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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아이템 매니아 해킹 사기

집전화로 전화가 왔다.

나 : 여보세요.

상대방 : (젊은 남자 목소리) 어... 거기 하느님 네 집이죠?

나 : ........네? (순간 경직. 잘못 들었나?)

상대방 :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아....저기 아드님 계세요?

나 : (..'현우님'이라고 한 거였나... 광고 전화구나) 없는데요, 잘못 거셨어요.

상대방 : (머뭇머뭇) 저기... 아드님이 아이템 매니아 아이디 해킹으로....

나 : (앗, 광고가 아니라 사기 전화구나!!!) 사기 치지 마 이 자식아 난 독신이야!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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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잠시 음미. 오오오 이것은 ARS가 아닌 실제 인간의 사기 전화!!!! 인건비를 펑펑 쓰다니 대규모 사기인가보다!!!
그런데 전화 잘못 거셨어. 난 아이템 매니아는 고사하고 온라인 게임도 해본 적이 없는걸. 아들도 없지만 해킹당할 아이디도 없다구.

처음엔 그냥 웃고 넘어갈까 하다가, 그래도 이런 건 신고를 해서 피해를 막는 게 좋지 않은가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아이템 매니아 아이디 해킹을 빙자한 대규모 전화 사기단은 안 나오고 소소하게 1대1 해킹 사기를 해처먹었다던가 당했다던가 하는 네이버 지식즐의 글들이 줄줄 뜬다..........

.....

........

혹시 저거, 아까의 그 가냘픈 남학생인듯 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사기꾼이 아니라 피해자였던 걸까?

언놈이랑 거래하는데 상대방이 집전화라고 가르쳐준 번호가 내 전화번호였고....
거래하면서 집전화 걸어서 미리 확인해보는 일은 잘 없으니까 피해자는 그냥 번호만 받고 넘어갔다가....
상대방이 핸폰 끊고 잠적하니까 집전화번호라고 적어준 곳에 걸었는데 그게 우리집이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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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네 이거 =_=a;;;;; (긁적;;)


다시 전화 오면 친절하게 받아서 전화번호 확인이나 해줄까(그래봐야 사기 피해 확정 인증밖에 안되겠지만;;)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그 다음엔 전화가 없다. 쫄았나봐;;; 에그, 미안하네 이거;;; (긁적2;;;;)

전화 건 남자애가 "아드님" 운운한 걸로 봐서 사기친 상대방도 아직 학생인 것 같은데..... 마빡에 피도 안 마른 게 벌써부터 사기질이냐......;;;;;;; 무서운지고~~ 무서운지고~~~~~~~;;;;;;;;;;;

무서운 세상의 단면을 엿 본 날이었다. (먼눈)

by 샐리 | 2009/04/23 16:36 | 일상(2008~) | 트랙백 | 덧글(27)

[홍대] 디저트 카페 Be Sweet On


게으름피우다 뒤늦게 올려보는 며칠전 디저트 카페 탐방기.
길가다 그냥 들어간 가게였는데 대박이었다능! >_<


손글씨 메뉴판. 재료에 신경쓴다는 가게의 다짐이 적혀있군요.
메뉴 옆의 6.8 7.8 하는 것이 가격입니다. (6800원 7800원)
메뉴와 재료 소개. 세 명이어서 4,3,2번을 하나씩 시켜보았습니다.

4. 딸기 타르트와 쁘띠 초코케익. 예쁩니다 *ㅇ*
예뻐요!!! ♡ㅁ♡
겉은 바삭하고 속은 적당히 쫄깃한 마카롱 사이에 바닐라빈이 들어간 카스타드크림과 생딸기, 시럽이 어우러져, 한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는데 우왕ㅋ굳ㅋ!!! >_<
딸기 타르트도 예뻤어요. 깨뜨려 먹기가 미안했다능! 역시 이것도 맛있었구요.
3. 타르트 타탄. 4번과 커피를 열심히 먹고 있노라니 어느덧 다 구워져서 나오더군요. 이것도 예쁘게 장식됐네요.
직접 만든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갓 구워진 사과 조림이 그야말로 사르르르르르르르~~~ -ㅠ-
기다리는 20분이 절대 아깝지 않은 훈늉한 맛이었습니다. 여태까지 먹어봤던 애플파이 중 제일 맛있었던 것 같아요.
2. 크렘 브휠레.
셋 중에서는 좀 떨어지는 맛이었습니다.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위의 두개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 커스터드 크림을 워낙 좋아하는 저는 닥닥 긁어 잘 먹었지만, 차갑게 말고 따뜻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바삭바삭한 파이. 질감은 참 좋았지만 버터맛이 좀 강하게 나서 느끼했습니다. 2번은 전반적으로 그냥 그랬음.



