대상이 그만큼 광범위했기 때문인 것이다. 무차별적인 증오, 짜증, 적개심. 그것은 수십만원짜리 명품이냐 수천원짜리 샴푸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니, 오히려 수천원짜리 커피였기 때문에 짜증이 더욱 축적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수백만원짜리 명품이야 비난할 명분이 비교적 확실하지 않은가. 그런데 커피는 뭐, 고작 5천원. 사치녀라고 비난하긴 너무 쪼잔하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하나하나가 모여 '여자들이 변해간다' 라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분이 되고 오히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수백만원짜리 명품보다도 더 광범위하게 여자들이 변하고 있다는 상징이 된다. 일시적 일탈이 아니라 상시적 변화라는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닌 수천원짜리 커피와 샴푸가 표적이 된 것은, 오히려 핵심을 예리하게 짚은 직관에서 나온 것이었던 것이다.
...그럼 어쩌냐고?
내버려두면 된다. 이미 시대의 흐름은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 중에서도 "대체 스타벅스 가는 게 무슨 문제냐?" 라며 된장녀라는 말에 코웃음을 치는 사람 - 즉 이탈자가 많이 나왔던 것은, 이것이 여성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사회적인 가치 개념이 바뀌어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러다이트 운동이 산업혁명을 잠깐 주춤거리게했을지는 몰라도 결국 시대의 흐름을 역행시키지는 못했듯이, 일시적인 된장녀 욕설이 여성들을 잠시 움찔하게 할지는 몰라도, 이미 가속화된 흐름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유행어가 탄생하고 사라져가는 인터넷에서, 된장녀 역시 그 수명이 길지는 않지 않을까?
그러니 여자들은, 남이사 된장녀라고 하건말건 상관없이 계속해서 굿굿하게 스타벅스를 가고 엘라스틴을 쓰고 아웃백을 가고, 하던대로 "나는 소중하니까"를 실천하면 되는 거다. 된장녀에 분개하던 남성들은... 같이 "나는 소중하니까"에 동참하면 어떨까? 여자들과 같은 취미를 가지라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방식대로 나아가면 되는 거다.
그게 적어도, 지금처럼 엄한 여자들을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것보다는 건설적이지 않을까. 작금의 세태가 답답하고 짜증난다는 건 알겠지만, 그래봐야 여자들이 멈추지도 않을테니 말이다.
─ 시대를 역행하는 러다이트 운동은 결국 실패하게 마련이다.
※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여자들보고 비싼 커피샵 가서 놀지 말라는 것은, 다른 대체 장소를 주지 않는 한 "여자들은 쓸데없이 돈쓰고 수다떨지 말고 집으로 들어가!"라는 말과 다를 게 없다. 여자들끼리 술집에 가서 술먹고 놀면 예쁘게 봐줄거야? 정말? 여자가 담배 피우는 것도 그렇게 눈꼴시어 하면서?
불과 반세기, 아니 사반세기 전만 해도 여자들에겐 집밖에서 마음놓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스타벅스가 그토록 각광받았던 것은 "우리도 놀 곳이 필요하다"라는 그 욕망에 제대로 부응한 덕분이기도 하다. 나는 스타벅스 커피가 맛이 없지만, 여자들끼리 마음놓고 오래오래 수다떨기에 그만한 장소도 달리 없다.
※ 추천 기사 : 심리학자가 본 '된장녀'열풍 "나와 다르면 용서못해"
7월 말 8월 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된장녀 논란은, 사실 모두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듯이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어떻게 보면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우습다. 하지만 논란이 되었다. 왜 그랬을까?
된장녀의 개념 속에 일부 포함된 "남자를 뜯어먹는 년"이라는 개념은 굳이 된장녀 아니라 '빈대녀'나 '꽃뱀' 등 보다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굳이 '된장녀'라는 말이 등장해서 스타벅스와 엘라스틴을 공격하는 것은, 단지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된장녀란 빈대녀이기 때문이다"는 아니다. 이미 빈대녀라는 말은 있었고, 그 말은 아무에게도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을테니까. (물론 빈대남도 있다!는 반발은 불러오겠지만 적어도 지금처럼이야...;;)
기존에 있는 말이 아닌 된장녀라는 말이 탄생한 것은 그 안에 "서구식 소비지향의 삶을 추구하는 여성들(그들이 남자를 뜯어먹던 말던 상관없이)에 대한 적대감"이라는, 기존에 없던 개념이 포함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감정을 나타내는데 필요해서 생긴 신조어인 것이다.
