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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농법 쌀이 왔다.

 


태평농법 사이트에서 쌀이 도착했다. 이전에는 한겨레 초록마을에서 유기농 오리 현미를 4kg 19000원에 시켜먹었다가 얼마전 크리스탈캣츠의 테라네 님의 글에서 태평농법에 대한 글을 읽고 사이트를 찾아간 뒤 주문해본 것이다.

가격은 20kg에 75000원. 5kg 단위 포장이다. 원래는 1년 먹을 것을 통째로 계약해놓고 필요량을 그때그때 도정해서 보내는 형식인데, 맛이 어떨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1가마니를 사놓는 모험을 하긴 좀 그랬기에 일단 최소량인 20kg를 사보았다.

그래서 도착한 쌀을 보니 도정 상태가 일반 쌀과 좀 다르다. 뭔가 갈색의 낱알이 간간히 섞여있는데 뒷면을 보니 '보리나 밀이 섞여있을 수 있다'고 한다. 보리는 확실히 아니니 밀인 건가?;
그래서 밥을 지어보니 맛이 특별히 뛰어난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 먹던 것도 유기농 쌀이었으니 밥맛이 나쁘지 않았거든. 그래서 생쌀을 입에 넣고 그냥 씹어보았는데 고소하다. 햅쌀이라 수분 함유량이 많아 이빨은 안 아프다. (지금 옆에 놓고 간식으로 먹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유기농 오리쌀보다도 이쪽이 더 호감이 간다. 오리는 농사 끝난 뒤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 될 운명이기에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토사구팽 대신 도사압팽(벼 도(稻), 오리 압(鴨)) 아닌가. 게다가 값도 이쪽이 더 싸다. 초록마을 오리쌀은 80kg 한가마니에 38만원이고 이건 30만원이니까. 게다가 농부와 직거래를 하므로 그 30만원이 고스란히 농가 소득이 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저 태평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1마지기당 생산비가 1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수요가 많아 보통 쌀의 두배 가격을 받아도 불티나게 팔린다. (수확철에 1년치를 미리 구입해두지 않으면 나중에는 살 수도 없다;) 일반 쌀은 가격이 폭삭 내려앉아 한 가마니에 13만원이다. 그 안에는 온갖 비용이 다 들어가 있다. 국가에서는 석유 한방울도 안 나는 나라에서 쓸데없이 화학 비료 퍼넣는 기업농 키울 생각 말고 저런 농법을 권장함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넌센스인 것이, 새만금을 개척해서 농사 백번 지어봐야 국제 쌀시세 따라잡긴 글렀다. 그 간단한 산수를 외면할 정도로 공무원들이 바보는 아닐터. 그렇다면 개펄을 그대로 두고 거기서 나는 온갖 해산물을 잘 보살피는 게 낫지 않나? 국산 백합과 대합이 사라지거나 너무 비싸져서 수산시장에 온통 중국산 조개로 넘쳐나는 걸 정말로 보고 싶은 거냐? 서해에서 갓 잡은 싱싱한 국산 낙지의 수요가 그렇게 없어?


문제는 그랬다가는 비료 회사와 농기계 회사의 로비가 장난 아닐 거라는 거지. 실제로 저 농법의 창안자인 이영문 씨는 협박도 많이 받아봤다고 했다. 그나마 한국이니 협박으로 끝났지만 중남미나 아프리카였다면 애저녁에 목숨을 잃었다. (궁금한 사람은 굶주리는 세계 - 식량에 관한 열두 가지 신화를 읽어봐라. 재밌다.)

사실 정부의 관심사는 농민이 아니라 비료회사의 안녕일 것이다. '어차피' 도태될 자잘하고 고만고만한 서민의 안녕보다는 거대 기업 하나 잘 키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쌀은 넘쳐나고 수입이 되면 쌀값은 폭락한다 말이 많은데도 끝끝내 새만금을 밀어붙이는 것은 그런 규모주의의 발로가 아닐까. 기업농을 육성하시겠다는 건데, 위에서도 말했지만 석유 한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그런 식으로 자꾸 화학비료 퍼다부어서 남는 게 뭐냐? 산성화되어 해충과 잡초만 무성한 토양? 그러고도 쌀값은 여전히 중국쌀보다 비쌀텐데? 그럴바엔 차별화로 가는 게 낫지 않은가. 일본쌀은 우리쌀보다도 비싸지만 잘만 수출된다며.