그렇게 여자 셋이서 세 접시를 아작냈지만, 아직 배가 덜 차서 크렘 브륄레 빈 그릇을 추하게 닥닥 긁고 있던 S. (← 밥 잘 먹고 왔건만;) 우웅, 기왕 온 김에 1번 마저 시켜서 완전정복할까? 하지만 동행 둘은 배부르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고, 혼자 한 접시를 다 먹을 자신은 없는지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무렵....



오오 사장님!!!!!!

(실제로는 남자 사장님이었음)



1. 아포가또와 티라미스.

친절하신 사장님이 생각지도 않게 "서비스입니다" 라면서
티라미스 반접시를 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m(_ _)m (넙죽넙죽넙죽)
꼬리지느러미를 연상시키는 초콜릿 데코레이션이 인상적. 케익의 속살도 사르르~!! 메뉴판을 보니 마스카포네 치즈라는 고급 치즈를 쓴다던데 정말 보들보들 사르르르했다능 ㅠㅠㅠ 원래 티라미스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이건 정말 좋았어요. 부드럽게 녹는군요. 녹아요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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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2,3,4 완전정복.

그제서야 먹을 것 외에 다른 것도 눈에 들어온(...) S는,
뒤늦게 사진기를 들어 실내와 바깥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실내 인테리어는 케익가게답게 깔끔하고 귀여운 스타일입니다.
주방 쪽 사진. 흔들려서 저절로 모자이크처리가 됐군요;; 남자 세 분이 운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간판.
차양.
정문 앞에 세워진 입간판.



우연히 들어간 가게였는데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주방 옆에 도쿄 제과학원을 나왔다는 졸업장? 수료장?이 있었는데, 과연 유학까지 가서 배워올 보람이 있는 맛이구나 싶은 요리들이었네요.

홍대에 디저트 가게가 많아도 딱 이거다! 싶은 가게는 사실 별로 못 만났는데, 이 가게는 다음에 또 와서 같은 메뉴 또 먹고 싶은 맛이었습니다. 저라면 3,4번을 시켜서, 먼저 나오는 4번을 먹고 있다가 3번 나오면 이어서 먹는 시스템(...)일듯.

찾아가는 길은... 검색해보니

무과수마트, 몹시가 있는 길, 라망두스 옆에 있는 Be sweet on

이라고 하네요. 영업시간은 월,목은 18:30~22:30, 화, 수요일은 14:00~22:30, 금,토,일은 14:00~23:30.

다음에 또 가서 또 먹어야지~♡

by 샐리 | 2009/04/22 14:27 | 일상 - 맛집 | 트랙백(1) | 핑백(1) | 덧글(60)

[펌] 시크하게 느낌

출처 : 디씨냥갤



아놔 저 표정, 저거 어쩔껴~~~~ ;ㅁ;ㅁ;ㅁ;ㅁ;ㅁ;
저기서 머리를 들이댈 생각을 하다니, "도구"를 이용한다는 것이 뭔지 아는 고양이라능! >ㅅ<

by 샐리 | 2009/04/16 11:48 | 다른 고양이(2008~) | 트랙백 | 덧글(18)

펫 로스 - 반려동물의 죽음

리타 레이놀즈 (지은이), 조은경 (옮긴이) | 책공장더불어 | 2009년 2월





누군가가 신청해서 도서관에 들어온 책인데, 정작 신청한 사람이 안 찾아가서 일반열람으로 돌려져 있는 걸 집어왔다. 하기야 신청하고 입고되기까지 한달 넘게 걸리니, 성질급한 사람은 그냥 사서 보고 만다! 가 되려나....

사실 책에 많은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이런 류의 책은 아무래도 여러 동물의 사연을 나열하는 방식이 될텐데, 잘 모르는 머나먼 타국의 동물들의 사연을 그저 듣고만 있는 것은 그다지 감흥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슷한 계열인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는 그냥 그랬었다.

...아마, 출판사에서도 그런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읽어본 <펫로스>는 그런 약점을 보완하는 여러 장치가 되어 있었다. 바로 실제로 동물을 떠나보낸 사람들에게서 사연을 받아 실은 것이다. (아마 원서에는 사진도 삽화도 없었던 모양이다. 삽화도 국내 일러스트레이터가 새로 그렸다.)