사실 된장녀 타령에 동조한, 혹은 관망한 모든 남자들이 다 그녀를 따먹고 싶은데 그녀가 안 줘서, 혹은 따먹으려니 돈들어서, 욕한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욕망으로 자기 주제를 모르는 놈들도 부지기수이긴 하다.) 분명 말이 안되는 논란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 된장녀라고 지칭된 모호한 개념에 대한 '적대감', 그리고 그걸 씹는 세태에 대한 '통쾌감'을 일말이라도 느끼는 것은, 이를테면 김옥빈처럼 "할인카드 썼더니 ('할인품목'이라는 표시가 그대로 붙어있는 선물을 받은 것 같아서) 분위기 깬다" 라는 생각이 옳지 않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많은 여성들이 <감정적>으로는 그녀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안다고 마음이 다 따라주지는 않는 것이다.
왜 그런 걸까?
기본적으로는 나와 다른 것은 틀리다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본능에 있을 것이다.
가격이 문제여서 '된장녀'들이 공격당했던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 커피값이라고 해봐야 가장 비싼 게 6천원 정도밖에 안 한다. 그런데도 스타벅스 가는 것을 비난했다. 왜 그럴까? 자기가 그걸 안 좋아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좋아하는 남자들이 스타벅스 다니는 여자들을 욕할 거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자기가 가치를 안 두는 걸 남이 하니까 그걸 우습게 여긴 것이다.
내 경험을 고백하자면, 나는 네일아트라는 게 떴을 때, 내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하는 다른 여성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그래선 안된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여전히 "저 돈 아까운 짓을 왜 할까?" 라는 생각이, 가슴 밑바닥에 깔려있지 않다고는 말 못하겠다. 왜냐고? 내가 네일아트를 안 하니까. 잠깐 예뻐보이자고 며칠 지나지 않아 사라지는 그 짧은 효용성에 1만원 - 고작 1만원! - 이라도 투자하는 것은 나는 낭비로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자 여기서 생각해보자. <내가 하면 낭비>라고 생각하면서 <남이 하면 투자> 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물론 머리로야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진심의 '완전한 동의'는 불가능하다. 동의하면 나도 네일아트 했겠지 -_;; 그러므로 여기서 다시 이성이 필요한 거다.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자>라는 공자님 말씀이 말이다.
헌데, 이 단계까지 오려면 생각은 몇단계를 거쳐야 한다. 네일아트라는 게 맨 처음에 TV에 나왔을 때 느꼈던 맨 첫 감정인 "저런 거 왜 해?" 가 "할 수도 있지" 까지 바뀌려면 말이다. 일부러 의식하고 하지 않는한은 전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쟤네들 웃긴다"라는, 더 나쁜 반응으로 가버리기 쉽다.
하물며, 남자들은 '여자가 자기를 위해 돈 쓰는 것'을 '사치'라고 생각하도록 교육받고 자랐다. (실은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가정상(실제로 가정들이 그러하냐는 상관없다)은 "남자가 돈을 벌고 여자가 그 돈으로 살림을 꾸리는" 것이었으니까. 자기가 번 돈도 아닌데 자기를 위해 비싼 백을 사면, 여자가 쇼핑 중독에 빠졌다 소리가 나온다 --; 그러다보니 어느새 "여자가 자신을 위해 생활필수품 이상의 것에 돈들이면 사치다" 라는 인식이 박혀버렸다. (비슷한 예로, 자손양육의 효율성을 기리기 위해 남녀분담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자손양육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도 남녀분담을 따지게 된 세태를 생각해보면 된다. 최초의 목적은 사라지고 습관만 남는 현상이다.)
일찍이 SLR 동호회에서 남편이 디카 렌즈 기변에 수백만원을 쓰는 동안 여자는 낡은 냉장고 대신 양문형 냉장고를 사고 싶었지만 말도 못하고 있다가, 어느날 남편이 PDP TV 산다고 같이 쇼핑 나갔을 때 저도 모르게 냉장고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못박혀 있는 걸 남편이 보고는 깨달은 바 있어 렌즈 판 돈으로 냉장고를 사주는 실화가 올라온 적이 있었다. (관련기사) 사실, 그녀라고 "어휴, 자기 위해 쓰는 돈 조금만 쪼개서 냉장고 하나 사주지" 라는 생각 안 들었을까? 그런데 왜 말을 못했을까? 자기가 돈을 안 버니까. 그리고 낡긴 했어도 냉장고는 아직 돌아가니까. 말을 하면 "그 냉장고 아직 쓸만한데 왜 바꿔?" 라고 말을 들을테니까. 남편은 굳이 새 냉장고를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까.
