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방어막


예전에 현관문 방충망을 직접 만들어달았다가 DIY 방충망 - 그 후라는 글을 통해 그 방충망이 길냥이들의 습격으로 뜯어져버렸다는 이야기까지 쓴 적이 있다.

그때, 그 글을 읽고 덧글 달아주신 heres님의 아이디어에 힘입어 철제 격자망을 사서 문앞에 보강한 것이 바로 저 사진이다.

동대문 평화시장 근처에서 파는데 사진속 물건의 사이즈는 120*60. 문의 폭은 90cm. 남는 30cm를 신발장으로 꽉 눌러서 고정해두었다. 높이가 낮아서 내가 외출할 때는 저 상태 그대로 두고 넘어간다. 가격은 8000원.

낮아서 고양이들이 드나드는 일은 없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의외로 없다.

밑이 다 뜯어져 덜렁덜렁 ㅠ ㅠ 거린다 해도 아무튼 시야에 발이 드리워져있으니 차단막처럼 느껴지는 걸까 라는 가설을 세웠으나, 집안의 괭이는 몰라도 집밖의 괭이는 가끔(아니 자주) 저 발을 제끼고 철망 바로 앞에서 앉아 야옹야옹 시위를 하는 걸로 보아 저 발 때문에 안 들어오는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애당초 저 발을 저렇게 덜렁거리게 다 뜯어놓은 것이 바로 그 '집밖의 괭이'님이시다 -_-+)

그럼 저 야트막한 60cm높이의 철망이 담벼락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긴데...
맘먹으면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안 넘어오는 걸 보면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다.


신발장 앞에는 좀 큰 사이즈의 스티로폼 상자가 있다. 전에 택배로 물건 받고 남은 건데 그 안에 5kg들이 개사료를 부어놓았다. 그리고 한사발씩 퍼서 현관 옆 공간에 뿌리는데, 하루 넘게 남은 쪼가리는 안 주워먹기 때문에 -_-; (건방진 것들!) 지저분해지고 파리가 꼬이는 것이 싫어 그 옆에 걸어둔 빗자루로 삭삭 쓸어담는다.
집안에서는 두께 3cm짜리 스티로폼 상자가 냄새를 잘 차단하는지, 열면 기름 쩐 사료 냄새가 역한데 닫으면 안 난다. 다행이다.


그나저나, 다음에는 그냥 개사료보단 비싸더라도 8kg 들이 캣차우를 살까 생각중이다. 분명히 밥을 부어줬는데도 하루종일 집앞에 앉아서 애옹애옹 시위를 하기 때문이다. -_-;;

...밥이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나도 집안에 들여보내줘~" 라는 하소연인가 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그건 내쪽에서 거절인 까닭에(...니들 땅콩 따주리? -_-; 울집 암놈은 수술 안했다구...)
그 가설은 패스다. -_-;

......사실 그보다도,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나가 더 문제다.
아무튼 1층 사는 집주인은 내게 "마당에 고양이밥 놓지 말라"고 분명히 천명했다. (1년전쯤)
그래서 나는 마당이 아니라 내 2층 현관 바로 옆에 고양이밥을 놓고 있긴 한데....
집주인이 정색을 하고 따지면 어쨌거나 나도 할말이 궁하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서럽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고정적으로 길냥이 밥을 줄 생각은 없었건만,
그놈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를 읽는 바람에 미안해져서 말이지.

...뭔 얘기냐면, 보상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질수록 동물은 더 강박적으로 그 행위에 매달린다는 거다.
잭팟이 가끔 터질수록, 애인의 전화가 드문드문 불규칙할수록 사람이 거기에 매달리는 것은 바로 그런 본능적 심리에 기인한다나.

처음에는 꼬맹이 밥이 남을 때 쓰레기통에 버리기 아까워서 문옆에 뒀는데,
언젠가부터 길냥이들이 자기네가 밥 찾아먹을 생각은 하지 않고 문앞에 계속 상주하게 되었다 -_-;
안 줄 땐 안 오고 먹을 것이 있을 때만 오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다. 저 책에 의하면 내가 가끔씩 문옆에 먹을 걸 버리는 한 이놈들이 계속 온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내가 <간헐적 보상>을 할수록 저놈들은 이 문 앞에 강박적으로 매달리고 - 그 시간동안 쓰레기통 뒤지기도 사냥도 안 한다는 것이니. 그거, 멀쩡한 놈 굶기는 게 되는 거 아닌가. orz

