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유쾌한 얘기가 아니라서 덮어두려고 했는데, 말 나온 김에 그냥 쓰도록 하자.
이런 곰팡내나는 얘기는 사실 발산해야 더 빨리 날아가는 것이기도 하니까.
예전에
약간 괴이한 옥션 이야기라는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었다. 간략히 말해서, 나보다 고가 입찰자가 하나 있었는데 옥션 종료 전에 출품자에 의해 취소되어 있었다. 물론 그때도 경쟁을 붙여 가격을 올리고자 하는 자작극의 가능성은 염두에 뒀지만(근데 미안하게도 나는 시작가보다 100엔이라도 더 비싼 가격은 낼 생각이 없었거든? -_-), 당시에 나는 혹시 이 사람이 외국인인 나를 어여삐 봐서 내게 팔아주려고 한 걸까? 라는 아주 호의적인 해석을 내렸었다.
지금은 나는 그게 그 사람의 남편이나 친구 등을 동원한 자작극이라고 결론내렸다.
(남편...에 혐의를 두는 것은 그 '나말고 다른 입찰자'의 거래내역을 보니 오토바이라든가 죄 그런 류였기 때문. 만화 관련 물품은 한개도 없었다 -_-;)
사정인즉슨 이러하다.
안 좋은 내용이므로 감춥니다
돈은 현금으로 보내는데 환전은 1천엔단위로 할 수 있으므로, 남는 돈은 우표로 받게 된다.
근데 낙찰하고 계산기를 때려보니 그 사람이 시킨대로 EMS로 받으면 거스름돈으로 600엔이 남지만
항공소포나 선편소포로 받으면 값도 더 싼데다 거스름돈이 100엔 미만으로 남는 것이었다.
그래서 구구절절 긴 메일로, "이러하니 혹시 선편소포로 받을 수 없겠느냐" 라고 물었다.
그러자 답장 가라사대
"당신 하나 때문에 귀찮아지기 싫다. 나도 이유가 있어서 해외발송시 이런 방식 쓰는 거니까,
애초에 내 방식에 동의했으면 그에 따라라."
........................=_=+
꽤 오래 고민했다. 저 재수없는 문구로 보아건대, 저런 사람은 내가 뭐라뭐라 하면 반드시
"이래서 해외 거래는...쯔. 앞으론 해외 발송은 말아야지, 쳇" 이딴 소리를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아니 아니, 나야 뭐 안 사면 그만이지만, (너만 물건 있냐? --+)
저 사람은 몇년간 계속 해외발송을 해온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여기서 잘못 깽판치면 향후에 저 사람에게서 물건을 살
미래의 대만의 동인녀와 미국의 동인녀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거다.
해외 구매자의 동병상련으로서, 내가 그녀들의 앞길을 망쳐도 될 것인가. 라는 고민을 했더랬다.
하지만 그녀들을 걱정해주기에는 나의 분노가 너무나 컸기 때문에 메일을 썼다.
"니가 나한테 보낸 맨 첫 메일에는 이런저런 문의해도 된다고 하더니 내가 문의한다고 말투가 저러냐? 오냐 나도 더 험한 꼴 보기 싫으니 니 시키는대로 하마."
그러자 과연 답변 날아오기를
"나도 해외발송 베테랑이다. 원래 해외발송 안 하는데 요청이 많아서 굳이 해주는 거다."
(△ 누가 보면 공짜로 주는 줄 알겠다 =_= 이쪽도 돈 다 내고 사는 건데 웬 은혜 베풀기적 발언?)"
"이유가 있어서 이런 방식 쓰는 거고 여태 한번도 트러블 없었는데, 이정도 룰도 못 지키겠다니
앞으로는 해외발송 말아버릴까보다.
(△오예~♪ 나왔다 이 대사.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ㅁ-;;)"
그 다음 말은 좀더 가관이었는데
"해외에서 물건 사면서 고작 500엔 남는 게 아깝다고 하는 걸 이해 못하겠다."
