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비긴즈

안 본 분에게 예의상 가립니다.
본 분에게도, 별로 좋은 소리는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영화 매우 좋게 본 분이라면 그다지 권할만 하진 않네요.

그래도 볼 분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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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실은, 쓸말이 별로 없습니다.

뭐랄까... 좀 애매해요. 돈값은 충분했는데 내가 바랐던 히어로물과는 좀 방향이 다르더군요.
블레이드 러너를 텍스트로 삼았다더니 정말 그렇긴 합디다;; 진지 + 암울.

썰렁한 유머 감각도 좋고 액션도 좋고 화면도 멋지고 (특히 배트맨 날아갈 때)
한데....

역시 '캐릭터의 동인(動因)'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적쪽. 이런 평면적인 악당이 나와서 설치기엔 작품이 너무 진지해요.

평면적이라는 것이 문제가 된 건 아닙니다. 작품에 따라서는 그런 게 어울리는 경우도 있어요. <데어데블>을 무려 극장에서 3번 본 인간으로서, 왕똥폼 잡는 킹핀을 보며 실실 웃는 재미가 있었으니까. <콘스탄틴>의 가브리엘도, 참으로 흔하디 흔한 타락천사였지만 장르적 캐릭터로서 가브리엘은 꽤 매력적이었지요. (정확히는 그 배우라고 해야 하려나.)

그보다는 그들이 고담시를 뒤엎겠다는 동기를 전혀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정의의 이름으로 수백만을 인종청소해버리겠다는 그들을 보니 부시와 히틀러를 비꼬려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들이 그래봐야 작은 규모의 테러리스트라는 걸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고. 옴진리교가 모티브인가 하기엔 너무나 정예부대입니다. 그래서 그냥 "악"을 위해 설정된 닌자부대 이상이 되지 못하다보니 매력이 없었습니다. 수백만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흥정하려는 악당이면 적어도 <피스 메이커>나 <더 록> 정도의 대의명분이 있는 쪽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브루스가 배트맨 옷을 입은 동기도 동조하기 어려웠습니다.

힘없고 돈없고 빽없어 뒷골목에서 근근히 살아가는 데어데블이야, 자신이 사는 세계 안에서 악을 청소하려다보니
힘없고 돈없고 빽없고 정신력도 약해서 범죄의 구렁텅이에 빠져든 뒷골목 잔챙이들을 사냥하며 살아도 캐릭터에 잘 어울렸는데,

브루스 웨인이 사는 세계는 그보다는 더 크죠. 그에겐 힘있고 돈있고 빽있으니까.
그가 부시처럼 머리가 텅빈 것도 아닙니다. 자기 부모님을 죽인 게 돈없는 화이트 트래쉬 계층이라고 해서 게토놈들을 싹쓸겠다! 라고 단순빵처럼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그는 데어데블보다는 더 큰 시야를 갖고 또한 더 높은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사회의 근본적인 적이 무엇인지는 아는 사람이죠. 배트맨이 부잣집 도령의 단순한 복수심이나 유희가 아니라 진지하게 정의 구현을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그가 싸워야 할 적은 저런 일개 테러리스트 집단이나 조커니 펭귄맨 같은 개별 범죄자가 아닌, 그야말로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 스트라이크 어게인>처럼 대통령 사무실(백악관은 아닌듯 했습니다)에 배트카를 몰고 그대로 들이받아야 하는 게 아닐런지.... 라는 아쉬움이 들더라는 거죠. 아니면 그 부모님이 했고 앞으로 그가 양지에서 하려는 일인 제도권 안에서의 사회 가꾸기에 총력을 투자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되지도 않는 난봉꾼 흉내를 내며 평판 깎아먹지 말고 말입니다.

...예, 한마디로, 이 <배트맨 비긴즈>에서 설정된 배트맨은,

"이런 데서 썩기엔 격이 아까워요" 였습니다 =ㅅ=;


뭐, 그것 외에 나머지 요소들, 특히 배트맨 및 그를 둘러싼 집사와 과학자 경찰 아저씨 등등은 모두 마음에 들었으니 만족하고 있지만요 :)
(적어도 스타워즈 에피소드 3보다는 만족도가 높았음.....=_=; 에피3은 찌질이 아나즐과 매정한 OB1 무력한 파드메 등등으로 인해 그야말로 '특수효과 덕에 눈만 즐거웠다. 그 이상은 없다' 였으므로;)



※ 내용과 상관없는 코엑스몰 후기 :

