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7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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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의 추억
맨 처음 프리미어를 구입한 것은 2002년 5월, 스파이더맨이 표지로 났을 때였다. 극장에서 4번 보고 잡지를 닥닥 긁던 나는 그때 처음으로 프리미어를 접했다. 재미있었다. 그 뒤 몇달 정도 서점에서 눈팅을 한 후, 이정도면 계속 볼만하다 싶어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주간잡지는 속도가 중요하지만 이건 월간잡지라 하루이틀 늦게 보는 건 별 상관이 없기 때문에 정기구독의 가격 혜택을 더 높이 친 것이었다. 그때의 할인률은 1년 20% 2년 30%였기 때문에 2년을 신청했는데, 몇달 후 무슨무슨 이벤트라고 50% 할인을 하는 것에 열받아서 또 구독 신청을 했다. 그래서 도합 4년의 정기구독이 시작되었다.
약 2년간은 좋았다. '시사회 어땠어'로 대표되는 기자들의 잘근잘근한 입담이 즐거웠고, 국내영화 비중이 높아지긴 했지만 이따금 대박 터뜨리는 해외영화 집중취재 기사들도 충실했다. 물론 그 모든 책이 서점에서 6천원에 살 가치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지금 할인가격에 정기구독 하는 거니까. 게다가 당시는 씨네21이 사회계몽운동(;;) 벌이느라 잡지가 한창 재미없을 때여서(니들이 한겨레21이냐 -_-) 영화계 입담에 충실한 프리미어는 충분히 즐거웠다.
하지만 2005년부터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1천원 잡지가 두개가 되고 1년이 흘러, 잡지들이 벌인 출혈경쟁의 여파가 슬슬 드러나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 씨네21은 두껍고 커졌고 필름2.0은 얇고 작아졌다. 3천원에서 1천원으로 갓 내렸을 때의 필름 2.0이 2천원 값어치를 했다면 이제는 딱 1천원값밖에 못할 때가 많아졌지만 그래도 1천원의 매력은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필름 2.0은 거의 매주 산다), 예전에는 한겨레21과 비슷한 두께였던 씨네21은 이제는 그보다 1.5배로 두꺼워졌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겼는데, 3천원짜리 씨네21이나 6천원짜리 프리미어나 두께와 크기가 거의 비슷해져버린 것이다. 게다가 월간지의 특성상 요새처럼 영화가 1주일 걸렸다 내려가는 상황에서 많은 정보가 뒷북이거나 혹은 너무 개봉과 멀리 떨어져있어서 피상적이 되기 일쑤였다. 가장 큰 재미였던 '시사회 어땠어' 코너도 예전보다 기자들이 씹는 수위가 낮아진 느낌이었다. 정기구독자도 "이거 만약 서점에서 그냥 사라면 안 산다" 라고 생각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으니, 서점에서는 오죽할까?
그러던 어느날, 정기구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잡지값이 4800원으로 내린 것이다. 이럴 수가!! 정기구독이라는 게 뭔가. "훗날 잡지값이 오르더라도 예전 값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라는 미끼를 걸고 돈을 미리 갈취해두는 제도 아니던가. 그런데 잡지값이 되려 떨어지다니!! 그렇구나. 아무리 빵빵한 외국자본이 운영하는 잡지라도 격변하는 세상에서는 얼마든지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세상을 또 하나 배웠다.
그리고 다시 몇달이 흘렀다. 뭔가 잡지가 점점 얇아지는 게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할 즈음, 크리티컬 히트가 이번 달에 날아왔다.
150p가 채 안되는 잡지, 그것도 컬러 페이지가 아트지가 아닌 모조지로 인쇄된 잡지가 날아온 것이다.


"................."
가격표를 보니 언제 또 5500원이 됐냐. (지난 달 혁신호 어쩌고 하더니 그때 도로 올랐나보다) 근데 144p면 3천원짜리 씨네21 두께잖아. 문득 떠오른 것은 키노 폐간 직전의 사태. 그때도 막판에 잡지가 무진장 얇아지더니 망하고 말았었다.
사실 모든 문제는 무비 위크의 등장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시사잡지는 3천원에 100페이지 정도 한다. 필름2.0이 얇고 작다지만 그래도 100p는 되는 것에 비하면 3천원짜리 시사저널은 90페이지도 안된다. 지금 씨네21의 두께가 정상인 게 아니라 영화잡지들이 기사를 덤핑하고 있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5500원짜리 영화 잡지가 살아남으려면 대체 몇페이지여야 하는 걸까? 하지만 그렇게 두꺼워진들 살아남으리란 보장은 없다. 시대는 이미 주간지가 대세가 되어버렸으니까.
