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오덕쿠스 BL필리아가 사는 곳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 - 당신은 과학도가 아니니까 몰라요"

라는 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분 앞에서는 '일반인' 샐리가 뭐라고 말해도 "니는 몰라"라는 콧방귀밖에 나오지 않을 것 같아,
하루 동안 고민한 끝에 저도 밝힙니다.


제가 바로 그 서울대학교 생명공학부 졸업생입니다.

심지어 고등학교도 '과학'고를 나왔습니다. 물론 과학고에서 배운 건 과학이 아니라 수험기술이었지만


전공과 상관없이 살고 있긴 하지만, 제게 저 말을 해준 분도 '한때' 과학도였고 지금은 상관없는 길을 가고 있다 하셨으니 그 점은 문제가 안 될 거라고 봅니다.

"과학도가 아니니 몰라" 라는, '너는 (자격이 없으니) 몰라'라고 하셨지만 제가 보기에 저보다 더 '자격'이 있는 사람은 서울대 수의학과 출신밖에 없어보이는군요. 그럼 이제 누군가 서울대 수의학과분이 나타나서 "너는 수의학과가 아니니 몰라" 라고 말하면 "예 알겠습니다" 하고 찌그러져야 하는 겁니까?

과학도가 아니니 모른다고요. 아래의 이형기 교수도 과학도이고, 그간 의혹을 제기하며 진실 규명을 원했던 사람들 역시 모두 젊은 과학도들이었습니다. (심지어 현역 과학도로군요. 우리처럼 은퇴한 과학도가 아니라.) 그들은 사이비 과학도입니까? 아니 애초에 이 장대한 거짓말 드라마에서 과학도냐 아니냐가 중요한가요. 제가 아는 과학도란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월화수목금금금에 면식수행으로 10년을 산다 해서 "그러니 너 불쌍해, 거짓말했지만 정상참작해줄게" 라는 말을 해도 좋은 건 아닙니다. 아니, 정상참작을 해주려 해도 상대가 먼저 뉘우쳐야 할 것 아닙니까. "작금의 마녀사냥에 손이 덜덜 떨린다"고 하셨습니까. 저도 황교수의 저 치졸한 변명 퍼레이드에 눈물이 나고 손이 떨립니다. 제가 아는 과학자의 모습은 저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애초에 과학도든 아니든 무슨 상관입니까? 전라도 차별을 논할 때 전라도 사람이 말하면 "니가 전라도라서 그러지" 라고 하고 비전라도사람이 말하면 "니는 전라도가 아니라 몰라" 라고 말하면 그게 논의가 진행되겠습니까? 말하는 사람이 누구냐라는 것이 물론 감성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는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전라도 차별"의 논의는 전라도 차별 그 현상 자체를 놓고 논해야지 말하는 사람이 어디 출신이냐를 가지고 따지면 드잡이질밖에 남지 않잖습니까. 하물며 자연과학을 말하면서 사건이 아닌 사람에 따라 판단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님이 하신 "너는 ~라서 모른다"라는 것이 "너는 어려서 모른다"라고 입을 막아버리는 어르신들의 말씀과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우리가 남이가"

- 이 말이 한국 정치사에 어떤 오점을 남겼는지는 제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샐리님 정도 되시는 분이 이런 식으로 말하면 되겠느냐" 라고 하셨죠? 저도 그 말을 님에게 똑같이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너답게 굴라"라는 말은 결국 "내 입맛에 맞춰라"라는 말을 부드럽게 포장한 ─ 그래서 어쩌면 더 압박적인 ─ 또 다른 표현일 뿐이라는 것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Andrew님의 "~답게"라는 좋은 글이 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시기 권합니다. 솔직히, 저를 높이는 척 하시면서 더 높은 곳에서 저를 내려다보고 재단하시는 그 오만에 지독하게 치를 떨었습니다.



좋은 주말 되십시오.