(△ 내가 이 사람이 자작극 벌였다고 심증을 굳히게 된 결정적인 대사)
................어이, 해외 구매자는 봉이냐? 돈이 화수분에서 쏟아져나오냐?
그리고는 한다는 말이 "앞으로 해외 판매 안 해도 이 거래는 끝까지 할테니 안심해라."
...............-_-+
누가 일본 만화책 따위 못 사서 환장한줄 알아?! 아니, 너말고 파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냣!
게다가 누가 모를 줄 아느냐. 이 경우에 분명히 내가
"기분 드럽지만 어쨌든 낙찰했으니 너 시키는대로 하마"라고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저 사람이 안 팔겠다고 나서는 경우,
나는 저 사람에게 당당히 "되게 나쁜 놈" 평점을 붙일 수 있다.
물론 저 사람도 내게 같은 평점을 붙일 수 있지만
나는 아이디 만든지 며칠 안 됐기 때문에 이 아이디 버리고 새로 만들면 그만이다.
하지만 저 사람은 거래실적 1천, 그것도 '나쁨'이 한개도 없는 빛나는 아이디다.
'나쁜 놈' 평점이 붙으면 둘 중에 누가 더 손해냐? 네가 그거 계산하는 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냐?
정말이지,
"니가 지금 어지간히 우리한테 은혜 베푼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말 별 걸 가지고 치사하게 구네. 그럼 해외 판매 하지 마! 우리도 거지 아니야!"
.........라고 써줄까 하다가 -_-;;
앞서도 말한 그 <미래의 미국 동인녀와 대만 동인녀들>이 걸려서 -_-;;
적당히 정중하게 아래의 내용을 꾸며서 메일을 보냈다.
"내가 선편 발송 못 받은 게 돈아까워서 화내는 줄 아느냐? 니가 말을 뽄때없이 하니까 화낸 거다. 너 분명히 말 심했다. 해외 구매자는 그럼 니가 뭔소리를 해도 찍짹소리 못하고 당해야 하느냐? 그건 아니지 않으냐. 말 조심해.
그리고, 여태 한번도 트러블 없었다가 나랑 처음 트러블 생겼다면서 왜 전체 해외거래자들에게 덤터기 씌우니? 미친년나쁜놈은 나 하나로 끝내. 여태 거래 잘 해준 그 사람들한테 미안하다.
암튼 돈 보냈으니까 받거든 연락해."
(...아니 뭐 실제로 표현은 순화시켰지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저런 것.)
그리고 뭐라고 메일 보내나 지켜보니,
자기도 할말이 없었는지 아니면 더이상 말하기 피곤했는지
그 다음 메일은
"돈 받았고, 책 보냈다. 책 받거든 알려다오. 그걸로 이 거래 끝내자."
라는 아주 간결한 답장이 왔다.
그래서 며칠 후 책이 도착했을 때, 알고보니 그 책에,
옥션 당시에는 설명이 없었던 찢어진 흠집이 1cm 가량 있었으나 -_-+++++
나도 더이상 말 섞기 싫었기 때문에,
"책 받았다. 그럼 안녕." 이러고 끝냈다.
....................문득, 오늘 저 명휘당 인간들을 겪고 나니 저 인간들도 똑같은 우쭐함에 빠진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이어이, 착각하지 마. 너네가 만화 그리냐?
재벌기업 수위실에서 일한다고 너희가 잘난 건 아니란다, 얘들아.
후일담 한가지 :
그 후로 그 사람이 정말로 해외 거래를 관뒀나 하고 살펴보니, 계속 하고 있었다.
내 마지막 편지를 보고 뉘우친 건지(...그럴 리는 없다고 보지만),
해외 구매자들이 매상고에 도움을 주므로 계속 하는 건지(사실 이쪽이 더 유력하다. 가령 이번 같은 경우 나말고는 아무도 입찰 안 했다구) 알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대만과 미국의 동인녀들에게 좋은 일이므로,
그럼 그걸로 됐다고 하기로 했다.
미래의 구매자들에게 건배!