─ 치사한가? 치사하지. 치사하고 말고. 한번 당해보라. 드럽다 -_- (남자들도 부모님에게 당해본 경험 많을 것이다. "아빠, 만화책 사게 돈 좀" "그런데 쓸 돈 없어!") 그래서 여성들도 돈을 벌기 시작한 요 몇십년 새, 여성들은 드디어 자기가 돈벌어 자신을 위해 돈을 쓰기 시작했다. 네일아트를 하고, 예쁜 옷을 사고,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고, 그러다 정도가 지나쳐서 카드빚 파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더 많은 여자들은 자기가 버는 한도 안에서 밥을 굶고 옷을 사거나 DVD를 사거나 뮤지컬을 보러 간다.
헌데 이게 낯설다. 위에서 나는 "여자들이 자기를 위해서 돈 쓰는 것 자체가 칭찬받지 못할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관습에 대해 짚은 바 있다. "저 여자들은 자기가 돈을 벌어서 쓰니 사치가 아니다" 라는 고차원(!)적인 생각보다는, "저년들은 쓸데도 없는 데 돈 쓴다"가 더 우선적으로 드는 게 여태 뿌리내린 고정관념이다. 그녀들이 돈을 벌거나 말거나는 그 다음 문제다. 된장녀라는 말이 맨 처음 물위로 떠올랐을 때 모두 "스타벅스 가는 된장녀!" 라고 외쳤던 걸 떠올려보라. "그 스타벅스 가는 돈을 우리가 내니까 된장녀"라고 한 것도, "자기 돈으로 스타벅스 가는 여자는 된장녀 아니다"라고 구분해서 욕한 거 아니다. 무조건 "스타벅스 가서 커피 처마시는 된장년!"이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최종 행위"를 욕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내 눈에는 가치없어 보이는 것에 돈쓰는 행위에 대한 경멸" + "여자들이 자기 자신에게 돈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합쳐져서, 짜증으로 발전한 것이다. 여자들이야 억눌려있던 욕망의 발현이니 "아 넌 여행? 난 구두"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남자들은 "저 여자들이 갑자기 왜 저래?" 하고 어안이벙벙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 관심사라는 것이 외제 수입문물이니, 욕할 명분도 딱 좋다.
─ 그래서 폭발했다. 한국 스타벅스의 가격이 유독 비싸다는 보도는, 그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에 가는 여자들에 대한 비난으로 돌변했고, 순식간에 된장녀 탄핵 구호가 전국에 들끓었다. 마치 그 옛날 산업혁명기 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울분을 기계를 때려부수며 풀었던 러다이트 운동처럼.
그게 작금의 된장녀 사태다. 된장녀의 개념이 그토록 아무 거나 다 끌어모은 온갖 오사리잡탕의 총집합이었던 것은, 그 분노의 대상이 그만큼 광범위했기 때문인 것이다. 무차별적인 증오, 짜증, 적개심. 그것은 수십만원짜리 명품이냐 수천원짜리 샴푸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니, 오히려 수천원짜리 커피였기 때문에 짜증이 더욱 축적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수백만원짜리 명품이야 비난할 명분이 비교적 확실하지 않은가. 그런데 커피는 뭐, 고작 5천원. 사치녀라고 비난하긴 너무 쪼잔하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하나하나가 모여 '여자들이 변해간다' 라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분이 되고 오히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수백만원짜리 명품보다도 더 광범위하게 여자들이 변하고 있다는 상징이 된다. 일시적 일탈이 아니라 상시적 변화라는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닌 수천원짜리 커피와 샴푸가 표적이 된 것은, 오히려 핵심을 예리하게 짚은 직관에서 나온 것이었던 것이다.
...그럼 어쩌냐고?
내버려두면 된다. 이미 시대의 흐름은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 중에서도 "대체 스타벅스 가는 게 무슨 문제냐?" 라며 된장녀라는 말에 코웃음을 치는 사람 - 즉 이탈자가 많이 나왔던 것은, 이것이 여성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사회적인 가치 개념이 바뀌어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러다이트 운동이 산업혁명을 잠깐 주춤거리게했을지는 몰라도 결국 시대의 흐름을 역행시키지는 못했듯이, 일시적인 된장녀 욕설이 여성들을 잠시 움찔하게 할지는 몰라도, 이미 가속화된 흐름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유행어가 탄생하고 사라져가는 인터넷에서, 된장녀 역시 그 수명이 길지는 않지 않을까?
그러니 여자들은, 남이사 된장녀라고 하건말건 상관없이 계속해서 굿굿하게 스타벅스를 가고 엘라스틴을 쓰고 아웃백을 가고, 하던대로 "나는 소중하니까"를 실천하면 되는 거다. 된장녀에 분개하던 남성들은... 같이 "나는 소중하니까"에 동참하면 어떨까? 여자들과 같은 취미를 가지라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방식대로 나아가면 되는 거다.
그게 적어도, 지금처럼 엄한 여자들을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것보다는 건설적이지 않을까. 작금의 세태가 답답하고 짜증난다는 건 알겠지만, 그래봐야 여자들이 멈추지도 않을테니 말이다.