정부는 매출액으로 규모를 따지는 구태의연한 마인드를 벗고 비싼 수입 농기계 그만 뿌리고 저런 경제적이면서 친환경적인 농법을 국가 차원에서 더 연구, 보급하면 안되나. 11헥타르를 혼자서 농사지을 수 있으면 이것이야말로 충분히 강소기업이잖아. 새만금 개척해서 기업농 육성한다고 해봐야 그거 혼자서 농사지을 수 있겠어?


...씁쓸하다.


※ 태평농법 관련 기사 :
태평농법,
태평농법 전파하는 농사꾼 이영문(신동아)
[다큐] 숨쉬는 땅 2부 [논, 자연으로 돌아가다](KBS환경스페셜)
이영문 씨 외의 태평농법 농부들

※ 참고 관련기사 : 총구 아닌 검은 흙에서 쿠바 ‘녹색혁명’ 일구다, 채소·과일 생산 936배로 “식량위기 탈출”


※ "아직도 이런 기사에 혹하는 사람이 있다니 참 신기하군요~" 라는, 예의를 어디 안드로메다 은하에 버리고 온 열라 개싸가지 없는 덧글이 달려서 울컥한 김에 나도 한마디 하자.
그럼 이 이영문 씨가 지금 KBS가 카메라 들이댈 때만 논에 거미줄을 구해서 붙여놓고 그 사람들 돌아가면 밤에 몰래 비료 뿌리고 농약 뿌리고 경운기 돌린단 말이냐? 그걸로 11헥타르를 남들 몰래 혼자서 농사지을 수 있다고? 당연히 인부를 써야 하고 당연히 소문날텐데? 그리고 그런 사기 농법으로 상표까지 붙여 팔며 다른 농부들까지 십수년간 혹세무민하는 걸 그냥 내버려둘 정도로 우리나라 농정이 만만하단 말이냐?

실제로 내가 그 쌀을 구입해서 다른 유기농 쌀과는 다른 증거물이 내 눈앞에 있는 한, 그리고 "밤에 몰래 찾아갔더니 남들처럼 비료 뿌리고 김매고 다 하더라~ 무려 11헥타르이니 당연히 인부들도 써가며 농사짓는데 그 일대 농부들이 모두 입다물고 쉬쉬하는 거더라~" 라는 증거 영상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나는 직접 카메라를 들고 이영문씨를 찾아가 그 현장을 찍고 직접 씨뿌려가며 실험한 KBS 기자들을 믿겠다. 상식을 말하니 나도 상식을 묻겠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대체 어느 상황이 더 타당성있냐? 내 상식으로는 아무리 봐도 이영문씨가 실제로 저 태평농법으로 농사를 성공적으로 짓고 있다에 한표인데?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예의를 밥말아먹은 덧글을 달기 전에 한번쯤 생각해보고, 그래도 반박을 해야겠다면 최소한 예의만이라도 지키는 자세가 아쉽다. 블로그는 디씨 인사이드 게시판이 아니라는 것을 왜 모르는 거냐?

(사과는 받았다. 하지만 사과 받은 것과는 별개로 내 기분 상한 건 이미 상한 거다. (게다가 사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 충고던걸 -_- ) 뺨 때려놓고 사과하면 오케바리라는 거야 가해자 얘기지 피해자 얘기가 아니잖아. 내가 부처님 가운뎃토막도 아니니 나도 화난 건 화났다고 외칠테다. 갸오오~~)