※ 첨언 : 서울대 출신이라는 거, 1년이면 5천명씩 쏟아지고 10년이면 5만명이 길거리에 덱데굴 굴러다니는, 그래서 발로 걷어차면 퍽퍽 차이는 졸라리 흔한 사람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리고 과학도라는 부류는 서울대 졸업생들보다도 더 많이 배출되겠죠. 10년 쌓이면 대체 얼마쯤 쌓일까요? 저처럼 중간에 길을 바꾼 '전직' 과학도들까지 합치면 실로 무수한 지층처럼 켜켜이 쌓여있는 인간 군상 중 한 존재에 불과합니다.
그걸로 잘난체 하겠다는 뜻은 절대 없으니 행여라도 오해하지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단지 황교수가 '서울대'에서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사람이기에 말을 한 것뿐입니다. (황교수가 '연대'나 '포항공대' 교수였으면 난감했을지도 ㄱ-;) 솔직히 이런 식으로 '나 누구다' 라고 밝히는 거 졸라 쪽팔려서 하루동안 고민했습니다 -_-;; 얼마나 못났으면 말로 설득을 못시켜서 글과 상관도 없는 다른 권위를 동원해야 한다는 겁니까?;

과학은 과학으로 말하듯 글은 글로 말해야 하고 하물며 모두가 계급장을 떼고 자신의 내공만으로 승부하는 블로그의 세계에서는 포스트는 포스트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실은 언제 승부한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이 그냥 끄적인 것뿐이지만;;; 말해놓고 보니 거창하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제 블로그에 제 글이 재미없는데 제 외적 조건에 호감 가서 오신 분 있습니까? (밝힌 적도 없지만.)

─ 그런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글 자체가 아닌 다른 것을 내세우는 것은 저는 솔직히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불필요한 오해나 궁금증 유발을 피하기 위해 이 포스트에는 공개 덧글만 달아주세요.

by 샐리 | 2005/12/17 12:56 | The Swindler Yellow | 트랙백 | 덧글(13)