─ 시대를 역행하는 러다이트 운동은 결국 실패하게 마련이다.
※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여자들보고 비싼 커피샵 가서 놀지 말라는 것은, 다른 대체 장소를 주지 않는 한 "여자들은 쓸데없이 돈쓰고 수다떨지 말고 집으로 들어가!"라는 말과 다를 게 없다. 여자들끼리 술집에 가서 술먹고 놀면 예쁘게 봐줄거야? 정말? 여자가 담배 피우는 것도 그렇게 눈꼴시어 하면서?
불과 반세기, 아니 사반세기 전만 해도 여자들에겐 집밖에서 마음놓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스타벅스가 그토록 각광받았던 것은 "우리도 놀 곳이 필요하다"라는 그 욕망에 제대로 부응한 덕분이기도 하다. 나는 스타벅스 커피가 맛이 없지만, 여자들끼리 마음놓고 오래오래 수다떨기에 그만한 장소도 달리 없다.
※ 추천 기사 : 심리학자가 본 '된장녀'열풍 "나와 다르면 용서못해"





덧글
황금숲토끼 2006/08/12 05:28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예, 확실히 그런 면이 있지요. 사실 내버려두면 되는 문제이기도 한데 굳이 사람들이 끄집어내어 (무려 그런 찌질이들을 은근히 옹호하기까지 해 가며!) 사회 현상이라는둥 문화라는둥 하며 말하는 것도 좀 그랬더랬습니다. 러다이트 운동과, 확실히 비슷한 데가 있지요. 제가 남녀관계쪽을 집중저으로 파헤친 이유 중 하나는, 시중에 나와 있는 글들이 지나치게 스타벅스와 엘리스틴과 섹스 앤더 시티에 집착하고 있느라, 황당할 만큼 단순한 어떤 부분은 다루지 않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것도 몹시 큰데 말입니다.좋은 하루 되세요 >.<
yayar 2006/08/12 05:56 # 삭제 답글
맞아요. 도둑놈 심뽀예요. 여성들이 자기네들 맘대로 안되니까 자기들과 다른면들을 모두 저급한 것으로 취급해서 여성들을 주눅들게 만든 다음에 자기들 맘대로 통제하고 싶은 욕망. 스타벅스 가는 여성들이 스타벅스 커피 몇잔에 (자기들에게)쉽게 넘어오는 여성들이었다면 된장녀는 만들어지지 않았겠죠?(마지막 포스팅으로 올리신 것 같군요. 블로그 운영은 당분간 접으시더라도 다른 블로그들에서 답글로라도 계속 만나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샐리 2006/08/12 09:39 # 답글
황금숲토끼님 / 제가 내버려두면 된다고 말한 것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앞장서서 된장녀의 허구를 신나게 때려댄 덕이지요 ^^ 마지막으로 관뚜껑 덮으면서 '상대할 가치도 없어. 훗 ㄱ(-_-)┌' 이라고 해준 거랍니다. 황토님의 시원한 글 정말 속이 후련했습니다. ;)이제 공박이 어느정도 이루어졌으니 내버려둬도 된다는 자신감과, 또한 스타벅스 갈때 괜히 저도모르게 위축된다는 소심한 여성들에게 당당해도 된다는 자신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그 찌질이들이 화내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은근한 옹호마저 있길래, '그래 그 찌질이들 심정 이해한다니까. 하지만 그래도 소용없다구' 라는 말을 하고 싶었죠. :) (너무 늦게 글이 완성됐지만;;)
+ 동X곰님이 말씀 전해주셔서 여기가 대체 왜 이 사단이 났는지 알게 됐습니다. 여길 "포털 칼럼인줄 아는" 놈들이 많았던 것이군요 orz 예리한 통찰 감사합니다 OTL
샐리 2006/08/12 09:40 # 답글
yayar님 / 예. 아무래도 총괄적으로 정리하는 글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따먹지 못해서 "저 포도 신포도 크아아~"를 외쳤던 놈들뿐만 아니라, '여자들이 그러는 행동 자체가 천박해서 그 여자들과 상관없이 사는 남자들도 짜증내는 거다' 라는 주장도 있었던 까닭에, 그럼 그게 왜 당신눈에 천박해보이는가를 짚어줄 필요가 있겠더군요. (그 부분을 특히 저 기사가 매우 잘 짚어줬기에 링크했습니다)...문닫은 뒤에 완성되어버려서 안습이지만요 OTL 그래도 이렇게 대문 뒤에라도 올려놨으니, 몇분이라도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
(야야님 댁에서 종종 뵙겠습니다 ^^)
도라지 2006/08/12 10:26 # 답글
맞는 소리입니다. 속 시원한 분석이고 지금도 넷상에서 찌질대는 인간들에게 한번씩 읽어보라고는 하고 싶지만 그들이 그 글을 읽고 뿜어낼 찌질함과 독기를 샐리님이 견딜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페미니즘이 뭔지도 모르는 주제에 누구는 꼴페미네 진정한 페미니즘은 이런게 아니네 라고 떠드는 X신들이나 여성가족부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면서 그 예산 남자들을 위해 쓰라고 X랄 해대는 인간들 한테 전 이미 오래전 부터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기에 그들을 설득하거나 그들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을 그만뒀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샐리님의 용기와 열성에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것을 끊임없이 시도 하시는구나. 샐리님 같은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한발자국 씩이라도 나갈수 있는 거겠지 하구요.