전에 일본 갔을때 느낀건데, 일본사람들 영어에 무지 약하다는 사실입니다.
영어로 말하면 못 알아드는 경우가 태반....인지라.
어려운 영어 말고 쉬운 영어로 써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 영어하는 사람들을 무슨 '신'처럼 생각한다는 걸 어디선가에서 들은듯...
동굴곰 / 선진국일수록 닫힌 마인드인 게 맞는 모양입니다. (쌀나라라든가...) 정말 욕보셨네요. 아마존 저팬도 참 나쁘군요;;;
그러고 보니 먼 옛날에 아는 사람이 홍콩의 스트로베리닷넷이라는 화장품 사이트에서 비슷한 트러블을 겪자, 안티 스트로베리닷넷이라는 사이트를 아예 개설해버리고 직접 전화를 걸어서 항의하니까 그제서야 해결해주더랍니다. (그리고 "안티 사이트는 지워주세요"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메일로 보내면 씹으니 직접 전화를 걸어야 할텐데 전화 걸면 비싸니;; 카드사 이의 제기가 무사히 통과되기만 빌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샵거래는 영어가 통하지만, 개인 거래인 일본 옥션을 이용할 경우에는 저 사람들이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경우가 99%이기 때문에, 해외 거래를 해주는 사람조차 "서툴더라도 좋으니 일본어가 가능할 것"이 기본 조건이거든요.
그리고 사실, 개인 거래 100건 이상 해봤지만 저런 나쁜 놈은 저도 처음 당했습니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우와, 일본어 잘 하시네요~ 저는 모국어 하나밖에 못하는데, 대단하세요 + +" 라든가, "일본어를 잘 하시는 분이라 안심됩니다. 해외발송은 처음이라 제가 잘 모르는데 잘 지도해주세요" 라든가, "님의 일본어를 요새 문법파괴하는 젊은 것들에게 배우라고 하고 싶을 정도네요" 라는 말을 훨씬 많이 듣거든요.
아무튼 <내가 일본어를 하지 못하면> <거래를 받아주지 않는 경우>(자기들이 영어를 못하므로;;)가 99%이기 때문에, 옥션을 이용할 경우에는 일본어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요;;
좀 기분이 좋지 않네요. 다들 저런건 아닐겁니다. (토닥토닥)
(아, 그나저나 헤르시즈 님도 야후 옥션 이용해보셨나요? 자동입찰은 일본 옥션 특유의 제도라서, 해보지 않은 분은 잘 모르실텐데.)
METALICRED / 처음에야 신기하니까 그럴 수 있죠 ^^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세요.
저 사람도 뭐, 처음부터 저렇게 악질로 나오진 않았을텐데, 거래가 쌓이다보니 점점 생각이 샛길로 빠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식당 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 하지 않습니까.
저도 지금은 애정이 살짝 식어 옥션은 안하지만
한 때는 마감 시각까지 따로 메모할 정도로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흐흐...물론 그 중엔 '해외발송해주시면 안될까요?' 질문 남겼다가
그 뒤 그 사람의 블랙리스트에 들어가버린 가슴 아픈 일도...
하지만 샐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해외발송 응해주신 분들은
대부분은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두꺼븐 동인지도 국제우편으로 보내주시고 잘 도착했는지
수시로 연락을 주시더군요. 나중에 받고보니 동인지 외에 부록으로 받은 듯한 편지지랑 스케쥴장까지=ㅇ=)pq
일본 쇼핑몰은 해외배송은 거의 EMS로 이뤄져 배송비가 비싸기 때문에, 요새는 일본내 무료배송 금액만큼 주문한 뒤 일본 지인댁으로 보내버립니다. 그런 뒤 일정 분량이 모이면 배편으로 받구요. 받는데 시일은 좀 걸리지만, 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품절이나 절판되지 않는 이상 (돈만 있음ㅠㅛㅠ) 마음껏 구할 수 있기에 좋습니다.
유즈 / 일본에 지인의 주소가 있는 사람은 좋겠습니다 ^^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