─ 거기까지 생각하니 뭔가 난감해져서 =_=; 게다가 여름철은 계속 대문을 열어놓고 지낼 건데 내가 문앞에 얼쩡거릴 때마다 "야웅~" 하고 놈들이 시끄럽게 보채도 난감시러워서;; 작심을 하고 개사료 5kg 푸대를 사왔으나... 저것들이 그거 별로 안 좋아하니 그것도 난감하다.
(아아, 한 문장 안에 "난감하다" 란 단어가 3번;)

뭐 암튼 그래서, 현재 우리집 현관문 앞에는 길냥이가 한마리.

발을 들추고 철망 앞에 얼굴을 바싹 들이대기도 하지만, 넘어오는 일은 없다.

왜 안 넘어오는지 궁금하긴 궁금하다.

by 샐리 | 2005/08/03 18:10 | 고양이 - 용품 | 트랙백 | 덧글(10)

트랙백 주소 : http://haime.egloos.com/tb/108628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마리 at 2005/08/03 20:13
저도 참치나 생선, 계란말이, 햄 등 고양이가 먹을만 한게 남으면 집 앞에 몰래[분명 동네 사람들이 보면 뭐라 할 것이므로] 내다놓기도 했었는데 매일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싶어서 아까워도 그냥 버리고 있어요. 괜히 그녀석들이 기대할까봐 미안해서요. 거 참....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처하시겠네요. 겨울엔 어쩌시죠....
Commented by 샐리 at 2005/08/04 00:02
마리 / 겨울엔... 문 아예 닫아놓으니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열려있으니까 더 시위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어떻게 보면 저보다 더 나으시네요. 독하게 버리시니. 저도 사실은 지금의 개사료가 다 떨어지면 독하게 끊어버릴까 라는 생각도 해보긴 합니다. (정말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Commented by 紅虹 at 2005/08/04 00:24
..마실나간 깐돌이 배고플까 내다놓은 사료를 길냥이가 먹더니..얼마전엔 집안에 들어와서 먹더라구요 ^^;; 그런거 보면 또 안쓰럽고 ㅜㅠ
Commented by Cain at 2005/08/04 02:16
동물들도 넘어가면 안된다, 는 것이 있나봐요. 저희집은 날이 따뜻해지면 뒷베란다 문을 열어두는데, 멍멍이들이 화장실이 아니고 베란다가 나가서 볼일을 본답니다. -_- 둘다 타일바닥이라서 그러는건지 모르겠지만, 치우는 입장에서는 베란다에 볼일을 봐버리면 귀찮아서요;; 그래서 얼마전에는 문앞에 스티로폼 포장재를 늘어놨는데, 높이는 15센티미터도 되지 않는데 절대 안 넘어가더라구요. 의자위에도 펄쩍펄쩍 잘 올라가는 녀석들인데요. 으음.. 신기했어요. 닥터 스쿠르의 라디오 개 생각도 나면서;;;
Commented by yayar at 2005/08/04 02:25
진짜... 안넘어 오는게 궁금하네요. 자존심... 일까요? 넘어와도 되는데.... ^^a
Commented by 샐리 at 2005/08/04 09:48
紅虹 / 맞아요, 안쓰럽죠. ㅠ ㅠ

Cain / 오호, 역시 '울타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로군요 * *
그나저나 맞아요, 베란다 타일바닥에 싸면 피곤하죠;; 버릇이 고쳐졌길 바라겠습니다.

yayar / 예, 저도 정말 궁금해요 ^^
아, 그나저나 제 링크가 도움이 좀 됐는지요?

Commented by yayar at 2005/08/04 22:51
그럼요. ^^ 구매 신청하신 분의 3분의 1정도는 샐리님 블로그 통해서 오신 것 같아요.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 꽤 많이 처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0^
Commented by 샐리 at 2005/08/05 21:49
yayar / 다행이네요 ^o^ 에헷~
Commented by heres at 2005/08/06 08:27
앗~! 저는 샐리님 안오신줄알았는데 ^^* 오셨었군요?! ㅎㅎㅎ 덕분에 더운 오늘 시원하게 보내요~!
Commented by 샐리 at 2005/08/06 11:09
heres / 죄송합니다 ^^ 그때 제가 좀 정신이 없어서 블로그를 거의 방치상태로 놔두다보니; 답글도 하나 못 달아드렸네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