샐리 2006/08/12 10:48 # 답글
도라지님 / 과, 과찬이세요 ^^;; (미, 민망;;;;;) 사실 저도 제가 짜증이 나서 내 짜증 푸느라 씹어대는 것뿐이지, 별로 그런 사람들 보여주고 의사소통할 생각 없었거든요. 근데... 어휴. =_=실은 어느 분이 '포털 칼럼인줄 아나보다'라는 말씀을 하시길래 무릎을 치고 "오냐 그럼 마지막으로 포털 칼럼스럽게 던져줄까? 기자가 자기 기사에 답리플 다는 일 없으니 나도 쏙 빠지고 니들끼리 치고박고 리플 놀이 해봐라" 라는 생각을 해봤다가... 뭐 그렇게 위악 떨 것까지 있겠는가 싶어서 그냥 관뒀습니다. ^^;
시안 2006/08/12 11:47 # 답글
시대에 역행하는 러다이트 운동이란말에 크게 동감합니다.특히 예전부터 내려오던 여자는 돈을 아껴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수준의 생각이 지금까지도 여자가 쓰는 돈을 쓸데없는걸로 치부된다는 점에서.
정말 남자가 하면 취미생활이지만 여자가 하면 쓸데없는 헛돈이라는 생각이 아직까지도 많은것 같아요. 그래서 남자들이 카메라사고 나이키 신발사고 친구들과 술집가는건 당연한 것이지만 여자들이 커피 사마시고 옷과 화장품 사는건 사치라고 하는것 같습니다.
역시 된장녀 열풍은 시대를 못 따라가는 남자들의 발악인듯 해요 -_-
샐리 2006/08/12 14:21 # 답글
시안님 / 참 여러가지로 문제다 라는 생각이 드는 사건이었습니다. 요는 "커피는 커피맛만 나면 되고 옷은 몸만 가리면 되지" 라는 산업화시대의 개념과 "비싸도 제대로 된 커피가 좋고, 아름다운 옷맵시는 라인 1mm의 오차를 다툰다" 라는 이미지시대의 개념이 충돌한 것이죠. 그들이 "스트레스 받았겠구나" 라는 심리를 이해 못하겠는 건 아니니, 이번 '러다이트 운동' 때 쌓인 울분 다 발산하고 자기가 뭘 잘못 생각했는지도 깨달아서, 이런 일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마는, 의식 변화라는 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 아마 이런 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되겠죠 -_; 그저, 여자들이 위축되지말고 흔들림없이 자기 길 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된장녀 반론에 동참해준 개념있는 남성들에게도 면목이 서겠죠 ^^
호빗 2006/08/12 16:16 # 삭제 답글
멋져^^.별로 실랄하지 않은데, 정곡을 잘 집어서 이야기 해주었는 걸^^ 자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고, 아 그래서 된장년 논란이 불편했구나를 새삼스럽게 알게 되어서 기뻤음.
김옥빈이야기에서 논점이 빗나가서 생각하게 된, 사랑은 돈으로 계산될 수 있나요?(내 오버일 수도 있지만)라면, 모든 조건이 비슷하다면 돈에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는 사람이 더 좋아보이는 게 당연하고(단지 부자가 아니면 더 성격좋고 인간성 좋은게 되는 거야? 설마. 그리고 내 주변의 부자들은 칠칠맞은 보통사람보다 훨씬 돈을 잘 아끼면서 예를 들면 할인카드같은 건 더 잘 이용했던 것 같다.), 그걸 탤런트가 공개석상(방송중)에서 이야기했다고(음 이경우엔 그 탤런트가 그 얘기를 한 것도 아니지만) 욕먹어야 마땅한 일인지는 의문이라고 생각해. 그 프로가 다큐멘타리나 뉴스 같은 게 아니라 오락프로라면 더더욱. 다 아는 이야기니까 어디에서든 하지말아야 하는 거였을까? 그걸 잘 모르겠어.
하여튼 정리 잘 된 글 보고 기뻤음.