Commented by 행인1 at 2005/12/17 13:43
언놈이 그런 '무식한' 발언을 했나요? 굴다리 밑으로 좀 불러내야 겠습니다.
Commented by 쇼콜라 at 2005/12/17 14:28
그럼 박통 시대를 안 겪어본 사람은 박정희 정권에 대해서 말을 하면 안 되고, 일용직을 해 본 적 없는 사람은 일용직 노동자에 대해 의견을 내놓으면 안 되는 겁니까? 살다보니 별 웃기는 소릴 다 듣겠군요 후후...
과학도는 무슨 굉장한 명예쯤 된답니까? 과학도만이 알 수 있는 신비의 세계가 있는 거였나! 그 세계에 가면 영롱이와 스너피가 건강한 건 당연한 일이고 논문에 사진 바뀌는 것쯤이야 흔해빠진 일인 건가... (헛소리가 길어질지 모르니 여기서 끊겠습니다. ^^;)
Commented by yayar at 2005/12/17 14:46
과학 논문이라는게... 전문 용어들 때문에 일반인이 보기 어렵지만 옆에서 누가 전문 용어들 설명만 해준다면 (다 그런건 분명 아니긴 하지만)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 그리 어려운게 아닐 겁니다. 이번 피디수첩 두번째 방송 내용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겠죠. 논문과 일반 대중 사이에 그정도의 해설자가 있고 약간의 끈기만 갖고 있다면 전혀 이해 못할 내용들이 아니니까요. 과학도가 아니면 모른다? 이런 소리를 한다면 결국 황우석 본인만 안도고 말할 수 밖에.
(게다가 이제는 어느 누구도 피디수첩의 과학적 검증 방법에 비전문가가 뭣도 모르고 나선다는 소리 못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횡설수설하는 황교수팀보다 훨씬 훌륭했잖아요?)
Commented by 아울양 at 2005/12/17 18:29
데이터 조작했다는 건 황교수 본인도 자백하지 않았나요. -_- 저는 그걸로 게임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줄기세포 다시 만들어서 보여주던 말던, 어쨌건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건 변하지 않는 진실이니까요.
과학도가 아니라서 모른다니. 어디서 그런 쌩무시칸 소리를. 과학도라면, 논문 준비를 해본 사람이라면, 황교수 본인이 자백한 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다 끝났다는 걸 알 겁니다. 피디수첩이 처음 문제제기를 했을 때 전문가들은 물론 다 기가 차다는 반응들이었겠지요. 그 정도 지명도 있는 발표를 하면서 데이터를 조작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마무지막지하고 파렴치한 범죄행위였으니까요. 저도 어이가 없습니다. 황교수라는 분이 그 어마무지막지파렴치한 범죄행위를 했으니까요.
Commented by KYORO at 2005/12/17 18:49
황교수 틀렸다고 지적하는 과학도는 과학도가 아니라고 하는 마당이니 할 말 다했습죠 뭐.. 그러면 정치, 경제, 사회, 체육, 연극영화 (?) 전공한 사람 아니면 신문도 보지 말아야겠네요.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_-;;
Commented by ㅇㅅ at 2005/12/17 20:39
그래서 샐리님께서 이번 문제에 더 관심이 많으셨나봐요.
누가 저런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샐리님의 말씀이 통쾌해서 덧글 남깁니다;
특히 전라도 비유, 절절하게 공감했어요.
Commented by Nariel at 2005/12/17 21:23
고민 많이 하셨네요. 지난번 뵈었을 때 생각을 들었기에 오늘 글 보고 놀랐습니다.
과학도가 아니라도 말은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자기 블로그에 얘기하는 것까지
피디수첩이나 싸이언스 검증 받아야 합니까? *젠장*
Commented by 모나카 at 2005/12/17 21:30
사실,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실생활과 관련된 어떤 정보를 말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어려운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런 말을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발언을 한 분은 어쩌면 일종의 권위의식을 지니고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과학도가 아니니까 모른다고 한다면, 우리 나라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아니니 정치에 대해 언급을 말아야겠군요. -_-;;;
Commented by kritiker at 2005/12/18 03:40
황우석 교수만 과학자가 아닙니다. 이제까지 의혹 제기한 분들 모두 과학자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황우석 사기꾼!하고 먼저 대놓고 나선 것도 아니고요. 의혹을 명쾌하게 풀어달라 요청했는데 황우석이 자꾸 '나를 죽이려 한다'고 음모론 내세워 대답을 회피했고, 그러니 의혹이 점점 커질 수 밖에 없지요. 그건 전적으로 황교수의 책임입니다. 중학교 과학책 맨 처음에도 나옵니다. 과학은 가설과 입증의 학문이라고. 그건 12년간 과학(자연)을 배운 문과생인 저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했는데요'-';; 하다못해 유치원생이 질문을 해도 그것이 타당하다면 과학자(뿐만 아니라 모든 학자)는 자신의 이론을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하고요. 그런데 저건 '믿어주세요'도 아니고...;;
...그런데 곰팡이는 좀...심했어요. 황교수 옹호하던 아버지도 저 말 듣고는 '...-_-ㆀ' 이 표정이십니다-_ㅠ;
Commented by 샐리 at 2005/12/18 12:45
행인1님// 저 아래 글 어딘가에 계십니다; 쿨럭쿨럭;

쇼콜라님// 예, 정말 난감했습니다. 저도 사실 저 윗글 쓰면서 헛소리가 참 길어질뻔 한 걸 다듬느라 무척 애썼습니다. -_-;;

yayar님// 예, 맞아요. 그런 식으로 나가면 황교수 외에 아무도 모른다고 말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바로 그렇게 황교수밖에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 난리가 난 거고요;) 지난번 두번째 피디수첩의 검증방법은 굉장히 좋더군요.

아울양님// 황교수님이 워낙 언론플레이가 출중하셔서, 적어도 국내에서는 어느덧 논문 가짜 사건은 사라지고 줄기세포가 있느냐 없느냐가 주 논점이 되어버렸더군요. 그래서 시민들은 어리둥절해하고... orz 하지만 그래봐야 해외에서는 이미 황됐는데 말예요.