읽어보니 프리미어는 시대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 격주간으로 체제를 바꾼다고 한다. 글쎄. 격주간지라고 해서 과연 주간지와 경쟁이 될까? 그보다는 차라리 3천원 주간지로 전업해서 씨네21과 경쟁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오히려 주간지만큼의 스피드도, 월간지만큼의 깊이도 놓쳐서 기사의 질이 더 어정쩡해지는 것은 아닐지. (..최근의 기사는 그다지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긴 했지만) 기존 정기구독자들은 환불 혹은 격주간지를 받아보는 두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안내해주고 있었다. 나야 얼마 안 남았으니 그냥 계속 볼 생각이지만, 어정쩡한 격주간지 전환은 어쩐지 그 옛날 한때 60만부를 자랑하다가 초라하게 사라져버린 <보물섬>의 몰락을 떠올리게 한다.
2002년 5월, 스파이더맨1의 상영과 더불어 보기 시작한 프리미어. 과연 2007년 5월 스파이더맨3의 상영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어떻든 간에 한 패러다임의 종언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씁쓸한 기분이다.
세상은 정말로, 점점 가빠지고 있다.
약 2년간은 좋았다. '시사회 어땠어'로 대표되는 기자들의 잘근잘근한 입담이 즐거웠고, 국내영화 비중이 높아지긴 했지만 이따금 대박 터뜨리는 해외영화 집중취재 기사들도 충실했다. 물론 그 모든 책이 서점에서 6천원에 살 가치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지금 할인가격에 정기구독 하는 거니까. 게다가 당시는 씨네21이 사회계몽운동(;;) 벌이느라 잡지가 한창 재미없을 때여서(니들이 한겨레21이냐 -_-) 영화계 입담에 충실한 프리미어는 충분히 즐거웠다.
하지만 2005년부터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1천원 잡지가 두개가 되고 1년이 흘러, 잡지들이 벌인 출혈경쟁의 여파가 슬슬 드러나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 씨네21은 두껍고 커졌고 필름2.0은 얇고 작아졌다. 3천원에서 1천원으로 갓 내렸을 때의 필름 2.0이 2천원 값어치를 했다면 이제는 딱 1천원값밖에 못할 때가 많아졌지만 그래도 1천원의 매력은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필름 2.0은 거의 매주 산다), 예전에는 한겨레21과 비슷한 두께였던 씨네21은 이제는 그보다 1.5배로 두꺼워졌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겼는데, 3천원짜리 씨네21이나 6천원짜리 프리미어나 두께와 크기가 거의 비슷해져버린 것이다. 게다가 월간지의 특성상 요새처럼 영화가 1주일 걸렸다 내려가는 상황에서 많은 정보가 뒷북이거나 혹은 너무 개봉과 멀리 떨어져있어서 피상적이 되기 일쑤였다. 가장 큰 재미였던 '시사회 어땠어' 코너도 예전보다 기자들이 씹는 수위가 낮아진 느낌이었다. 정기구독자도 "이거 만약 서점에서 그냥 사라면 안 산다" 라고 생각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으니, 서점에서는 오죽할까?
그러던 어느날, 정기구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잡지값이 4800원으로 내린 것이다. 이럴 수가!! 정기구독이라는 게 뭔가. "훗날 잡지값이 오르더라도 예전 값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라는 미끼를 걸고 돈을 미리 갈취해두는 제도 아니던가. 그런데 잡지값이 되려 떨어지다니!! 그렇구나. 아무리 빵빵한 외국자본이 운영하는 잡지라도 격변하는 세상에서는 얼마든지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세상을 또 하나 배웠다.
그리고 다시 몇달이 흘렀다. 뭔가 잡지가 점점 얇아지는 게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할 즈음, 크리티컬 히트가 이번 달에 날아왔다.
150p가 채 안되는 잡지, 그것도 컬러 페이지가 아트지가 아닌 모조지로 인쇄된 잡지가 날아온 것이다.


"................."
가격표를 보니 언제 또 5500원이 됐냐. (지난 달 혁신호 어쩌고 하더니 그때 도로 올랐나보다) 근데 144p면 3천원짜리 씨네21 두께잖아. 문득 떠오른 것은 키노 폐간 직전의 사태. 그때도 막판에 잡지가 무진장 얇아지더니 망하고 말았었다.
사실 모든 문제는 무비 위크의 등장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시사잡지는 3천원에 100페이지 정도 한다. 필름2.0이 얇고 작다지만 그래도 100p는 되는 것에 비하면 3천원짜리 시사저널은 90페이지도 안된다. 지금 씨네21의 두께가 정상인 게 아니라 영화잡지들이 기사를 덤핑하고 있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5500원짜리 영화 잡지가 살아남으려면 대체 몇페이지여야 하는 걸까? 하지만 그렇게 두꺼워진들 살아남으리란 보장은 없다. 시대는 이미 주간지가 대세가 되어버렸으니까.
읽어보니 프리미어는 시대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 격주간으로 체제를 바꾼다고 한다. 글쎄. 격주간지라고 해서 과연 주간지와 경쟁이 될까? 그보다는 차라리 3천원 주간지로 전업해서 씨네21과 경쟁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오히려 주간지만큼의 스피드도, 월간지만큼의 깊이도 놓쳐서 기사의 질이 더 어정쩡해지는 것은 아닐지. (..최근의 기사는 그다지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긴 했지만) 기존 정기구독자들은 환불 혹은 격주간지를 받아보는 두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안내해주고 있었다. 나야 얼마 안 남았으니 그냥 계속 볼 생각이지만, 어정쩡한 격주간지 전환은 어쩐지 그 옛날 한때 60만부를 자랑하다가 초라하게 사라져버린 <보물섬>의 몰락을 떠올리게 한다.