오늘 하루도 건강하고 행복하길!
자유로운 2006/08/12 19:04 # 삭제 답글
어차피 된장녀 논쟁 자체가 웃기는 일이니까요. 세상이 변해가는게 싫은 남자들의 마지막 발악일 뿐이니까요. 뭐 그동안 쌓여왔던게 한번에 터진거 뿐이니까요. 남자들 중에도 작금의 상황을 개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잖습니까? 시간만 지나면 조용해 질겁니다.
朔夜 2006/08/12 21:02 # 삭제 답글
집이 병원을 했었는데, 물론 진료는 아버지가 하셨지만, 어머니도 간호사로서, 또한 원무과에서 재정에 관한 모든 전반을 총괄하시면서 30년을 힘들여 같이 벌고 모아서 이만큼 재산을 마련하셨으면서도, 조금만 비싼 물건...아니 만원짜리 티 하나 사고서도, 계속 낭비가 아닌가, 쓸데없는 걸 산 건 아닌가 고민하시는게 참 안타까웠습니다.그정도 돈이면 주말에 아버지가 골프 한 번 치고 밥 먹고 오는 돈에도 못 미치는데도요...
하지만 된장녀에 핏대 올리는 남자들은 아직도 어머니 세대처럼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서만 돈 쓰는, 자신은 시장제 옷만 입는 마인드를 여자들에게 바라고 있다는 것도 설득력 있네요..
사실 요즘 된장녀와 순수한 사랑을 부르짓는 - 그리하여 돈을 쓰는 모든 여자를 속물 취급 하는 - 남자들을 보고 있으면 - 마치 "이수일과 심순애" 를 보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심순애가 일해서 번 돈...이라는 걸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시대는 변했는데 말이죠...
사은 2006/08/12 23:45 # 답글
오늘도 슬쩍 들어와 보길 잘했다고 백번 생각했습니다. 샐리님이 착착 짚어주시며 분석해주시는 글을 다시 읽게 되다니! 하며 감격도 되고! (웃음)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장녀 논란 속에서도 어렴풋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에는 그래도 희망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무리 똑같은, 치졸하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자꾸만 다시 나와도 결국 시대는 움직이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대문에서 미처 못 드린 말씀입니다만 샐리님의 이런 글들이 (냥이들과 동인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_<///) 아무 것도 모르던 사람한테 얼마나 많은걸 알게 해주었는지 모른다고, 이제서야 말씀드립니다. 부디 건강하게,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_<
샐리 2006/08/13 00:39 # 답글
호빗 /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608050015 를 보니 김옥빈양 왈"저도 할인카드 많이 써요. 하지만 20대 여성이라면 이상형의 남자가 할인카드를 불쑥 내밀 때 드는 감정은 어떨까 싶네요."
라고 말했다더군. 당당해서 맘에 들었다. (원래 전혀 모르던 아가씨)
좀더 생각해봤는데, 부자남자건 보통남자건 간에, 일단 그 남자가 "최대의 성의를 보이겠다!"고 해놓고서 할인카드를 꺼내들면 "이 사람은 내게 보일 성의도 계산기 두들기는구나" 싶어 김이 새는 게 아닐까? 남자들도 애인이 "자기 위해 엄청 예쁘게 하고 나올게" 라고 했는데 막상 보니까 막 싸구려옷 티나고 그러면 좀 기분이 그럴 거 아냐. 물론 싸구려옷이라도 그런 거 전혀 티 안나게 하면 상관없겠지. 마찬가지로 할인카드를 써도 여친 눈에 안 띄게 하면 그냥 넘어가는 걸테고. 남자들이 "기왕이면 애인이 예쁘게 하고 나오면 좋죠. 아무렇게나 입고 나오면 좀 그래요"라고 TV에서 말했다면 그걸 나쁘다고 할 순 없는거잖아.