이번의 거짓말을 보다보면 히틀러의 "거짓말을 치려면 크게 쳐라" 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말씀하신대로 너무 어마무지한 거짓말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다들 믿고 싶어했으니까요...

KYORO님// 누가 아니랍니까. 저도 정말 황당하더군요;

ㅇㅅ님//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샐리 at 2005/12/18 12:45
Nariel님// 예. 고민 많았습니다 -_ㅠ 하지만 그래도 저는 이렇게나마 받아칠 수 있는 여건이 됐지만, 안 그런 분들은 저런 사람에게 저런 말을 듣고 속을 끓일수밖에 없을테니 정말 안타깝더군요. (저런 분에게 '비과학도'의 말이 귀에 들어가기나 하겠습니까;;)

모나카님// 끄덕끄덕. 선민의식은 아무데나 발휘하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답답하더군요. 내용이 아니라 그 내용을 말한 사람의 권위에 의지해서는 토론이 될 수 없죠. (논리오류 중에 무슨 오류였는데... 이름은 까먹었습니다)

kritiker님// ......황교수 본인은 자기가 얼마나 웃기는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하기야 언론도 같이 춤을 춰줘서 논점을 스리슬쩍 바꿔버리는데 성공했으니... 알면서 한 짓일까요?;;;

예, 과학도가 아니라도 누구나 '과학적 방식'에 입각한다면 정당한 문제제기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말씀하신대로 유치원생이 질문을 해도 타당하다면 그 질문은 유효한 거죠. (...하지만 그분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듯 했지만요; 정말 답답했습니다)
Commented by 찐찐이 at 2005/12/19 01:53
과학도 운운한 사람.. .. 과학도일지는 모르겠지만 과학자는 아닌 듯 싶군요. 과학자들은 다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전공자이며 관련업계에 몸을 담은 사람으로서(지금은 잠시 놀고있음) 구린내가 많이 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아는 석사이상의 사람들사이에서 황씨아저씨의 의혹은 이 일에 처음 언론에 나왔을때부터 지금까지 공인된 비밀같았습니다. 줄기세포 얘기는 화제에도 오르지 않았음은 물론입니다. 그냥 노가리 까면서 얘기할 때는 '황씨 아저씨때문에 다른 데로 갈 연구비가 다 그리로 쏠린다더라. 개나 소나 줄기세포 연구한다고 날뛴다더라'등등 정도일뿐. 정말 이상한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소가 새끼를 낳지를 않나, 영롱이는 육아일기조차 없다는데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실패한 실험 데이타 조차도 소중하게 여겨야하는 것이 과학자입니다. 깔쌈하게 정리되어 나오는 데이타는 믿을 수 없는 것이죠. 우리가 중국에서 나온 데이타를 못믿는 이유가 바로 너무나도 드라마틱하게 그래프가 나오고 너무나 완벽한 그림이 만들어져 있기때문입니다.



Commented by 찐찐이 at 2005/12/19 01:53
누군가 황씨 아저씨하고 같이 연구한 사람이 아니면서 비슷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중에 황씨아저씨 옹호하는 사람 있으면 좀 찾아서 앞에 대령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우리는 이 사건으로 먹고살기가 더 팍팍해진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속된 말로 ㅈ됐다는 딱 그런 기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과학자가 그렇게 매스컴을 좋아하는 것 자체가 구린겁니다. 제대로 일하는 사람치고 말 많은 사람 없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한 정설이지요. 특히 논리를 중요시 하는 이 바닥에서 저는 그렇게 말이 청산유수인 사람 딱 한명 봤습니다. 사기꾼같은 인간으로 유명한 이학박사 모씨.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인데 황씨 아저씨 요즘 모습 보면 이 박사랑 오버랩 됩니다. 미니미와 라지미의 관계같습니다. 그래서 더 짜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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