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8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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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방어막

예전에 현관문 방충망을 직접 만들어달았다가 DIY 방충망 - 그 후라는 글을 통해 그 방충망이 길냥이들의 습격으로 뜯어져버렸다는 이야기까지 쓴 적이 있다.
그때, 그 글을 읽고 덧글 달아주신 heres님의 아이디어에 힘입어 철제 격자망을 사서 문앞에 보강한 것이 바로 저 사진이다.
동대문 평화시장 근처에서 파는데 사진속 물건의 사이즈는 120*60. 문의 폭은 90cm. 남는 30cm를 신발장으로 꽉 눌러서 고정해두었다. 높이가 낮아서 내가 외출할 때는 저 상태 그대로 두고 넘어간다. 가격은 8000원.
낮아서 고양이들이 드나드는 일은 없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의외로 없다.
밑이 다 뜯어져 덜렁덜렁 ㅠ ㅠ 거린다 해도 아무튼 시야에 발이 드리워져있으니 차단막처럼 느껴지는 걸까 라는 가설을 세웠으나, 집안의 괭이는 몰라도 집밖의 괭이는 가끔(아니 자주) 저 발을 제끼고 철망 바로 앞에서 앉아 야옹야옹 시위를 하는 걸로 보아 저 발 때문에 안 들어오는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애당초 저 발을 저렇게 덜렁거리게 다 뜯어놓은 것이 바로 그 '집밖의 괭이'님이시다 -_-+)
그럼 저 야트막한 60cm높이의 철망이 담벼락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긴데...
맘먹으면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안 넘어오는 걸 보면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다.
신발장 앞에는 좀 큰 사이즈의 스티로폼 상자가 있다. 전에 택배로 물건 받고 남은 건데 그 안에 5kg들이 개사료를 부어놓았다. 그리고 한사발씩 퍼서 현관 옆 공간에 뿌리는데, 하루 넘게 남은 쪼가리는 안 주워먹기 때문에 -_-; (건방진 것들!) 지저분해지고 파리가 꼬이는 것이 싫어 그 옆에 걸어둔 빗자루로 삭삭 쓸어담는다.
집안에서는 두께 3cm짜리 스티로폼 상자가 냄새를 잘 차단하는지, 열면 기름 쩐 사료 냄새가 역한데 닫으면 안 난다. 다행이다.
그나저나, 다음에는 그냥 개사료보단 비싸더라도 8kg 들이 캣차우를 살까 생각중이다. 분명히 밥을 부어줬는데도 하루종일 집앞에 앉아서 애옹애옹 시위를 하기 때문이다. -_-;;
...밥이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나도 집안에 들여보내줘~" 라는 하소연인가 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그건 내쪽에서 거절인 까닭에(...니들 땅콩 따주리? -_-; 울집 암놈은 수술 안했다구...)
그 가설은 패스다. -_-;
......사실 그보다도,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나가 더 문제다.
아무튼 1층 사는 집주인은 내게 "마당에 고양이밥 놓지 말라"고 분명히 천명했다. (1년전쯤)
그래서 나는 마당이 아니라 내 2층 현관 바로 옆에 고양이밥을 놓고 있긴 한데....
집주인이 정색을 하고 따지면 어쨌거나 나도 할말이 궁하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서럽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고정적으로 길냥이 밥을 줄 생각은 없었건만,
그놈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를 읽는 바람에 미안해져서 말이지.
...뭔 얘기냐면, 보상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질수록 동물은 더 강박적으로 그 행위에 매달린다는 거다.
잭팟이 가끔 터질수록, 애인의 전화가 드문드문 불규칙할수록 사람이 거기에 매달리는 것은 바로 그런 본능적 심리에 기인한다나.
처음에는 꼬맹이 밥이 남을 때 쓰레기통에 버리기 아까워서 문옆에 뒀는데,
언젠가부터 길냥이들이 자기네가 밥 찾아먹을 생각은 하지 않고 문앞에 계속 상주하게 되었다 -_-;
안 줄 땐 안 오고 먹을 것이 있을 때만 오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다. 저 책에 의하면 내가 가끔씩 문옆에 먹을 걸 버리는 한 이놈들이 계속 온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내가 <간헐적 보상>을 할수록 저놈들은 이 문 앞에 강박적으로 매달리고 - 그 시간동안 쓰레기통 뒤지기도 사냥도 안 한다는 것이니. 그거, 멀쩡한 놈 굶기는 게 되는 거 아닌가. orz
─ 거기까지 생각하니 뭔가 난감해져서 =_=; 게다가 여름철은 계속 대문을 열어놓고 지낼 건데 내가 문앞에 얼쩡거릴 때마다 "야웅~" 하고 놈들이 시끄럽게 보채도 난감시러워서;; 작심을 하고 개사료 5kg 푸대를 사왔으나... 저것들이 그거 별로 안 좋아하니 그것도 난감하다.
(아아, 한 문장 안에 "난감하다" 란 단어가 3번;)
뭐 암튼 그래서, 현재 우리집 현관문 앞에는 길냥이가 한마리.
발을 들추고 철망 앞에 얼굴을 바싹 들이대기도 하지만, 넘어오는 일은 없다.
왜 안 넘어오는지 궁금하긴 궁금하다.
# by | 2005/08/03 18:10 | 고양이 - 용품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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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떻게 보면 저보다 더 나으시네요. 독하게 버리시니. 저도 사실은 지금의 개사료가 다 떨어지면 독하게 끊어버릴까 라는 생각도 해보긴 합니다. (정말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Cain / 오호, 역시 '울타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로군요 * *
그나저나 맞아요, 베란다 타일바닥에 싸면 피곤하죠;; 버릇이 고쳐졌길 바라겠습니다.
yayar / 예, 저도 정말 궁금해요 ^^
아, 그나저나 제 링크가 도움이 좀 됐는지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