(←근데 왜 이런 얘기들은 며칠전엔 안 떠올랐을까? 으으으; 그때 떠올랐으면 훨씬 스무스하게 얘기가 끝났을 것 같은데.....orz)
샐리 2006/08/13 00:39 # 답글
"사랑은 돈으로 계산될 수 있나요?" 라는 구절 보니 요새 모 아나운서 집중폭격이 떠올랐다. 뭐, 솔직히 나도 그렇게 좋아보이지야 않지만(특히 일을 그만두는 거), 그렇다고 해도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쩌겠어"가 아니라 "마음에 안 드니 쥑여삐자"가 요새 네티즌들의 기본 마인드인가 싶어서 참 착잡하더군 -_; 이놈의 초딩문화는 나이 가릴 것 없이 전염력이 엄청나;; 급기야는 이년저년 별 소리 다 듣는데 진짜 안됐더라. 거 뭐냐, 자기들이 만들어준 인기로 돈많은 남자를 꿰찼다 - 즉 죽써서 개줬다 라는 생각으로 분노하는 건가 싶은데, 정말 모르겠다. 언제 그 아가씨가 자기들 중 하나랑 결혼해준댔나;; 이러다 전지현이 재벌가 남자랑 결혼하면 뭔 소리가 나올까 두렵다 ~_~;;자네 덕분에 이거저거 더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음. 감사 ^^* 자네도 좋은 하루~ >_<
샐리 2006/08/13 00:51 # 답글
자유로운님 / 예, 쌓인 게 터졌다는 것에 동감입니다. 여성들이 예전과 달리 자신을 위해 투자하고 자기 주장(취향)을 당당히 발언하는 모습에 남성들 - 된장녀를 흠모하는 그들 - 이 방어심리를 느낀 게 아닌가 싶더군요. 뭐, 이러다 다른 사건 터지면 또 조용해지겠죠 ^^朔夜님/ 요새 여자들은 이기적이다 라는 말도 흔하죠. 어머니 세대의 헌신과 희생을 위대하다 찬양하면서도, 보고 자란 게 그거다 보니 그것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각인된 겁니다. ('희생'이 '기본' =_=; 우우우)
사실 맞벌이 부부라고 해도 평등한 건 아니에요. 여자들이 아무래도 대부분 돈을 더 적게 벌기 때문에, 여자가 버는 돈은 남자가 버는 돈에 비해 가볍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윗세대는 더 심했죠. 여자가 번 돈은 생활비로 쓰고 남자가 번 돈은 저축하면서, 그게 남자 명의로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이래저래 여자들은 위축됐었죠.
요새는 그래도 그런 게 많이 개선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샐리 2006/08/13 01:02 # 답글
사은님 / 예, 이 와중에서도 세상이 조금은 달라진 징후가 포착되니 저도 불행중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예 절망스러운 것보다는 훨씬 낫죠. (...물론 그렇다고 해도 아직도 갈 길은 까마득하지만 =_=;;)그리고, 과분한 말씀 감사합니다 m(_ _)m 저야말로 제 생각이 저 혼자만의 독선이나 망상, 착각이 아니라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안도와 위안이었는지 모릅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은님도 부디 평안하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_<
난아 2006/08/13 22:03 # 답글
하고 싶었던 말 속시원히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샐리님 글은 언제나 공감해요 - 지금은 쉬시더라도 빨리 돌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ginny 2006/08/13 22:19 # 삭제 답글
명쾌한 글 잘 읽었습니다. 한 큐에 정리가 되는군요^^<시대를 역행하는 러다이트 운동은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다>라는 문장이 마음 속에 팍! 하고 꽂혔습니다.
앞으로 샐리님 글을 못 보게 된다니 정말 아쉬워요...하지만, 샐리님이 우선이니 푹 쉬시고 즐거운 일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그리고...언젠가 어디에라도 돌아와 주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이안 2006/08/14 12:57 # 답글
항상 느끼는거지만, 샐리님은 글을 참 잘쓰시는것 같아요..앞으로 더는 못본다는게 아깝군요.
된장녀에 대해 잘 정리한 글들이 많았는데,
정말 관뚜껑을 완전 닫아줘버리는 깔끔함이 느껴지는군요. ^^
황금숲토끼 2006/08/14 14:30 # 답글
동굴곰양이 굉장히 날카롭습니다. 사실 저도 왜 샐리님이 그 사단에? 라고 생각하다가 그 아가씨 말에 아하! 하고 알았답니다. "개인"이라는게 뭔지 감각이 없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_=;;; 생각해 보니 그 사람들, 샐리님을 '공인'으로 만들어버린 것 같은 느낌도 들더군요. OTL
요우리 2006/08/14 18:47 # 삭제 답글
서구식 라이프스타일에 쏟아지는 도를 넘어선 비난이라는 건 결국 그런 것들에 대한 열등감의 반증이기도 하죠.가만히 놔 두어도 시대가 알아서 역행하는 경우엔 어찌해야 할까요. 그런 세상을 살고 있으니 참 여러가지로 재수없는 일 투성이에요.
kritiker 2006/08/14 19:09 # 답글
본글뿐만 아니라 덧글에서도 많은 것 배워갑니다^^제 동생이 군대가기 전에 여자들 차려입는 거 뭐라뭐라 하면서도 정작 자기들은 게임 아이템에 수십만원, 스피커 헤드셋 하나에 기십만원씩 들이는 것 보고 뜨악했었지요. 전체적으로 보면 쓰는 돈은 남자가 더 많을텐데 말예요.