저자가 어떻게 보호소를 만들고 동물들을 돌보게 되었나, 그리고 어떤 삶과 죽음과 이별과 사랑을 겪어가는가... 의 과정을 쭉 읽으면서, 중간중간에 삽입된 실제로 동물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절절한 육성을 읽고 있노라면 참 슬프고 뭉클하고 울컥한 감정이 증폭되어 느껴진다. 한페이지에 사진 하나와 짤막한 글이 실려있을 뿐이지만, 그 글에는 주인이 얼마나 그 아이를 사랑했는지가 무겁게 담겨있었다. 읽다보면 주인의 마음이 그야말로 후벼내듯 전해진다. 참으로 슬프고, 서럽고, 안타깝고, 절절한, 무력감에 몸부림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진심이 그곳에 있다.

그렇다고 그런 짤막한 편지들만 줄줄이 엮으면 쉽게 질렸을 것이다. 그리고 원서만 그대로 실었어도 다소 허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줄기에 저렇게 적절한 양념이 샥샥 들어감으로서 본 내용에도 훨씬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고 있었다. 이 책의 한국어판을 기획한 <책공장더불어> 출판사를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내용은... 저자는 뉴에이지쪽 개념을 확고히 받아들인 사람 같다. "죽음은 이번 생의 끝일 뿐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은 단지 '옮아가는 것'일뿐" 이라는 말이 여러번 반복되어 나오는데, 환생을 믿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꽤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이 저자는 그걸 믿는구나 라고 유연하게 넘기고 나면, 동물의 죽음에 임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된다.

특히나 안락사. 안락사는 병이나 부상이 심한 동물에게는 꽤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것이 그 동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함인지, 혹은 동물은 죽고 싶지 않은데 아직 좀더 살고 싶은데 사람이 편하자고 목숨을 걷어버리는 것인지, 하지만 정말로 동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주고 싶어도 말이 안 통하는 인간으로서는 대체 어떤 방향이 옳은 것인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우리집 아이들이 큰 사고를 당해서 전신마비가 되거나 하면 나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이 아니다.

거기에 저자는 말한다. 정말로,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고자 노력하면, 어떻게든 동물의 의사를 전해받을 수 있다고.

그러니 그만 떠나고자 하는 아이를 인간의 욕심으로 잡지 말것이며,
아직 남고자 하는 아이를 인간의 이기심으로 떠내보내지 말 것이며,
최선을 다해 편안하게 해 줄 것이며,
그리하여 떠나보내더라도 죽음은 이번 인연의 끝일 뿐 곧 다른 인연으로 만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윤회를 믿건 안 믿건간에,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하고 믿고 싶어지는 따뜻한 말이었다.

책을 덮고, 우리집 고양이들을 본다. 평소 진담삼아 "꼬미는 30년을 더 살아서 기네스북에 오를 거야" 라고 말하긴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내 욕심으로 꼬미를 잡아두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미가 꼬식이가 정말로 떠나고자 할 때, 혹은 큰 부상이나 병을 얻었더라도 계속 나와 같이 있고자 할 때,
내가 내 욕심과 이기심에 눈 흐리지 않고
진실로 귀 기울여 저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내가 좀 잡으러 가자 잽싸게 옷장 위로 튀어버리는 썅뇬시키-_-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by 샐리 | 2009/04/15 21:41 | | 트랙백(1) | 덧글(14)

촌부 - 자승자박

...그리하여 근간 삘받아 읽게 된 판무협 감상글 두번째.


촌부 (지은이) | 청어람(뿔)





소년A네 집에 전해진 비전을 뺏으려고 구대정파가 가문을 멸하고 부모형제를 죽였다.

간신히 살아남은 청년 A는 눈에 핏발을 세우고 비전을 익혔다. 그래서 실력 좀 붙고 살만해지니까 이번에는 구대문파가 쫓아와서 마누라와 자식을 죽였다.

질기게 살아남은 아저씨 A는 눈에 더더욱 핏발을 세우고 무공을 대성, 급기야 천하제일마의 자리에 오르고 정파에 대적할만한 세력도 키웠다.

수십년 걸려 다 키우고 알아보니 원수라 생각했던 정파들은 단순한 꼭두각시일 뿐이었고, 뒤에 도사린 진짜 원수는 구파일방도 싹쓸어버리고 천하 - 황실마저도 - 를 제패하려는 음모를 획책중.