by 샐리 | 2005/12/10 15:00 | 생각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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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harles at 2005/12/10 15:20
본문 중의 압사구팽은 오리가 죽으면 개를 삶는다는 말이니,
추수압팽(...) 정도가 맞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샐리 at 2005/12/10 15:21
죄송합니다, 헷갈렸습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Commented by 여우별 at 2005/12/10 16:16
정부에서 이 방법을 좀 정책적으로 실행했으면 좋겠어요. 여러 이해관계가 개입된 문제라 쉽진 안겠지만... 농업에 대해 잘 모르지만 기사만 봤을 때는 최고의 대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Commented by Cain at 2005/12/10 17:24
새만금은 이미 시작했으니까 한다, 정도로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제 거기서 농사지을 생각은 정부에서도 안하는 것 같고, 공단을 짓겠다-_-;; 관광지를 만들겠다-_-;;같은 소리들이 막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저 생두받아서 이제 커피 볶으려고 해요. ^^ 성공하면 트랙백날릴께요. 밤까지 트랙백이 없으면 실패하고 의기소침해져있는 것으로 알아주세요.;
Commented by 샐리 at 2005/12/10 17:31
여우별님 / 그렇죠. 관련 기사로 한겨레에서 쿠바의 유기농법 성공기도 있습니다. 90년대 처음에 미국이 쿠바 봉쇄한다고 할 때 얼마나 말이 많았습니까. 지금 쿠바는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풍요로운 농업을 구가하더군요...

비료공장 농약공장 유통업체 수입업체 난맥이 많겠지만, 정부에서 근본적인 대안을 잘 찾아갔으면 합니다.

Cain님 / 전북도에서 찬성한 게 바로 그 산업복합단지 어쩌고를 만들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공단건은 개펄 간척지가 지반이 약해서 농림부에서도 말이 안된다고 고개를 젓는 안건이고, 관광은 지금 개펄상태가 더 나아요;

+ 오오, 도전하시는군요! 꼭 성공하길 빌겠습니다 + +
Commented by 루스 at 2005/12/10 18:38
충격적인 글이로군요.........
Commented by 샐리 at 2005/12/10 20:04
루스 님 / 영성농법이라는 것도 있어요. http://haime.egloos.com/758996
그건 좀더 충격(?)적일지도요 ^^;
Commented by Cain at 2005/12/10 20:53
쿠바 녹색 혁명쪽 얘기는 저두 참 관심있게 읽었더랬습니다. 사실 그 기사 한두꼭지만으로 이것이 우리 농업의 나아갈 방향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고, 농림부에서 이런 부분을 비중있게 연구하고, 지원도 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진 않겠지요. 훌쩍.

+ 트랙백 보냈습니다. ^^
Commented by 로무 at 2005/12/11 00:39
좋네요~~ 전 오리농업도 좋아합니다. 나름대로 타협안이란 생각이 들어서요(타협을 좋아하는 로무OTL) 그리고 오리도 먹을 수 있으니 진정한 의미의 일석이조!
Commented by 흐뭇 at 2005/12/11 06:20
저희도 곧 귀농하면서 태평농법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소개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아르 at 2005/12/11 09:10
농사를 지을 때, 농약과 비료를 많이 쓸수록 흙이 퍽퍽해져요'ㅡ'
그러나 미생물농법처럼 알아서 지력을 상승시킬 수 있다면 흙이 찰지게 된답니다. (밟으면 기분 좋아요>_<)

역시 자연 그대로가 최고네요. ㅇㅅㅇ~
Commented by 샐리 at 2005/12/11 11:20
Cain님 / 트랙백 잘 봤습니다 ^^

아무튼, 우리나라는 농약과 비료처럼 대량 투입해서 대량 뽑아먹는 방식으로는 땅덩이도 좁을뿐더러 땅값이 비싸서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런 쿠바의 방식은 분명 귀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로무님 / 오리고기 좋아하시나봐요 ^^;; 다만, 경작 비용을 따지면 그래도 태평농법이 월등하더군요. 오리농사 짓는다고 해도 태평농법보다는 일손이 필요하다고 하니...

흐뭇님 / 오, 태평농법 하시는군요. 건투를 빕니다.