비교적 자유로운 저희 집안에서도 '여자의 소비'에 대해서는 안 좋은 말이 더 많아요. 남자의 소비는 사회생활의 윤활유이지만 여자의 소비는 말 그대로 소비일 뿐이다...그런 말 할 때는 '아빠는 술 안 먹고 술값으로 돈 쓰지도 않지만 술값으로 한 번에 몇십만원씩 쓰는 다른 사람들보다 인간관계 더 좋잖아. 여자 옷 입는 것도 그런거겠지' 하고 넘어가요. 그리고 저희 집에서 가장 옷을 안 차려입는 사람은 바로 저이기에; 아버지는 이제 예쁘게 옷 입은 애들 보면서 '봐, 너도 좀 저렇게 입고 깔끔하게 살아라' 하실 정도라서요;; (참 극단적인 해결방법이지요orz)
kritiker 2006/08/14 19:10 # 답글
예전에 어느 아주머니가 잡지에 기고하셨던 글이 떠올라요. 목욕탕은 자기에게 있어 동네 아주머니들과의 교류 장소이기에, 매일 하루에 3000원 남짓 내고 다녔더라고요. 계산해보면 한 달에 10만원쯤 나오는데, 남편은 그것도 고깝게 여겼대요. 까짓거 남자가 한 번 쏘는 술값만큼도 안 되는건데, 왜 그것도 안 되느냐고 남편에게 항의하고 계속 목욕탕에 다니셨다는 아주머니의 말씀이 지금도 떠올라요^^
샐리 2006/08/14 21:23 # 답글
난아님 / 속시원하셨다니 다행이네요 ^^ 감사합니다. 난아님도 행복하시길!ginny님 /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라 해도, 그 가는 길이 평탄하진 않겠지요. 앞으로도 비슷한 일은 몇번이고 반복될 겁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확신을 갖고 흔들리지 않을수밖에요. ^^
덧글 감사합니다. :)
이안님 /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열심히 썼어요~)
황금숲토끼님 / 아 그건 동굴곰님의 생각이었군요. 정말 예리한 통찰력이었습니다. 답글을 달아주는 포털 칼럼(쿨럭;;)이라니, 이지메하긴 정말 좋겠어요 OTL
샐리 2006/08/14 21:23 # 답글
요우리님 / 맞습니다. 열등감이죠. 게다가 그렇게 중무장한 '된장녀'가 '사치를 한 인과응보'로 불행해지기는커녕 '킹카'를 물어서 더 행복해질 가능성이 큰 사회가 되었으니까요. 거기서 느끼는 열등감은 더더욱 팽배일로~~~...뭐, 그래도 장기적으로는 나아지는 거 아니겠느냐 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중간중간에 수레바퀴가 거꾸로 도는 일은 숱하게 있어왔잖아요? 물론 케인즈 말마따나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 가 되겠지만 -_;;
일단은 역행하거나 말거나 내 갈길 가는 수밖에요. 바로 눈앞에서 거슬리게 굴 때는 뻥뻥 차서 길 옆으로 떨궈주고요.
샐리 2006/08/14 21:35 # 답글
kritiker님 / 프레시안의 김태규 명리학에서 '남자란 존재에 대해'라는 칼럼을 보면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40060811143730 "남자들은 이상하게도 소비행위에서 그리 큰 만족과 쾌감을 얻지 못한다. 남자들도 많은 돈을 쓰지만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밖에 없다. 식욕 성욕 등의 본능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지출과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지출이 전부이다. 물론 다른 목적을 위한 행위들도 있지만 여자에 비하면 너무도 미미해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는 말이 있더군요. 자기로선 이해할 수 없는 소비이다보니 그게 다 버려지는 돈이라고 생각하나봅니다. 사실 저희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어느 집은 안 그러겠습니까만 -_-;어르신들이야 워낙 굳었으니 손댈수 없다 쳐도, 젊은이들은 자기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예쁜 여자가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가꾸지 않아도(=돈쓰지 않아도) 저절로 예쁜 여자를 바라는 거라면... 세상에 이영애는 한명 뿐이지요 -_-;;
2006/08/15 21:0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2006/08/15 22:0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KYORO 2006/08/17 18:29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렇죠, 그 치들이 뭐라고 하건 그냥 고잉 마이 웨이 하면 되는 겁니다. (저도 불과 며칠전에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런 치들에게 시간을 쓰면서 신경 쓰느니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훨배 나은 일이죠.
샐리 2006/08/17 18:55 # 답글
KYORO님 / 감사합니다 ^^사실 옆에서 악악대며 욕하는데 가만히 있기도 쉬운 게 아니고, 또 가만히 있으면 지들 말이 맞아서 그런 줄 알고 더 의기양양해 하니까 -_; 고잉 마이 웨이 하면서 겸사겸사 한마디씩 쏴줄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퍼부으신 말씀, 잘 읽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