할아버지A는 고민한다. 구파일방도 원수지만 그냥 냅두면 진짜 원수가 웃게 생겼고, 그 꼴을 막으려면 구파일방을 살려야 하는 개새같은 상황. 하지만 그렇다고 개새들(;)을 그냥 구해주기엔 피맺힌 원한이 너무 깊어 방해를 했다.

용서할 수 없는 적을 살리기 위해, 할아버지A는 스스로 기억을 지워 원한을 잊기로 한다.

...그러다 너무 잘 지워져 신생아;;가 되어버린-_;;; 할아버지A(환골탈태로 겉껍질은 청년A)의 용서와 구원의 방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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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풀어놓으면 저렇게 되지만, 실제 소설은 마지막 부분에서 시작한다. 그러니까 기억 지워 깨끗깨끗이 되어버린 금강불괴 청년A가 백치 상태로 돌아다니다 사람을 만나 조금씩 기억과 무공을 되찾고 과거의 실마리도 풀어가는 방식.

그 앞부분이 상당히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었다. 하룻강아지...아니 하룻범아지(...)가 싹퉁머리없게 만나는 사람마다 뻗대며 파티를 형성해가는 과정은 물론 정석적이지만 적절한 웃음이 버무려져 재미있었고, 그리하여 조금씩 드러나는 과거의 진실이며 그 과정에서 청년A(실은 할아버지A)가 옛 수하를 만나는 부분에서는 정(情)의 깊이를 느끼기도 했다.

문제는, 그게 오래 안 갔다는 것.

대략의 비밀과 음모가 밝혀지고 파티가 할 일도 드러나자, 남은 것은 이제 음모를 분쇄하고 흑막을 쳐부수는 하나로 수렴한다. 그리고 그게 밋밋하다는 게 문제다.

4권부터 끝권인 7권까지, 풀어놓은 떡밥을 확실히 수습해가고 있긴 하지만 그게 독자의 예상에서 거의 벗어나지를 못하기 때문에 읽으면서 점점 흥미가 감소해가는 것을 느꼈다. 한마디로, 전체 7권중 네권이 '뒷수습'인 상황.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거의 관성으로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파티원끼리 주고받는 말장난도 앞부분에서야 재미있었지만 그게 계속 반복되면 식상해서 타성으로 넘기게 된다.

이를테면, 3권까지는 앞길이 안 보이게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가는 재미가 있었다면, 일단 산꼭대기에 오른 후부터 하산하기까지는 아스팔트 직선 8차선 도로 -_;; 서울부터 부산까지 직선 고속도로를 간다고 생각해보라. 졸린다. -_;

중간에 가끔 커브길을 넣어주면 좋지 않았을까? 큰 줄기에 변화를 주기 어렵다면 중간에 파티원끼리 내분이라도 일어나게 하던가, 적 쪽에서도 보스의 방식에 고민하는 배신자B같은 캐릭터라도 만들던가, 마지막에 무림맹주라도 거하게 뒤통수를 좀 쳐주던가, 아니면 3권에 나온 A의 부하라도 재등장시키던가... 예컨대 대규모 군사를 이끌고 옛 군주의 위기에 짠 하고 나타난다는 뻔하지만 스펙터클(;)한 감동이라도 느끼게 해주던가....;; 작품이 품고있는 주제의식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마무리가 나쁜 것도 아냐. 떡밥 다 회수하고 마무리 깔끔하고 다 좋은데, 밋밋해. 아아 이를 어째 ㅠㅠ

좋았던 부분은 역시, 위에서도 얘기한 복수와 용서를 대하는 주인공의 자세였다. 자신이 당한 피를 피로 갚아주지 않고 그들을 살려주는 대인배적 결단을 내리지만,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기억을 다 가지고는 도저히 그들을 살려줄 수 없어서, 차라리 기억을 다 비워내버리는 쪽을 택하는, 그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라니. 그랬기에 그가 모든 일을 마무리짓고 기억과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 때, 진정으로 다 잊고 비웠을 때, 봉인해두었던 자신의 진짜 이름을 밝히는 마지막 장면에서, 독자도 그간의 밋밋한 전개를 덮고 잔잔한 여운을 느낄 수 있었지 않겠는가 싶다.

문장력이라던가 무협에 대한 지식은 물론, 특히 도가에 대해 조예가 깊어보이는 작가였다. (전문가가 보기엔 어떨지 모르지만 일반 독자가 보기에) 후반부 일직선 플롯-_-;;만 보완한다면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으리라 싶다.

by 샐리 | 2009/04/15 20:24 | | 트랙백 | 덧글(9)