2002년 5월, 스파이더맨1의 상영과 더불어 보기 시작한 프리미어. 과연 2007년 5월 스파이더맨3의 상영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어떻든 간에 한 패러다임의 종언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씁쓸한 기분이다.
세상은 정말로, 점점 가빠지고 있다.
# by | 2006/07/04 14:37 | 책, 영화, 드라마 등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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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스파이디를 좋아하시나보죠? 샐리님에 대한 호감도가 마구 올라가는군요.
스파이디 만쉐이~ ;ㅍ;/~
원래 얘기가 있었나보던데, 엔키노 건때문에 급히 호스팅을 옮긴 것 같더군요..
그런데, 씨네21도 얼마 전까지 고급종이를 사용하더니 (제가 투덜거릴 정도로 비싼 종이였죠) 지난 호던가는 예전 필름2.0 정도의 종이질로 바뀐 듯 하던데요.. 그 종이가 좋긴 했었지만, 왠지 아쉬운 기분.. 그래도 필름2.0의 새로운 제본도 점점 익숙해져서 맘에 들고는 있답니다. 기사도 아직 다행히도 좋은 편이구요.
무비위크는, 제목에서 제발 무비를 빼줬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아.. 만화도 있군요^^a 전 만화보단 게임을 하다 보니까-_-a
저 고등학교땐 프리미어는 정말 프리미엄이었는데..
화보가 좋았거든요
모나카님 / 인터넷 잡지는 대체 뭘로 수익을 올릴까 했었는데 오늘 엔키노에 처음으로 가보니 엔키노머니 환불 어쩌고 하는 글이 있더군요. 나름 수익구조가 있었나보죠? (그게 악화되어 문닫은 것이겠지만....)
필름2.0은 표지가 너무 휑해져서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지난번 슈퍼맨 표지는 진짜 좀 썰렁해서;; 그래도 말씀하셨듯이 기사도 아직은 좋은 편이지만요.
무비위크는... 뭐; '무비'라는 용어 자체가 황색, 연성 개념이라고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필름은 좀더 미학적이고 씨네는 좀더 학술적이라나. 실제로 잡지도 제목대로 가는 걸 보면 이름의 힘이 참 신묘하다 라는 식의 기사가 몇년 전 필름2.0에 실린 적이 있었어요. 그걸 생각하면 무비위크도 이름대로 나가는 건지도요... 뭐, 전 아예 안 읽지만요 ^^
그나저나 저도 2년 전까지의 프리미어는 진짜 프리미어였는데 뭔가 아쉽습니다. 알아보니 이제 1천원짜리 격주간지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과연 앞으로도 '프리미어'라는 제목에 걸맞는 고급스런 이미지를 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뭐, 앞으로 지켜봐야겠지요.
쓰지않거나 모르는 문장(인가..)이지 않나요?
천원짜리 격주간지가 되면... 지하철에서도 보게 되는건가요;;;
이제 더이상 프리미어를 집으면서 잘난척할 수 없겠네요;
스파이더맨3 촬영현장 사진이 딱 두장있어요^^;
(촬영현장인지도 아리송하지만..)
그냥 자연인 토비도 좋아하시나요? 내년에 애 아빠가 된답니다 ㅠㅠ
아아~ 호감도와 반가움 수치가 마구 상승하고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맨자 붙는 엉아들 중에는 피터박 엉아가 최고인게죠. 암요 암, 그렇고 말고요.
내년 5월 개봉 예정이라는 기다리다 피마르겠습니다 ;ㅠ;
예전엔 분명히 안사면 궁금해서 안달나던 매력이 있었는데, 어느순간 그런게 사라졌어요.
정기구독 중단한지도 1년이 다되어 가는데 격주지로 옮겨가는 것도 샐리님을 통해서 처음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론 문제는 가격이나 기사의 스피드가 아니고 프리미어의 어정쩡한 정체성에 있다고 생각해요.(구독을 끊은 지난 1년간 더 나아진 모습이었다면 이 발언은 취소되어야 겠지만요.)
네모스카이시어님/ 예, 저도 내년에 샘 레이미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_<
Aslan님/ 오옷, 창간호부터라니 정말 긴 역사의 독자이시군요. 프리미어의 어정쩡한 정체성이라... 예전에는 외국정보가 충실했다고 하던데 요새는 한국영화가 강세라 그약발도 예전만큼 먹히지 않고, 고급지라기엔 씨네21과 영역이 겹치고... 뭐 그런 것일까요?
구독을 끊은 지난 1년간 더 나아진 것 같진 않습니다. 저도 2년 전까지가 더 좋았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