반디루니에 점프 30호가 27일에 이미 들어와있더군요 @ @ 일본의 정식 발매날짜가 27일인데(쿨럭;)
아니 뭐 물론 발매야 그 전주에 이미 이루어진 것이긴 해도 국내에 반입되려면 보통은 금, 토요일이나 되어야 입고되기 때문에 굉장히 놀랐음.

by 샐리 | 2005/07/01 00:35 | 책, 영화, 드라마 등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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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비아니님의 귀여운 조커 &gt;ㅁ&lt; 까마득한 옛날..은 아니고 3년 전에 를 봤을 땐 썩 좋게 보지 않았었어요. (당시 감상글) 를 보고 히어로물에 대한 기대치가 하늘 끝까지 올라간 탓도 있었겠지만, 자체를 놓고 보더라도 뭐랄까 '적'이 참... 배트맨에게 붙이기엔 급수가 안 맞는다고 ... more

Commented by 사다꼬 at 2005/07/01 02:02
ㅡㅡ;안녕하세요. 전 이영화 다운받아서 저번에본거같은데 좀짤린듯한 기분이드네요.아무래도 영화관에서 봐야할까..나름대로 괜찮게 보았던 기억이. 별생각없이 보아서 그랬을까요;;(공지에 금기되는 웃음소리를 애써 안쓰려참고있다ㅜㅜ) 님 글을 읽어보니 동감가는게 많네요- 불투명한 동기와 배트맨이 옷입게되는 동기 등등^^..역시 저처럼 아무생각없이 보는게 좋을듯.^-^
Commented by TROWA at 2005/07/01 08:18
친구들이 극장갈때 아르바이트였기때문에 혼자 왕따가 되어버린 기억이 납니다.
요즘 보여주는 진지한 형태의 수퍼 히어로들은 꽤 흥미진진한 대상들입니다.

악당에 대한 모순은 많은 분들께서 지적하시더군요. 하지만 배트맨쪽의 설득력은 어느정도 확립했다고 봅니다. ...현실세계에서 갑부라면 그 조직을 돈으로 엮어놓겠지만요...(아닌가?) 복수심이 트라우마를 자극했다고 보는게 무난할 것 같습니다. 음...
Commented by neungae at 2005/07/01 09:52
안 본 사람들을 배려하시는 샐리님의 센스라니..^^
메멘토에서 느꼈던 감독의 연출력을..
베트멘에서 한 번 더 느낄수 있었으면...
샐리님 좋은 하루요..^^
Commented by 샐리 at 2005/07/01 23:49
사다꼬 / 저도 재미가 없었다는 건 아닌데 기대가 컸던 것 같네요. 그리고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게 제일 제맛을 살려서 볼 수 있겠죠.

TROWA / 저런; 그래도 밥줄이 더 중요하니 기운내시길!

복수심이 트라우마를 자극한 건 맞는데 그렇다고 그가 데어데블처럼 잔챙이들과 싸우기엔 배트맨의 돈이 아깝고; 그렇다고 적의 급수를 배트맨에 걸맞게 키운답시고 늘 세계정복을 노리는 집단을 내놓을 수도 없고... 좀 애매할 것 같더라고요.

neungae / 스포일러야 당하면 기분나쁜 거니까요. :) neungae님도 좋은 하루 되시길 ^^
Commented by 늑돌이 at 2005/07/02 13:15
이번 배트맨에 실망을 표시하는 분들은 대부분 강한 악역이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배트맨엔 조커, 수퍼맨엔 렉스 루더, 호빵맨에는 세균맨(... 어.. 아닌가..? -_-;;) 흠흠..

가난한 영웅을 눈물겹게(...) 잘 묘사해준 스파이더맨2는 어떻게 보셨는지도 궁금하네요. ^^
Commented by 샐리 at 2005/07/02 13:21
늑돌이 / 음.. 저는 이 <배트맨 비긴즈>의 배트맨에게는 조커도 좀 약하다고 생각해요. 그가 짊어지고 있는 게 스파이더맨2이나 바람의 검심의 주인공 켄신처럼 '내 눈에 보이는 사람을 구하고 싶다'라는 소박한 마음이 아니라 '정의 구현'이라는 좀더 거창한 것이기 때문이죠.

스파이더맨2에 관해서라면 옆의 카테고리에 '피터-스파이더와 친구들'을 보시면 됩니다. 나름대로 굉장히 열심히 썼던 글들이니 한번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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