아르님 / 그쵸, 자연에 답이 있어요.
Commented by annji at 2005/12/11 16:31
(긁적)딴소리지만 농사로 사기친다는건 있을수가 없는 일입니다. 아버지께서 농사를 하셨는데, 1년에 동원되는 인부만 셀수가 없거든요. 정기적으로 쓰는 사람 말고도 급할때 잠깐 추려서 오시는 분들, 기타등등..사업사기와는 차원이 틀리죠. 사람이 워낙 많이 동원되니까..
농약 쓰면서 유기농으로 사기칠려면, 그 많은 인부는 어쩔것이며 결코 숨기기 쉽지 않은 [농약장비]는 어쩔것이며 농약검출이라도 되면 어쩔것이며 기타등등...
앞으로도 누군가 농사로 사기친다~유기농 다 사기다~이러면 그냥 무시하세요^^;;
저도 예전에 농사하는 사람들이 농약 좋아서 치는거 아니다는 류의 말을 했다가 어찌나 거센 항의를 받았는지 아예 말을 안 꺼냅니다. 아무래도 믿을 수 없나 보죠.^^
Commented by 아르 at 2005/12/11 18:48
맞아요=ㅅ=;
저희 집 700평 농사 짓는데 그거 땜에 조부, 조모를 비롯한 가족 7명, 도와줄 인부 2명까지 동원하는 걸요..;;
농사 가지곤 사기 못쳐요. 흐음. 유기농이랑 무농약이란 게 엄연히 다르다는 거 알고 계신 분 얼마나 있으시려나....;;;
Commented by page at 2005/12/12 01:50
앗 태평농법쌀이 생각보다 싸네요. 엄마가 마트에서 사오시는 즉석 도정현미가 3kg에 만 천원인지 만천오백원인지 했으니 거의 같은 가격이네요. 지금 먹고 있는 걸 다 먹으면 저도 한번 문의해 봐야겠어요 +_+ 3kg에 8천원짜리도 먹어봤는데 역시 좋은 것이 맛있어요. 싹도 잘나고. 전날 불려놓은 현미를 먹는데 좋은쌀은 저녁쯤에는 싹이 트는 녀석들도 꽤있어요. 발아현미가 되는거죠;
Commented by 샐리 at 2005/12/12 13:24
annji님/ 그러게 말입니다. 자기 상식에 맞지 않다고 "우와 저런 농법이 가능하다니 황우석보다 위대한 위업이다~" 라는 비꼬는 덧글을 떡 달아놓은 그 무개념이라니;; 3만6천평 농사로 다른 것도 아니고 농사짓는 법 사기를 친다는 게 가당키나 하답니까 -_-+ 정말 개짜증이었어요. 사람들의 그 '(자기가 아는) 상식의 저항'이라는 게 벽이 높긴 높은가봐요.

거센 항의라... 그럼 그 항의하는 사람들은 "농약치는 사람은 자기들 좋아서 치는 거다"라고 항의했나요?;; 그런 어이없는;;

아르님/ 관심있는 사람들은 좀 알텐데 모르는 사람은 그게 그건줄 알겠죠.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1차 생산물은 무농약과 유기농이 구분되는데, 가공식품은 완전 유기농 아니면 표기를 할 수 없게 되어있어서 가령 무농약 쌀로 만든 쌀과자는 '무농약 쌀이다'라는 선전을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부분을 개선해달라는 요청이 있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샐리 at 2005/12/12 13:24
page님/ 그런데 생각보다는 별로예요. 직접 먹어보니 쌀이 잘 안 부풀어서, 가령 쌀 한컵으로 밥을 지으면 오리쌀은 1인분 먹고 좀 남았거든요. 그런데 이 쌀은 딱 1인분이더군요. 그리고 뭐랄까 구수한 맛이 오리쌀보다 덜했어요. 무턱대고 1년치 주문하시기보다는 일단 20kg만 시켜서 먹어보시고 결정하시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얼마전 제가 한농마을에서 '닭을 태어날 때부터 유기농 사료만 먹이고 방목해서 기른 닭의 알'이라는, 1개에 무려 700원이나 하는 산초란이라는 달걀을 먹어봤는데, 의외로 맛이 그냥 그렇더라고요. 비린맛이 없는 건 확실했지만 맛이 진하지 않고 그냥 무덤덤한 맛이랄까... 자연의 맛이라는 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길들여진 입에는 좀 심심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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